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스스로 IE6에 빨간 X를 칠해야 할 때 -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IE6 퇴출운동

by H.F. Kais | 2010. 8. 28. | 2 comments

관련기사 : 한국MS, 보안 높이려 '퇴출운동' (한겨레, 2010-08-26)
이벤트 사이트 : Internet Explorer 8 이벤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지금으로부터 약 일년 전, 구글은 유튜브의 IE6 지원이 중단됨을 알리는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그것도 'IE6를 통해 유튜브에 접속한 사람들' 에게 직접적으로 말입니다. 이후에도 구글은 차츰 그들의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들에서 IE6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습니다. 외국에서는 'IE6 no more' 같은 캠페인도 벌어졌고, 좀더 극단적으로 'IE6 must die' 를 주장하는 사이트도 생겼습니다. 설상가상으로 IE6의 보안취약점을 이용한 해킹공격이 잇따르면서, IE6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습니다. 보안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 IE6의 보안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 유튜브의 IE6 지원중단 메시지로부터 약 일년 만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직접적인 IE6 퇴출 캠페인이 시작되었습니다.

 

늦은 감 없지 않은 캠페인

한국MS는 이번 캠페인보다 훨씬 전부터 업그레이드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만, 그 초점은 어디까지나 IE8에만 맞춰져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파이어폭스나 사파리, 크롬 같은 후발주자들과의 비교에서 IE8이 우위에 있는 점들만 내세웠을 뿐, 자사의 구형 브라우저인 IE6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죠.

국내의 굵직굵직한 사이트들과 제휴하여 IE8 업그레이드 캠페인을 펼쳤습니다만, 반응은 그리 신통치 못했던 모양입니다. 사용자들로 하여금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데 실패한 것이죠.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그저 자신이 이용하는 사이트가 화면에 잘 나오면 그것으로 그만일 뿐, 그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구글을 필두로 여러 인터넷 사이트들의 지원 중단 선언, 파이어폭스와 크롬 등 후발 웹브라우저들의 선전, 잇따른 해킹사건에 의한 사용자 보안의식 성장 등 가만히 있기엔 상황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자신들이 만들어낸 것을 자신들이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죠. 스스로 IE6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참고할만한 인텔의 286 Red X 캠페인

IE6가 출시된 지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그래도 자사의 구형 제품을 스스로 비판하는 건 힘든 일입니다. 한국MS의 IE8 이벤트 페이지에는 '익스플로러6 vs 익스플로러8 비교하기' 란 이름의 링크가 있는데, 이 페이지에서도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아무리 10년 된 구형이라고 해도, 자사의 제품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건 어렵겠지요. IE6의 특정기능 지원여부를 두고 '사용 불가' 란 표현을 쓰는 것도 꽤 힘들었을 것입니다.

IE6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MS를 보며, 저는 꽤 오래 전부터 한 가지 캠페인이 계속 생각났습니다. 바로 인텔의 '286 Red X' 캠페인이 그것이지요.

Early Intel Inside Ad "286 Red X"

인텔의 CPU 브랜드인 '286' 숫자 위에, 빨간색으로 'X'자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이제 286은 끝났다, 286은 틀렸다 등등으로 해석되겠지요. 파격적인 내용의 이 광고는 1989년, 미국의 주요 일간지를 통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광고를 낸 건 바로 인텔이었죠.

새롭게 개발된 386 CPU에 대한 소비자들이 관심이 저조하자, 아예 자사의 구형 제품을 스스로 부정하고 나선 것입니다. 더불어 기존의 CPU 광고들이 컴퓨터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것에 반해,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라는 점에서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캠페인이 대성공을 거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고요.

즉, MS 스스로 IE6에 빨간 X 칠을 하라는 말입니다. 10년 전에 개발된 프로그램의 보안성능이 떨어진다 해서, 그걸 현 시점에서 비난하거나 깎아 내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프로그램이 아직까지 쓰이는 걸 비판해야지요. 과감하게 IE6에 빨간 X 칠을 하고 새로운 브라우저인 IE8, 아니면 그 다음 세대인 IE9를 내세워야 합니다. 인터넷 캠페인은 물론이고, TV와 지면 광고도 해야지요. 어정쩡하게 밍기적거려봤자 후발주자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길 뿐입니다.

 

점유율 1위의 책임

Internet_Explorer_logo_old

다른 나라들은 어떨지 몰라도,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IE의 점유율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ActiveX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사용자'도 분명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인터넷 = IE'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업데이트, 패치 등에 대해 전혀 무감각한 사용자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들로 하여금 안전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IE의 역할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미 10년 씩이나 IE6를 써오면서 보안 따윈 신경도 안 쓸 정도로 무감각해진 사용자들을 일깨울 책임이 IE엔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IE6에서 IE8로의 업그레이드만을 종용하는 캠페인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MS가 브라우저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여전히 시장에서 1위로서 선전하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젠 인터넷 사용자들이 어떤 브라우저를 쓰느냐 뿐만 아니라, 어떤 브라우저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합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의 많은 노력이 요구됩니다.

댓글 2개:

  1. 복돌게이들도 업뎃해주면많이슬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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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ustin3:16 / 복돌여부 상관없이 IE8은 그냥 설치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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