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3.

스팀청소기로 키보드 다리기

어느 날 문득, 나는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에 대해 불편을 느꼈다. 약 6년이란 시간 동안 키스킨은 이미 다 찢어진 채 버려졌고, 키보드 테두리와 대부분의 키들엔 이게 때인지 변색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의 누런색이 입혀져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끈적끈적한 느낌. 그러다 갑자기 머리를 스쳐지나간 생각. '스팀청소기로 키보드를 청소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자주 가는 컴퓨터 커뮤니티에 이와 같은 생각을 올렸고, 몇몇 고마운 분들의 댓글을 통해 '해볼 만 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 글은 위 생각을 반은 호기심에, 반은 장난삼아 실행에 옮긴 것에 대한, 결과이다.

준비물

  1. 한xx 스팀청소기 (다른 회사 것도 상관없을 듯)
  2. 약 6년 간의 사용 끝에 누렇게 변색되고 때가 탄 싸구려 멤브레인 키보드
  3. 휴지, 안경닦이 등등 잡동사니.

실험과정

  1. 키보드를 본체에서 분리한다. (합선위험)
  2. 스팀청소기에 물을 붓고 작동시킨다.
  3. 수증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키보드를 다려(?)버린다.
  4. 남은 물기를 잘 닦아준다.
  5. 혹시 모를 수분제거를 위해 공중에서 키보드를 휘두른다(?).

몇 분들의 리플을 통해 '그냥 전원을 켠 채로 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무리 작은 전압과 전류라 해도 일단 전기기기에 수분이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았다. 그래서 본체의 전원을 내리고 키보드 케이블을 분리했다. 전에 키보드를 잠깐 분리했을 때 기억으론 기판 위에 고무판이 씌워져 있었기 때문에(멤브레인 방식), 개의치 않고 청소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스팀청소기라고 해도 분출된 수증기가 뭉쳐서 물방울이 되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청소기를 살 때 준 초극세사 걸레를 청소기 하단에 부착했다. 물론 세탁한 걸레이며, 이 걸레를 통해 물방울이 직접 키보드 위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했다. 수증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키보드 위에서 5~6번 정도 왔다갔다 하며 청소를 했다. 표면에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는 것은 휴지와 안경닦이로 닦아주었다.

실험결과 당시 그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많은 분들이 결과를 궁금해하셨지만, 안타깝게도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효과는 있었다. 바로 키보드가 뽀송뽀송 뽀드득해진 것이다. 이전엔 키들이 손때에 먼지에 기름에 절어 끈적거렸지만, 지금은 잘 닦인 접시처럼 뽀드득거린다.

개인적으론 꽤 만족하고 있다. 키보드는 역시 손에 닿는 느낌이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스팀청소기로 키보드를 다려버리는 이 방법은 개인적으로 멤브레인 키보드에만 추천하고 싶다. 기계식이나 다른 방식의 키보드에선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라고 해도 그날 재수가 안 좋으신 분은 키보드가 오작동 할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전 책임지지 않습니다 :D ).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키보드에서 각 키들만 분리해낸 뒤 스팀청소기로 청소하는 게 좋을 것 같다(귀찮고 용감하신 분들은 그냥 위의 방법대로 해도 괜찮을 듯). 이렇게 하면 오래되어 때에 찌든 키보드도 뽀송뽀송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아울러 세균제거 효과도?). 물론 이 글은 스팀청소기로 한번 다려진 키보드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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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1. 전 키스킨을 쓰기에 간단히 키스킨만 바꾸면 되죠..
    스팀청소기로 키보드 다리기..
    다른 것도 하면 재미있을 듯...^^
    (메인보드 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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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즘에 키스킨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키보드 레이아웃도 조금씩 다르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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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질문하신 물건들은 '폴라공구'에서 판매합니다 ^ ^
    네이버에서 검색해보세요 ^ ^
    깔끔한 블로그가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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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헉!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 있었네요
    따라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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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한때.. 세탁기에 넣어볼까 생각해봤습니다..

    허나..

    말릴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동안 컴을 못하니 보류..

    흠.. 지금은 스팀세탁기에 건조기능까지 있는데..

    다시한번 해볼까 하는 욕구가 느껴집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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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키보드의 키만 빼서 세탁기에 돌리는 방법이 좋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키보드 자체를 넣는건 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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