필름똑딱이, Konica POP 소개

by hfkais | 2006. 6. 29. | 6 comments

▲ 빨간색 Konica POP입니다. 펜탁스 KM이 찍어주었습니다.

오늘은 Konica POP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사실 전에도 짤막하게 소개한 적은 있었지만, 그땐 말 그대로 '짤막하게' 소개한 것이고, 이번엔 보다 자세히 소개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집안에 사진찍을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카메라가 있었다. 바로 이 빨간색 코니카 팝이다. 남들은 SLR이다 뭐다 해서 시커멓고 렌즈가 주먹만한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 어머니는 이 작은 카메라 하나로 남매가 자라는 모습을 훌륭히 기록하셨다. 그 사진들은 아직도 상태가 좋은 편인데, 약 대여섯 권에 달하는 앨범의 사진들 중 대부분을 코니카 팝으로 찍었다. 당시 어머니의 사진찍는 실력이 좋았는지, 아님 단골로 이용하던 사진관의 기술이 좋았는지 지금 그 사진들을 봐도 참 잘 찍었다고 생각되는 사진들이 꽤 많아보인다.

여기서 코니카 팝을 두고 운운하는 '사진찍는 실력' 이란, 셔터스피드가 어떻고 조리개가 어떻고 필름 감도가 어떻고 화각이 어떻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 카메라는 오늘날 토이카메라와 비슷하게 작동된다. 즉 초점과 셔터, 조리개 등은 고정되어 있고 사진찍는 사람은 그저 뷰파인더를 본 뒤 셔터만 누르면 되는 것이다. 카메라가 자동으로 맞춰주는 것이 아니다. 이 카메라에 쓰이는 AA배터리 두 개는 오로지 플래시 작동을 위해서만 쓰인다. 말 그대로 대부분의 설정값들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이걸 염두에 두었을 때, 코니카 팝을 쓸 때의 '사진찍는 실력' 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그것은 '가장 기초적인 기본'이다. 특수한 상황이나 효과를 위한 사진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사진촬영을 할 때 가장 기초적으로 쓰이는 기본들이다.

  1. 촬영하는 사람은 해를 등지고 사진을 찍는다.
  2. 맑은 날, 해가 충분히 떠서 밝을 때 찍는다.
  3. 일반 촬영 시 피사체와의 거리는 1.5m 이상, 플래시를 쓸 때에는 1.5m - 2m 정도를 유지한다.
  4. 어두울 땐 플래시를 이용한다. 뷰파인더 옆의 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그때 셔터를 누른다.
  5. 뷰파인더를 보고 화면이 제대로 들어오는 지 확인한 뒤, 셔터를 누른다.

이렇게 가장 기초적인 것들에 충실하면, 코니카 팝은 어김없이 예쁜 사진을 선사해준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그동안 잊고 살진 않았나 생각해 봐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다면, 다른 어떤 카메라를 쓰더라도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니카 팝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 출시년도 : 1982년
  • 출시당시 가격 : 약 27,800엔 (당시 20~30만원 정도?)
  • 렌즈 : Konica Hexanon Lens, 36mm F4 (고정초점, 조리개는 ISO 설정에 따라 변화)
  • 필터지름 : 43mm (이런 컴팩트 카메라에 필터를 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 셔터 : 1/125초 고정 (ISO를 바꿔도 똑같다)
  • 초점 : 1.5m 이상 고정초점 (사진 전체에 포커싱이 맞는다)
  • 감도 : ISO 100, 200, 400 필름을 사용할 수 있음 (렌즈 아래의 레버로 조정. 감도설정을 바꾸면 조리개가 조였다 열렸다 한다)
  • 플래시 : 1.5m - 2m 연동범위를 갖는 팝업플래시
  • 배터리 : AA 사이즈 두 개. 없어도 촬영은 가능
  • 무게, 크기 : 약 280g, 115 x 70 x 50 mm
  • (출처 : http://www.barefoot.idv.tw/messages/about/about_konica_pop.htm)

대충 봐도 오늘날 토이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양이다. 그나마 단 한가지 내세울 것이 있으니, 바로 코니카의 헥사논 렌즈가 그것이다. 렌즈는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정체모를 43mm UV필터가 마치 원래부터 코니카 팝과 한몸인 양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필터 옆구리의 하얀 글씨는 세월을 못 견디고 모두 지워졌고, 싸구려 유리로 된 듯한 필터유리는 쇠로 된 틀에서 빠져 덜그럭 거린다. 조만간 43mm 필터와 렌즈캡을 구해 새로 달아줄 생각이다. 어떤 분은 코니카 헥사논 렌즈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B+W 필터를 끼우라신다. 글쎄,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52mm 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43mm니 말이다. 렌즈캡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장농에 처박혀 있던 팝을 꺼내 쓴 지 약 2년, 실제 찍은 사진 수는 디카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사용 노하우도 생겼는데, 그럭저럭 쓸 만 하다. 바로 노출설정이 불가능한 팝에서 한스텝 정도 노출을 설정하는 방법이다. 위에서 봤듯이, 팝은 ISO 100, 200, 400 필름을 쓸 수 있다. 또한 렌즈 아래에 위치한 ISO설정 레버를 움직이면,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다. 즉 조리개는 어느정도 유동적인 것이다. 눈치 챘는가? 그렇다. ISO 200 짜리 필름을 넣어두고, ISO 설정 레버를 ISO 100으로 하면 노출 오버, ISO 400으로 하면 노출 언더인 것이다. 물론,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필름 자체의 계조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그냥 대충 찍을 순 있지만, 뭔가 한 두 스텝이 아쉬울 것 같을 땐 이 방법을 쓰는 것이다(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애용하고 있는 방법일런지 모르겠다. 아쉽게도 주위에 필름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여하튼 팝과 함께 사진을 찍는건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필름 장전 레버를 당기고, 뷰파인더를 보며 적절한 화면을 잡은 뒤 셔터를 누르면 끝이다. 어떻게 보면 싱거울 수도 있겠지만, 부담없이 마구 샷을 날리기엔 정말 좋다. 나머진 현상 후 인화를 할 것이라면 사진관에 맡기고, 스캔을 할 것이라면 직접 손보면 된다. 무엇보다 36mm 3:2 화각이 주는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화면과 필름 특유의 느낌은 사진찍기를 더욱 신나게 한다. 게다가 코니카 헥사논 렌즈는 토이카메라의 F9~F11짜리 플라스틱 렌즈와는 또 다른 색과 느낌을 보여준다. 지금은 잠시 펜탁스 KM에 빠져있긴 하지만, 코니카 팝은 부담없이 사진찍기에 아주 훌륭한 친구다.

(팝의 사진들은 Seoul Daily Photo에서 볼 수 있다. 팝으로 찍은 사진의 제목에는 'by Film'이라고 따로 쓰여진다. 개중엔 Pentax KM으로 찍은 사진들도 있을 지 모른다.)

태그 : , , , , , , , , , , (토이카메라는 아니지만...)

댓글 6개:

  1. 코니카에 대한 글이 많지않은데
    검색을 통해 우연히 발견했네요.^^
    이 카메라를 살 생각이어서,
    글 퍼갑니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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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귀엽게 생겼어요. 사진을 보고 왔는데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굉장한 느낌을 가졌더군요. 찍는 분이 잘 찍어서 그런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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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중고로 팔 물건 정보 좀 얻으려고 구글링 했다가 들어왔습니다. 제 물건보다 훨씬 좋네요. 제 물건은 주인이 자주 바뀌는 통에 관리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아무튼 1982년 가격이면 당시 한국 돈으로 약 14만 원, 현재 가치로는 70~140만 원 정도입니다. ^^a
    아, 갑자기 팔기 싫어지네. 흑흑, 돈은 없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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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잘 고쳐서 그냥 쓰셔도 좋지 않을까요? ^^ 제것도 어디 한군데 부딪혀서 살짝 깨진데가 있답니다...그래도 뭐 세월을 생각하면 아직 튼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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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코니카팝카메라팝니다~카톡주세요
    rkwlsk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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