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용보도는 쓰고나면 끝?

by H.F. Kais | 2007. 4. 22. | 2 comments

최근 일어난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언론에선 며칠째 관련 뉴스를 탑으로 전하고 있으며, 엄청난 여파가 사회 전반에 전해졌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 전에,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꽤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일간지는 물론 방송 뉴스에서도 연일 관련기사가 톱을 장식하고 있다.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고 충격적이라는 소리다. 한편, 언론의 지나친 보도경쟁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미국 언론과 국내 언론 모두에 해당되는 소리다. 몇몇 미국 언론사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아직 그런 수준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4월 20일, 중앙일보의 인터넷판인 조인스닷컴에서는 '문명의 탈출' 꿈꾸며 살인·파괴 자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이번 사건을 '소설', '종교', '게임' 세 가지 코드를 통해 해석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도움말도 함께 써두었다. 조인스닷컴 검색에서 같은 제목으로 PDF파일도 검색되는 것으로 보아, 지면에도 나갔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네이버에도 올라갔다. 같은 제목의 네이버 기사링크)

그런데 이 기사에서 주제삼은 세 가지 코드 중, '게임'과 관련된 내용에 문제가 있다. 바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를 인용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조승희는 카운터스트라이크 등 폭력성 있는 게임을 즐겼다." 워싱턴 포스트는 조승희의 고교 시절 친구들의 말을 빌려 이렇게 보도했다.(기사전문)

직접적으로 범인이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즐겼다고 써놨고, 친절하게도(?) 그 게임에 대한 간략한 설명까지 넣어주었다. 출처는 워싱턴 포스트로 되어있다. 그럼, 인용된 원본 기사를 찾아 워싱턴 포스트 홈페이지로 가보자. 필자는 워싱턴 포스트의 홈페이지에서 Counter Strike를 검색해 보았다.

Counter Strike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최근 30개의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counter와 strike가 각각 따로 쓰여진 기사였고, 온전히 Counter Strike로 검색된 것은 워싱턴 포스트 내 블로그의 글(위 스크린샷)이었다. 4월 18일에 쓰여진 이 글에서, Mike Musgrove는 범인이 Counter Strike의 팬이었다고 썼다. 중앙일보가 인용보도를 쓰면서 원본으로 삼은 글이 설마 이 블로그 글일까? 혹시나해서 다시 찾아보았다.

키워드를 CounterStrike로 바꾸자(띄어쓰기를 없앴다), 여러 기사가 나온다. 그 중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사가 있다. 검색결과 목록에서 Counterstrike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목록에서 기사의 일부분을 볼 수 있었는데,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블로그 글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범인이 Counter Strike의 팬이었다'는 것이었다. 목록에서 보여지는 기사의 날짜는 17일 이다(스크린샷 참조).

링크를 클릭해서 기사 본문을 봤다. 기사는 4페이지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 검색결과 목록에서는 Counter Strike라는 단어가 나왔었는데, 실제 기사 내용에서는 빠져있었다. 혹시나 해서 다른 단어도 찾아보았다. 범인이 Counter Strike와 비디오게임의 팬이었다는 내용이 아예 빠져있었다. 게다가 실제 기사 내용 페이지에서의 날짜는 18일로 되어있었다. 기사가 수정된 것이다.

게다가, 아까 위에서 언급했던 블로그의 글엔 Update라는 명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덧붙여져 있었다.

UPDATE: The Washington Post spoke with people who knew Cho during high school who said Cho played the video game "Counter-Strike" then, but it was unclear whether Cho played the game at Virginia Tech. (글 전문)

범인의 주변인들로부터, 그가 Counter Strike의 팬이었으며 비디오게임을 즐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내용을 덧붙인 것이었다. 즉, 중앙일보에서 인용보도한 기사가 오보였다는 소리다.

그런데 중앙일보 조인스닷컴은 아직 이 내용을 모르는 것일까? 22일 현재까지도 이 기사는 버젓이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로 검색해보면 맨 위에 나온다. 해당 내용이 오보였다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계속 그대로 기사가 노출되고 있다. 혹시나해서 '알립니다' 메뉴에 들어가봤지만, 해명글을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인용보도한 기사가 오보로 판명날 경우, 즉시 기사를 내리고 해명기사를 올리는게 상식이다. 잘못된 기사로 인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오보와 관련해 워싱턴 포스트는 기사에서 관련 부분을 삭제하고, 비록 기사는 아니지만 해명 글도 재빠르게 업데이트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안에 든다는 중앙일보는? 설마 아직까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혹은 이번 사건의 초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수작일까?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잘못된 것을 서둘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다시 한 번 이번 사건으로 인해 크나큰 상처를 받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댓글 2개:

  1. 인용보도는 어렵군요^^;;
    링크를 달아놔야 나중에라도 추적이 가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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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ey, interesting blog. I like your daily photo blog and I've linked to it. If you're down for a link exchange, feel free to link back. If not, no problem! Thanks!
    G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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