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사거리 - 흉물스럽게 방치된 전경버스

by hfkais | 2008. 6. 24. | 6 comments

이러다 '세종로 사거리 블로그' 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마음이 착잡하네요. 이곳 세종로는 서울의 중심이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중심이라고 하는데 최근 이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청계천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로부터 지금 이순간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 세종로 사거리에 모이고 흩어졌습니다. 평소엔 쉽게 보기 힘든 장면도 많이 펼쳐졌죠. 어떤 장면들은 이제 일상처럼 굳어져 버렸습니다. 가령 도로 한편에 주차된 긴 전경버스 행렬이라던가, 인도 한 구석을 차지하고 서있는 무표정한 전경들, 조선일보사와 중앙일보사 건물에 붙은 수많은 스티커들, 도로 곳곳 신호등 구석구석 붙은 스티커와 낙서들... 더 안타까운 건 이러한 장면들이 결코 과거의 장면이 아니라 오늘, 현재의 모습이며, 내일도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번 '컨테이너 담'에 이어, 이번엔 세종로 사거리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결코 유쾌하진 않은 볼거리입니다. 바로 전경버스 입니다. '전경버스가 무슨 볼거리냐'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그냥 전경버스가 아닙니다. 흉물로 변해버린 폐차 직전의 전경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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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금). 며칠전 찍은 사진들 중에서 찾았습니다. 아마도 이 사진에 보이는 전경버스들 중 몇 대가 주말사이에 '흉물버스'로 변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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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월). 저는 이날 아침에 이 버스들을 처음 봤습니다. 처음 멀리서 봤을 땐 그저 '좀 지저분한 전경버스' 정도로 봤었죠. 지금 생각해보니 주말 내내 저렇게 있었던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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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에 보이는 버스들은 그나마 양호해 보입니다. 지붕이 무척 더럽네요.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버스 안도 지저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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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버스들은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흙먼지로 뒤덮인 듯 보이는 지붕은 물론이고 곳곳에 유리창이 깨졌으며, 철창도 모두 뜯겨진 모습입니다. 타이어가 펑크난 모습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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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과 차들이 오가는 광화문 사거리에, 이토록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전경버스들이 길을 막고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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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화). 그런데 이 버스들은 오늘까지도 이렇게 길 한복판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오히려 댓수가 한대 더 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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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 버스들을 여기에 세워둔 걸까요. 공사중인 도로의 교통통제를 위해? 아님 언제라도 달려들지 모르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그것도 아니라면 시민들에게 '우리 이렇게 괴롭힘 당한다'고 징징거리고 싶어서?

방금 전에도 촛불집회가 있었습니다. 요즘 평일에 늘 그래왔듯이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세종로 사거리를 한바퀴 돌았죠. 물론 경복궁 쪽으로 향한 길은 저 버스들과 경찰들이 막아버렸고요.

댓글 6개:

  1. 이런모습.. 참.. 보기 안좋네요.. 저런건.. 징징대는 경찰의 모습..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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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명 님 / 어제 대규모 집회가 있었고... 이번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는데, 저 버스들 아무래도 계속 저기 서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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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인장님 너무 멋진 사진 찍어주셔서 감사해요
    주인장 킹왕짱 멋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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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 아닐까 싶습니다. 왜 국민의 소리를 귀 기울이지 않을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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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명박산성의 대용인 버스네요. 저 버스들 밑에 쇠사슬이나 케이블로 묶여 있다고 하더군요. -_-
    수도 한복판 장식을 별스럽게하는 경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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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rince 님 / 그냥... 서로가 서로를 쌩까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draco 님 / 정말입니까? 어째 버스들이 꿈쩍도 안한다 싶더니.. 결국 오늘 오후엔 세종로 사거리에 세워둔 고장난 전경버스에 불까지 나는 사고가 있었죠. 차라리 컨테이너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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