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컴퓨터 사수 궐기대회

by hfkais | 2010. 2. 13. | 18 comments

내일이면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입니다.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두 모여 즐거운 날이지만, 전국의 큰집 형ㆍ삼촌들은 연휴가 끝난 뒤 난장판이 되어있을 컴퓨터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보나마나 어린 친척동생과 조카들이 컴퓨터를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때문에 매년 명절이면 하드웨어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서 명절 컴퓨터 방어전략에 대한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쿨하게 컴퓨터를 내주고 명절이 끝난 뒤 눈물을 삼키며 포맷할 것인가, 아니면 완벽한 방어전략을 세워 친척동생과 조카들의 공격을 원천봉쇄할 것인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친척동생과 조카들은 어떻게 컴퓨터를 망가뜨리나?

친척동생이나 조카들에게 컴퓨터를 내주었을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컴퓨터에 아무거나 막 설치하는 것' 입니다. 게임 하나 하겠다고 액티브X를 몇 개씩 깔아놓질 않나, 자기가 쓰는 프로그램 깔겠다며 닥치고 Next만 눌러서 이상한 광고사이트나 툴바 등을 깔아놓질 않나, 어디서 와레즈 비슷한 곳도 알아내어 키젠이나 크랙을 깔아놓질 않나, 그러다 바이러스나 악성코드 걸려도 별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가질 않나… 나중에 컴퓨터의 이상을 발견해서 '뭐뭐 설치했냐' 물어보면 '아무것도 안 깔았는데?' 이러질 않나…. 컴퓨터 주인부터가 평소에 컴퓨터를 막 쓰는 타입이라면 별로 상관없겠지만, 항상 깔끔하고 완벽한 상태로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타입이라면 만신창이가 된 컴퓨터의 모습에 가슴이 쓰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방어할 것인가?

요새 애들은 워낙 영악해서 단순히 '컴퓨터가 고장 났다' 수준의 거짓말로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직접 컴퓨터의 전원버튼을 눌러 작동하지 않는 걸 확인해야 그제서야 포기하죠. 그럼, 극성스러운 꼬맹이들의 공격으로부터 컴퓨터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전원코드 뽑기(★☆☆☆☆) -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취약한 방법입니다. 애들도 가전제품을 쓰려면 전원코드를 꼽아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 테니까요. 아주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쉽사리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방법입니다.
  • 랜선 뽑기(★☆☆☆☆) – 마찬가지로 쉽지만 취약한 방법입니다. 또한 컴퓨터에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패키지 게임이라도 설치되어 있다면, 아이들은 기를 쓰고 그거라도 하려고 덤벼들 겁니다.
  • 컴퓨터 사양이 낮다고 거짓말하기(★☆☆☆☆) – '컴퓨터 사양이 낮아서 게임같은거 안 된다'고 해 봤자, 정말 소용 없습니다. 컴퓨터가 켜지고 인터넷도 된다면, 네이버 쥬니버나 야후 꾸러기에서 플래시 게임이라도 하려고 들 겁니다.
  • 부품 빼놓기(★★★☆☆) – 본체 내의 부품을 몇 개 빼두면 부팅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꼬맹이들의 컴퓨터 사용을 원천봉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VGA나 RAM을 빼놨을 때 들리는 경고 비프음은 애들에게 공포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죠. 단점이라면 하드웨어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컴퓨터 주인도 쓰기 불편하다는 것.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

저라면 컴퓨터에 리눅스를 설치한 뒤, 꼬맹이들에게 '쓸 수 있으면 써봐!' 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일년에 두 번 있는 명절 때문에 컴퓨터를 포맷하고 리눅스를 설치할 순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VirtualBox같은 가상화 프로그램을 써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우분투나 CentOS 같은 운영체제를 설치해놓고 가상 시스템의 화면을 최상위로 올려두는 것입니다. 터미널 화면 같은 걸 메인에 띄워버리면, 꼬맹이들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설사 명령어를 잘못 입력해도 어차피 가상머신이니 별로 피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는 VirtualBox 내에 또 다른 Windows 운영체제를 설치해두고, 그걸 쓰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고사양의 게임 같은 건 힘들겠지만 컴퓨터 주인과 꼬맹이들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에겐 어떤 방어대책이 있는지요?

댓글 18개:

  1. 전 노트북이라 건드리면 뒤진다고 엄포부터 놓습니다(...). 아직 애들은 노트북이란 물건에 대해 "비싼거니 망가지면 죽는다"라는 인식이 있는 거 같더군요.

    하지만 집안 어르신들의 압박에 정 켜줘야 할 때는 Guest계정으로 로그인시켜버립니다. 형 이거 안됨ㅇㅇ 하면 안되면 마시져 ㅋ 하고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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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문제는 잘 되지 않는 일이 생기면 아무런 고민없이..
    reset버튼이나 power버튼을 과감하게 누르는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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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andboxie 가 정말 유용합니다; 일종의 가상화 프로그램인데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만 이걸로 바꿔둬도 액티브X 를 통해 실행되는 게임들은 다 가상화를 통해 실행이 되기때문에 나중에 해당 Sandbox 만 지워주면 깨끗하게 되돌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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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무어, 어른스런 대응으로 애들을 이끌고 근처 PC방을 급습하는 방법이 있지요. 평소 알바가 싸가지없다는 생각이 드는 PC방이 있었다면 주저없이 덮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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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같은 경우는 애초에 외부로 노출된 파워버튼을 제거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있는 스위치도 버튼을 떼어버리고 두가닥의 선만 남겨놓은 상태로.
    전원을 다시켤땐 선만 튕겨주면 되지요..

    꼬맹이는 물론 철없는 어른이 와도 끄떡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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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애들이 컴퓨터를 못 쓰게 하는 게 진짜, 컴터를 지키는 거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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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윤소정 님/ 오오오 노트북의 위엄! 게스트 계정 사용도 괜찮은 방법이네요.
    익명 님/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컴퓨터를 가전제품처럼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Seok-jun Yoon 님/ 그것 정말 유용한 프로그램이네요. 홈페이지의 Trust No Program 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FlesYm 님/ PC방 급습도 좋지만... 역시나 주머니 사정이 문제네요 ㅠ
    Miletos 님/ 쇼트방식이라니...;; 철없는 어른(?)이 와서 고장난 줄 알고 갖다 버리면 골치아파지겠네요.
    버드나무 님/ 애들이 컴퓨터 할 생각을 못하게 잘 놀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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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IE 없애고 크롬이나 파폭만 깔아두면 상황 끝입니다. 플래시 게임이나 하겠죠. Active -X나 기타 게임등이 설치될 염려가 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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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것도 플래시 못깔도록 해놓으면 될겁니다. 그러면 완전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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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못쓰는컴퓨터부품꺼내놓고 이거고치고있다그럼끝임 그거모르고 전원코드연결하고전원버튼누르면끝 아니면 안에있는전원을모두뽑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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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cmos 에서 리눅스 깔린 하드2 (13G짜리)를 우선으로 바꿔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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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재미있는 의견들이 많네요~ 그만큼 시달리신 분들이 많나봅니다. 리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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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강력한 방법이네요. 저 같은 경우 실행은 되게 하지만 소프트웨어 적으로 차단을 해두죠. 간단한 방법은 제 블로그에 올려놓았는대 한번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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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 H.F.Kais님 Blogger에서 글을 쓸 때 이 글 쓰신 것 처럼 일부 내용을 감춰놓고 클릭하면 전체를 보게 하는건 어떻게 하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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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quick 님/ hosts 차단도 괜찮은 방법이죠. 어떻게 보면 가장 간단하고도 강력한 방법이고요. 그리고 read more 기능은 제가 이전에 쓴 글(http://hfkais.blogspot.com/2009/10/blogger-read-more.html)에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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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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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명절이 지나고 읽으니 잼있네요..
    저는 그때는 컴퓨터 완전포기.. 제발 컴퓨터만 엉망으로
    해놓고, 제 방은 엉망으로 해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곳저곳 과자부스러기에...ㅠ.ㅠ 아주 엉망이 랍니다.
    명절 후유증으로 F7가 없어졌고.. 키보드 스킨도 어디갔는지
    절대 찾을수가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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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이미 노트북이 메인이라 데스크탑은 미끼 일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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