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금 받으러 지방법원 갔다 온 이야기

by H.F. Kais | 2010. 6. 25. | 2 comments

지난 수요일엔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인천지방법원에 다녀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법원에 공탁된 공탁금을 찾기 위해서였죠. 별 일은 아니고,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받지 못한 보수를 사장이 법원에 공탁시켜 놨더군요. 그래서 찾으러 간 것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피의자와 피해자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피의자가 '나는 합의하려고 이렇게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법원에 공탁금을 걸 수 있다고 합니다. 합의금을 공공기관에 보관해두고 재판에서 선처를 바라는 것이죠. 피공탁자는 공탁금을 받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공탁금에 대한 보관기간은 10년이고, 그 때까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된다고 합니다.

인천지방법원
▲ 피공탁자가 되면, 법원에서 우편을 보내 안내해 줍니다.

몇 년 전에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직원들 월급은 물론 제 알바비도 주지 못하게 되었죠. 저야 몇 십만 원 정도였지만 직원 중에는 거의 몇 년치 연봉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방 노동청에도 오가고 어찌어찌 하다 걍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나중에 그 회사 사장이 구속된 뒤 재판을 받으면서 공탁금을 건 모양인지 법원에서 찾아가라고 우편물이 왔습니다. 집이 있는 강화에서 남구 학익동까지는 먼 거리라 차일피일 미루다, 마침 시간이 나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서울 용산역에서 동인천행 급행을 타고 주안역에서 내려 516번 버스를 탔습니다. 법원에서 온 우편물에도 516번을 타면 된다고 쓰여 있더군요. 근데 좀 여기저기 돌아서 가는 느낌입니다. 고등학교 앞도 지나고, 아파트 단지도 지나고…;;. 한참 뒤 도착해서 법원이라고 내려주는데, 이게 실은 법원과 붙어있는 인천지방검찰청 후문에 내려준 겁니다. 덕분에 검찰청 마당에도 들어가 봤네요. 돌아올 땐 법원 정문 앞에서 515번 버스를 탔는데, 노선도 더 짧고 금방 주안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 인천지방법원을 갈 때는 515번이 편리

평일 낮인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그냥 할 일 없이 마냥 한가한 공공기관을 생각했는데 정반대였죠. 직원도 많고, 민원인도 꽤 많았습니다. 내부는 또 얼마나 복잡하던지요. 안내인에게 물어 공탁계를 찾아갔습니다. 마치 은행 창구처럼 복잡한 공탁계… 심지어 공탁계 바로 옆에는 아예 신한은행 법원지점이 자리해 있더군요.

공탁계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뒤, 준비해 간 서류 몇 가지를 내고 기다렸습니다. 공탁금 출납요청서를 적고 잠시 기다려 한 장의 서류를 받았습니다. 이 서류를 가지고 은행으로 가라더군요. 바로 옆에 위치한 신한은행에서 공탁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공탁금에도 이자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에서 돈을 그냥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예치시켜 두더군요. 약 4년 만에 공탁금을 찾은 탓에, 이자가 꽤 붙어있었습니다. 은행에서 이자계산서를 뽑아줬는데 이자에 대한 소득세와 주민세까지 걷어가더군요.

인천지방법원
▲ 들어갈 때 금속탐지기 같은 걸로 검사도 하고 그래서 차마 안에서 찍진 못하고 소심하게 밖에서...

주의해야 할 점

  • 공탁금을 찾을 때 본인 외에 대리인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추가서류(위임장 또는 신분증)가 필요합니다.
  • 공탁금 액수에 따라 필요 서류가 간소화 될 수 있습니다. 소액일 경우 인감증명서나 인감도장 등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 피의자와 피해자간에 합의가 필요할 때, 공탁금을 찾는 것이 합의가 된 것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합의는 하기 싫지만 공탁금은 찾고 싶다면, 출납요청서의 '청구 및 이의사유'란에 그 사실을 적어주어야 합니다.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공탁 수락' 이라고 쓰거나, '형사상 위로금의 일부로 공탁 수락' 이라고 써야 오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공탁계에 있던 공무원도 이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 은행에서 공탁금을 찾을 때, 현금 또는 수표로 찾거나 계좌로 이체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꼭 법원 안에 있는 은행의 계좌가 아닌 다른 은행의 계좌로 이체해도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나 봅니다. 저는 모르고 그냥 신한은행 계좌로 받았습니다. 주거래 계좌는 다른 은행이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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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1. 보통 한번 떼이면 받기 힘들다고 하던데... 이렇게도 처리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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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극악 님/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도 소액이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네요. 그냥 소중한 경험한 셈 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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