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컬러에 얽힌 두 가지 일화

by H.F. Kais | 2011. 1. 3. | 0 comments

색깔만 보고 헷갈렸어!

저는 주로 국민, 우리, 신한 세 은행의 인터넷 뱅킹을 씁니다. 어느 날 신한은행에서 돈을 이체할 일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이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보안카드 숫자가 자꾸 틀리다고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숫자 하나하나 확인해서 입력했는데, 몇 번을 틀리다고 나와 정말 이상했습니다. 중간에서 암호화를 해주는 액티브X가 고장 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웹브라우저나 은행 서버가 이상한가 싶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문제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엉뚱하게도 신한은행이 아닌, 우리은행의 보안카드를 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카드에 버젓이 은행 이름이 적혀있었지만, 지갑에서 1/3 정도만 꺼내놓고 보다 보니 그만 헷갈리고 만 것이지요. 그날따라 보안카드 숫자들이 죄다 뒤쪽이었던 것도 한 몫 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색' 이었습니다. 국민은행은 노란색과 갈색을 쓰지만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공통적으로 파란색을 쓰지요. 글자보다는 색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니, 그만 착각하고 만 것입니다.

 

남자화장실 표지가 분홍색?

다소 불편하게 되어있긴 하지만, 이화여대에도 남자화장실이 있기는 있습니다. 여기서 불편하다는 건 '사용자 입장을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제대로 된 남자화장실이라면, 문을 열자마자 바로 소변기 쪽이 보이지는 않죠. 그나마 외부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ECC의 경우 남자화장실 구색은 그럭저럭 갖추고 있는데, 재미있게도 화장실 안내 표지판이 옅은 분홍색입니다. 처음 보고선 '여기가 남자화장실 맞나' 하고 다시금 쳐다보게 됩니다.

Fail Restroom sign

어느 날 ECC에서 공부하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몇 번을 봐도 어색한 분홍색 안내표시를 다시 확인하고 남자화장실에 들어섰는데, 화장실 칸막이 안쪽에서 어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도 아닌 일반 방문객이었습니다. 일을 보면서 전화통화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곧 물을 내렸는데, 아무래도 마주치면 엄청 뻘줌할 것 같아서 얼른 나와버렸습니다.

일도 못보고 나오면서 바로 옆 여자화장실에 사람이 많은지 슬쩍 봤습니다. 여자화장실에 사람이 많아서 빈 남자화장실에 들어갔으려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정확한 사연은 당사자에게 직접 들어봐야 확실하겠지만, 추측컨데 아마도 화장실 안내표시를 잘못 보고 들어간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더구나 그 남자화장실은 소변기가 안쪽에 위치한 구조라 헷갈릴 여지가 충분하죠.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위 그림에서 보듯이 의외로 치마 모양의 차이밖에 없는 화장실 표지의 모양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똑같은 색에, 그마저도 흐릿하다면 더더욱 구별하기 어렵겠죠.

 

 

일전에 '교과서에 등장하는 남자 아이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내용의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옳은 말입니다. 이런 건 개인의 취향으로 봐야 할 것이지, 성별로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옳은 것이 편리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얼마든지 남자화장실 안내표지에 분홍색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색 외에 다른 디자인적 요소에서 구별점을 찾기가 어렵다면, 꽤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CC 화장실의 경우도 흐린 분홍색을 그대로 쓴 채, 다른 부분에서 뚜렷이 구별되는 디자인적 요소를 첨가했다면 시각적으로도, 실용적으로도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여러분 주위에도 이런 경우가 있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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