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이란 단어의 어원을 찾아서

by H.F. Kais | 2007. 6. 22. | 0 comments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수많은 신조어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런 단어들은 대부분 특정 또래에서, 특정 집단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긴 글자수를 두어 자 정도로 줄여서 쓰거나, 기존에 있던 단어에 새로운 뜻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글자수를 너무 줄이거나,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쓰다 보니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번 글에선 최근 인터넷을 넘어 방송에서도 간간히 사용되는(!) '막장' 이란 단어의 어원을 살짝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찾은 '막장'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는 모든 국어사전의 기본이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막장'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이 4개의 뜻을 찾을 수 있습니다.

네가지 뜻 중, 일반적으로 '막장' 이라고 하면 대부분 두번째 뜻을 가리킵니다. 즉 탄광 같은 곳에서 석탄 캐는 곳을 의미합니다. 석탄에만 한정되는 말은 아닌 것 같네요. 땅이나 산에 굴을 파 광물을 캐내는 작업장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문학작품 등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뜻인 '선자 서까래의 마지막 서까래'라는 뜻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죠. 건설 쪽에서 쓰는 말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답니다. :)

부산 지역에서의 '막장'

다양한 인터넷 신조어를 탄생시킨 디시인사이드에서 한때 유행하던 리플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순대를 막장에 찍어 먹는다던데 사실인가요?"

여기서의 막장이 바로 네 번째 뜻을 가리키는 '막장'입니다. 사전에는 '허드레로 먹기 위하여 간단하게 담은 된장' 이라고 쓰여있네요. 위 리플은 대강 '서울에서는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는데, 부산에서는 막장에 찍어먹으니 이상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산에서는 순대를 막장에 찍어먹는데, 서울에서는 소금에 찍어먹으니 이 또한 엄청나게 이상한 일'이기도 합니다(절대로 어느 한 쪽이 낫다고 할 순 없습니다). 검색엔진을 통해 이 '문화충격'에 대한 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머스타드님의 '부산의 3가지 음식' 이란 글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순대에 막장을 찍어먹는 것과 소금을 찍어먹는 것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쓰여있습니다.

최근들어 쓰이는 '막장'

자, 이제 최근들어 갑자기 많이 보이기 시작한 '막장'의 뜻에 대해 알아볼 차례가 왔습니다. 대체적인 어감은 사전에 실린 뜻 중 세 번째와 비슷합니다. '끝장'의 잘못이라고 쓰여있네요. 대체로 어떤 것의 끝 또는 마지막을 연상케 합니다. '막'이란 글자가 '마지막'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막판' 처럼).

인터넷에선 주로 '인생 막장'의 줄임말로 쓰입니다. 길고 긴 삶의 시간 중, 겪을 것 다 겪어보고 할 것 다 해보고 밑바닥까지 떨어진 경우를 일컫는 말이죠. 요즘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무한도전'의 자막에서 심심찮게 막장이란 단어를 볼 수 있는데, 위와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무한도전을 보면 '연예계 막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죠. 남에게 여러 번 속아 넘어가고, 힘든 건 다 해보고, 그야말로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태로 방송을 하니 말입니다.

이 뜻은 디시인사이드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막장갤러리'가 그것인데요, 흔히 말하는 인생 막장들을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실제로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도 이상하고 기괴한 것들이 많으니 말이죠. 물론 막장갤러리를 이용하는 '막장갤러'들은 오프라인에서 지극히 정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냥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막장갤러리에서 막장짓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쓰다보니 글이 좀 길어졌네요. 그냥 인터넷을 하다 '막장'이란 단어를 마주쳤을 때, 그 뜻과 어원에 대해 대강이나마 알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조어에 은어 성격이 강한 말이긴 하지만, 쓸지 안쓸지는 여러분이 선택하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틀린 부분이나 더할 부분이 있으면 코멘트 달아주세요. 좋은 글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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