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프라이드 울컥거림 및 시동 꺼짐 현상 해결!

by hfkais | 2012. 11. 18. | 9 comments

저희 집엔 아주 오래된 자동차가 한 대 있습니다. 바로 구형 프라이드인데요, 1990년식이니까 무려 20년도 더 된 차량입니다. 프라이드의 생산기간이 1987년~2000년 이니, 길거리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구형 프라이드들 중에서도 엄청난 고참인 셈이지요.

프라이드 90년식

구형 프라이드는 초기형이나 후기형이나 겉모습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대체로 1990년 이전 초기형 모델들에는 1300cc 카뷰레터 엔진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품이 기계식으로 작동되지요. 그 이후 모델들에는 전자제어식 엔진이 장착되었습니다. 길에서 볼 수 있는 구형 프라이드들이 대부분 전자식 엔진을 사용한 후기형 모델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할아버지뻘 되는 차량인 셈이지요.

 

최근 잦아진 울컥거림 현상 및 시동 꺼짐 현상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잘 타고 다니다, 여름을 지나면서 문제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잘 달리다 엔진이 울컥울컥 하더니 시동이 꺼져버리는 현상이었지요. 처음엔 가끔 그러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 빈도가 점점 잦아졌습니다. 증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동을 걸 때나 공회전 시엔 문제 없음
  • 약 50km 이하에서 천천히 시내주행 땐 문제 없음
  • 3000~4000rpm 이상 회전수를 올리거나, 약 70km 이상 주행시 엔진이 울컥거리다 꺼짐
  • 오르막길에선 rpm이나 속도가 낮아도 엔진이 울컥거리다 꺼짐

대략 이런 증상들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평상시에도 약간 의심스러운 이상증상이 보였는데요, 

  • 시동이 한번에 걸리지 않고, 스타터모터를 한번 돌린 뒤 연료통 쪽에서 '꼴꼴꼴' 하며 연료 들어가는 소리가 남 (거의 주말에만 모는데, 일주일 만에 시동걸 때).
  • 이 '꼴꼴꼴' 하는 소리가 멈추고 나서 시동을 걸면 잘 걸린다. 소리가 계속될 때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 주행 중 시동이 꺼지고 나서 차를 멈춘 뒤 잘 들어보면 가끔 '꼴꼴꼴' 소리가 들린다.

위와 같은 증상들을 겪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연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료계통, 그 중에서도 연료펌프 문제일까?

그래서 열심히 프라이드의 연료계통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연료통 속의 연료모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연료모터만 교체해주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차는 카뷰레터 엔진을 쓰고 있죠. 전기로 움직이는 연료모터? 카뷰레터 엔진엔 그런 거 안 어울립니다. 해외 사이트까지 열심히 뒤져보니, 카뷰레터 엔진엔 기계식 연료펌프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Image Source: http://forums.vintage-mustang.com/vintage-mustang-forum/604882-can-mechanical-fuel-pump-over-pressurize-2.html

대략 이런 원리입니다. 엔진이 돌아가면서 캠 비슷한 것을 돌려, 말 그대로 '펌프질' 해서 연료를 공급하는 식입니다. 얼핏 보기엔 어렸을 적 시골 물펌프 비슷한 것 같네요. 원리는 비슷해 보입니다.

비록 고장 날 일이 거의 없는 기계식이라곤 하지만 연료펌프 외에도 연료통 자체나 연료파이프의 문제도 충분히 의심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차가 20년도 넘은 차라는데 있었습니다. 몇몇 소모품을 제외하곤 부품 구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폐차장 뒤지는 것도 한계가 있거니와, 더군다나 구형 프라이드 중에서도 구형인 카뷰레터 모델용 부품은 더더욱 구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엔진 정비 전문가를 만나러...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친구이신 엔진 정비 전문가 아저씨께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동네 카센터 조수로 시작해서 대형 제조사 정비공으로 스카웃되어 해외연수까지 다녀왔다는 분인데요, 지금은 직접 정비소를 차려 운영 중이십니다. 사실 이 프라이드를 중고차로 처음 데려왔을 때 엔진에 문제가 좀 있었는데, 여러 정비사들도 못 고친 걸 싹 고쳐내신 분이기도 합니다.

정비소
▲ 울컥거리는 프라이드를 몰고 거의 30분을 달려 찾아간 곳. 다행히 수리 중이던 차의 정비가 거의 끝나 바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공회전 상태의 소리를 들어보시더니, 소리가 이상하다면서 바로 장비에 연결했습니다. 요상한 그래프가 움직이는 화면을 잠깐 보더니 이내 스파크 플러그에 이상이 있다고 하시네요. 그쪽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4번 플러그에 이상이 있으니 그쪽 실린더에 카본이 많이 끼었을 거라고 합니다. 플러그를 뽑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1, 2, 3번 플러그에 비해 시커먼 게 잔뜩 묻어있는 4번 플러그가 뽑혀 나옵니다.

image
▲ 뽑아낸 점화플러그들

확인 결과 점화코일에까지 문제가 있는 상태. 점화코일 자체에 녹도 좀 슬었고, 코일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커버에 금이 가 그 사이로 스파크가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딱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 앞에서 불꽃이 번쩍이는 게 보이더군요. 점화코일을 교체해야 했으나, 아시다시피 이 차는 20년 된 카뷰레터 모델입니다. 부품점에 연락해봐도 부품이 있을 리가 없죠. 오히려 '그런 차가 아직도 있냐'며 부품점 사장님이 놀라워 합니다.

아저씨께서 갑자기 창고 구석을 뒤적이더니, 네모난 부품을 하나 가지고 오셨습니다. 딱 봐도 프라이드의 점화코일과는 생긴 게 다른데, 요즘 차에 달리는 점화코일이라고 합니다. 이걸로 연결해보자 하시더니 뚝딱뚝딱 연결합니다. 그리고 시동을 거는데, 맙소사! 매우 잘 걸리네요. 단점이 있다면 타코미터(회전계)를 쓸 수 없다는 점. 원래 부품이 아니라서 그런지 바늘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플라스틱 재생용 본드(?) 같은 것으로 점화코일의 갈라진 틈을 메꿔 해결. 아직은 점화코일이 불꽃을 낼 수 있으니 좀 더 타보고, 이상이 생기면 다른 차의 점화코일 부품으로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점화코일 손보고, 점화플러그와 점화케이블을 교체하여 전력계통을 손봤습니다.

 

다 고친 줄 알았는데...

수리를 마친 뒤 짧게 시운전해보니 확실히 소리부터가 다릅니다. 액셀을 밟을 때 좀더 묵직하게 치고 나가는 느낌입니다. 다 고쳤다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속도를 좀 내자 또 기존의 울컥거림 증상이 나타납니다. 결국 다시 카센터 행.

아저씨께서 직접 시운전해 보시더니, 이건 연료계통 문제라고 하시네요. 고속, 고rpm에 맞춰 연료를 뿌려주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그러더니 당장 연료필터를 뽑아봅니다. 투명한 연료필터 안이 분홍색이네요. 이게 다 녹물이랍니다. 필터를 꺼내 에어건으로 불어보니, 바닥에 떨어진 연료에서 휘발유는 금세 날아가고 고운 녹가루만 묻어납니다. 연료통에 녹이 슬면 이럴 수 있다고 하네요. 연료필터를 교체해야 하는데, 현대기아차용 새 필터를 꺼내보니 파이프 구경이 안 맞네요. 결국 비슷한 구경을 가진 GM차용 연료필터로 교체. 이런 식으로 없는 부품은 여기서, 안 맞는 부품은 저기서 끌어 붙이다 보면 몇 년 후엔 엔진룸에 이상한(?) 게 들어찰 지도 모르겠네요.

연료필터를 교체하면서 갑자기 연료파이프로 에어건을 들이밀어 공기를 주입합니다. 차 뒤쪽에서 뭐 나오는 거 없는지 잘 살펴보라고 하시네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주유구 안쪽에서 기름이 뚝뚝 떨어집니다. 연료통에 구멍난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이게 숨구멍 이라네요.

연료가 엔진으로 들어가고 나면 그만큼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 공간이 진공상태로 되는 걸 막기 위해 숨구멍이 있는 거라고 합니다. 차가 오래되어 숨구멍이 막히면 연료통의 빈 공간이 진공상태로 되어 엔진쪽에서 기름이 잘 안 빨릴 수 있다네요. 달리다가 또 울컥거리면 주유구 캡을 살짝 느슨하게 잠궈보라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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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프라이드의 전력계통과 연료계통을 손봐서 차가 쌩쌩해 졌습니다. 확실히 페달 밟는 느낌이 다릅니다. 응답도 제깍제깍 오고요. 쭉쭉 뻗어나가는 게 신나네요.

수리한 곳 : 강화 길상정비공업사

댓글 9개:

  1. 왜 대단하시네요.. 저도 1991년 부터 2002년까지 10년 조금 넘게 탔는데 결국 길에서 퍼지면서 폐차 했습니다.. 오랜만에 프라이드 보니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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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 혼자 탄 건 아니고요, 친척-아버지-저 이렇게 내려왔네요. 고물차이긴 해도 아직 탈 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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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한테...넘기십쇼..프라이드 수배만 근 일년째입니다..ㅠㅠ 조만간 훔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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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각보다 길거리에 프라이드 많이 보이던데요~ 것도 다 95년식 이후 마지막 세대들 ㅎㅎ 잘 찾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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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상하네요 지금도 구형프라이드 점화플러그를 인터넷에서 파는데 12년도엔 당연있었을것인데?? 연료필터 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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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경우는 점화플러그가 아니라 점화코일이라고, 플러그 전단계에서 전기를 파박 튀겨주는(?) 부품이라 하더군요. 플러그는 소모품이고 규격품이라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코일은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연료필터도 찾아보면 있기야 있겠지만 카센터 사장님의 센스로 비슷하게 호환되는걸 찾아 바로 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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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제차가 지금딱!! 그런현상입니다 울컥거리고 덜ㄹ덜덜..시동은 꺼지지 않습니다 점화플러그.연료필터.부품은있네요..연료통을뜯어보니 녹물이 잔뜩합니다 95년EGI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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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대단하시네요, 내년이면 벌써 25년이라니... 전 프라이드 EGI 차량은 타보질 못해서 궁금하긴 하네요. 제 프라이드는 몇 년 전에 팔았답니다. 중고차 업자가 살려보겠다고 가져갔는데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있을지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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