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조차 용납되지 않는 광장 … 광화문 광장에서 장애인들을 둘러 싼 수십여 명의 경찰들

by H.F. Kais | 2009. 9. 17. | 5 comments

어제 정오쯤 이었습니다. 우연히 창 밖을 바라보다, 광화문 광장에 웬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관광객치고는 옷들이 다 하얗길래 뭔 일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하얀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었습니다. 수십 명의 경찰들이 뭔가를 에워싼 채 꼼짝 않고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하얀색 상의에 검정색 하의를 입은 사람들이 모두 경찰입니다.

거리가 멀어 이들이 뭘 에워싸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횡단보도 반대편에도 경찰들이 한 무더기 서 있고, 뭔가를 에워싸고 있었습니다(사진 상단 오른쪽).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싶었습니다. 분명 사람을 에워싼 것 같은데, 경찰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경찰들이 둘러싼 것은?

위에서 내려다 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둘러 싼 경찰들 사이로 뭔가가 삐죽 보입니다. 사람이었습니다(하단 왼쪽). 처음엔 광장에 앉아있거나 혹은 누워있는 걸 경찰이 잡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장애인이었습니다.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세종로 사거리와 광화문 광장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비각 앞에도 경찰들이 사람들을 에워싸고 광장 쪽으로 오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세종로 사거리 근처엔 항상 경찰 버스가 주둔해 있었는데, 이때는 동아일보 미술관 앞 우회전 도로까지 경찰 버스가 막아 버렸습니다. 이러려고 그렇게 항상 시커먼 매연 펑펑 뿜으며, 경찰들이 피는 담배연기 풀풀 날리며 사거리에 짱박혀 있었던 거군요?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여전히 대치 중…

한 부대의 경찰들이 와서 진을 치고 서 있습니다(사진 왼쪽). 이들은 혹시라도 시위자들이 청와대 쪽으로 이동할까 봐 이렇게 버티고 서 있는 것입니다(링크된 기사 참조). 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각각 20m씩 떨어져서 1인 시위를 하려 했다고 합니다. 그걸 경찰 수십여 명이 달려 나와 물샐 틈 없이 틀어 막은 겁니다.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경찰 병력으로 만들어진 벽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려던 장애인들은 결국 경찰에 의해 광장에서 끌려 나왔습니다. 경찰 수십여 명이 일렬로 서서 만든 저 벽은 장애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벽일까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한 벽일까요? 기사에 따르면 연행된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높으신 분 부럽지 않은 호위?

이 정도면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 호위(?)입니다. 방패를 든 채 횡단보도를 제외한 다른 방향은 죄다 막아버렸네요.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횡단보도 위에서도 철저히 틀어막은 경찰벽

광장에서 쫓겨나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호위(?)는 이어집니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장애인 1인시위를 강경진압하는 경찰
△ 청계천 쪽으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결국 장애인들과 이들을 도우기 위해 온 사람들은 모두 광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이들은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장애인 예산 편성을 요구하다 경찰에 의해 광화문 광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을 피해 길을 건너던 장애인이 차와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고, 장애인들의 이동을 보조하던 활동가가 경찰에 의해 감금되기도 했습니다(기사 참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상대로 저렇게 많은 병력을 동원해 광장을 틀어막은 경찰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요. 자신들이 몸으로 빙 둘러싸 버리면 아무도 그들을 못볼 거라고 생각한 걸까요? 오히려 시선만 더 끌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나저나 '정권의 정원' 하나는 꼭 무슨 동물마냥 참 잘 지키네요. 답답한 현실입니다.

 

관련 기사 :

 

 

한편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는데요, 국가직 공무원이 저지른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횟수를 집계한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범죄 수사기관인 경찰청의 강력범죄 발생 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공무방해죄와 지능범죄(사기,횡령,배임) 횟수도 가장 많다고 하네요. 전체 범죄 수는 무려 1409건으로, 다른 기관을 제치고 독보적인 1위! 이거 축하해야 하나요…?

댓글 5개:

  1. 시위가 용납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정부에서는, 근본적인 문제와 정책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직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시위를 하러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격해질 수 밖에 없는 데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두 이유가 있다고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정중하게 이야기한다면 들어줄 줄은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얼마나 소통의 통로가 없으면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라건데 소통의 올바른 문화 그 통로를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답글삭제
  2. fuse 님 /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벽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아 씁쓸하네요. 이젠 '소통'이란 단어조차 지긋지긋해지려 합니다...

    답글삭제
  3. 벽 보고 이야기한다는 표현이 딱이네요..--; 그래도 계속 뚫어 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언젠가는 뚤리겠죠.. 불가능과 가능은 시간 차이일 뿐이라 믿습니다.

    답글삭제
  4. 아니 이 미치도록 쪽팔리는 짓은 뭥가요?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답글삭제
  5. fuse 님 / 말씀대로 벽이 뚫리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자꾸 회의감이 드네요.

    A2 님 /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가 사는 곳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이 기사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답글삭제

- 스팸 방지를 위해 보안문자(캡차) 확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글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스팸방지를 위해 '단어확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