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고유주소의 이원화

by hfkais | 2012. 1. 15. | 2 comments

과거엔 PC 앞에 앉아 웹서핑하는 시간을 가졌다면, 최근에는 따로 '웹서핑하는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패드와 같은 모바일 기기의 발전으로 사실상 24시간 웹서핑이 가능해진 탓이겠죠. 게다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연결된 타인들은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한 링크를 끊임없이 제공해 줍니다. 결국 스마트폰의 고해상도 화면과 항상 접속 가능한 3G 및 WiFi 인터넷,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전달되는 수많은 링크들은 우리들을 아주 잠시라도 인터넷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당장 저만 하더라도 버스 탈 때, 밥 먹을 때,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어떤 텍스트나 링크들을 끊임없이 찾고, 누르고, 보고 있죠.

괜찮다 싶은 링크들은 따로 저장해 두는 편입니다. 웹브라우저의 북마크를 이용하기도 하고,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되었을 경우 별표(favorite)를 하기도 하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봐도 좋겠다 싶은 링크는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합니다. PC로 보다 스마트폰으로 보기도 하고, 반대로 스마트폰으로 보다 PC로 보기도 합니다. 비록 나중에 다시 찾는 경우보다 북마크 해두고 쳐박아두는 경우가 훨씬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예전에 저장해둔 링크들을 다시 찾아보곤 합니다.

어느 주말, 저는 북마크 및 별표 해둔 링크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다시 살펴보기도 하고, 괜찮은 것들은 따로 추려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위해서였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트위터를 통해 별표 해둔 트윗들,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들 속에 담긴 링크를 열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꽤 불편한 경우에 봉착했습니다.

 

요즘 웹사이트들은 대부분 모바일 페이지를 따로 지원합니다. 스마트폰과 같이 화면이 작은 모바일 장치에서도 콘텐츠를 원활히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저는 지금 PC로 그 링크들을 보고 있는데, 링크를 저장할 당시의 기기가 스마트폰이다보니 막상 열린 링크가 죄다 모바일 페이지였던 것입니다.

A라는 콘텐츠가 있고 그것을 담은 웹페이지가 있을 때, 요새는 대개 두 개의 고유주소를 갖게 됩니다. 하나는 오리지널이라 볼 수 있는 PC용 웹페이지, 또 하나는 모바일 페이지가 그것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웹사이트에서 이 두 페이지 중 어느 것을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프로세스는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사용자 접속 > 오리지널 주소(PC용 화면) > 접속한 장치가 PC인가? 모바일인가? > PC용 또는 모바일 페이지로 리디렉션

 

접속에 사용한 장치가 PC라면 원래 페이지를, 모바일 장치라면 모바일 페이지로 리디렉션 시켜줍니다. 흔히 자바스크립트 등을 이용해서 사용중인 웹브라우저를 파악한 뒤 대처하지요. IE8이라면 PC 웹으로, iOS용 사파리라면 모바일 페이지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반대의 경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즉,

 

사용자 접속 > 모바일 주소(모바일 화면) > 접속한 장치가 PC인가? 모바일인가? > PC용 또는 모바일 페이지로 리디렉션

 

이런 식의 프로세스를 갖춘 곳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웹사이트 내에서, 하나의 콘텐츠가 가지는 고유주소가 두 개로 이원화 되어버린 것입니다. 모바일 페이지의 운영이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콘텐츠 포장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은 그것이 반만 이루어진 경우라 볼 수 있겠습니다.

SNS에서 흔히 쓰이는 bit.ly와 같은 단축주소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단축주소들은 그 주소 자체만으로 어떤 콘텐츠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단지 다른 주소로 재연결해 줄 뿐입니다. 그것이 PC용 웹페이지든, 모바일용 페이지든 말이죠. 단축주소는 중간 경로일 뿐, 최종 목적지가 되지 못합니다.

 

사실 클릭 한번만 더 하면 별로 문제거리도 안될 일이긴 합니다. 모바일 페이지라고 해도 화면 어딘가에는 'PC화면으로 보기' 버튼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한편으론 PC용 웹페이지와 모바일용 페이지의 레이아웃(포장?)이 다르기 때문에, 비록 콘텐츠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각기 다른 주소를 갖는 것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건 의외로 쉬울지도 모릅니다. 모바일용 웹페이지에도 스크립트를 넣어주면 될 일이지요. 아니면 동일한 주소에서 PC용 / 모바일용 페이지를 각기 따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왠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일한 콘텐츠에 각기 다른 고유주소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내용은 같지만 구성은 다를 수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 등에 대해서는 좀 깊게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유주소(permanent link)'는 과연 '고유' 할 수 있을까요?

댓글 2개:

  1. 퍼머링크가 진정 퍼머링크가 될 수 있는 날, 컨텐츠에 대한 접근이 좀 더 정확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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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wang-soo Park / 한편으론 복제와 전송이 쉬운 디지털 콘텐츠에서... 단순히 퍼머링크 자체가 그 콘텐츠를 대표한다 할 수 있을지, 콘텐츠의 정체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최근에 공각기동대 시리즈를 봐서 이러나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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