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구글 애드센스의 대출광고에 대해 글을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블로그에 삽입된 애드센스 광고에서 대출광고를 없애보자는 것이었는데요, 오늘은 그 뒷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부업체와 대출광고, 그리고 애드센스
예전 이야기부터 꺼내볼까요. 한때 유명 연예인들의 대부업체 광고 출연이 논란거리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전부터 그래오긴 했지만, 대부업체에 대한 비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기도 하지요. 구글 애드센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애드센스 광고에 대출광고가 나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비난했었습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대부업체와 대출광고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썼던 블로거들의 애드센스 광고에서 대출광고가 버젓이 노출되는 해프닝도 있었지요(몇몇 분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글을 쓴 블로거를 욕하시던데, 애드센스에 대해 약간이라도 아신다면 전혀 욕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죠).
경쟁 광고 필터
이때 많은 분들이 자신의 애드센스에서 대출광고를 막기 위해, '경쟁 광고 필터' 라는 것을 썼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대출광고의 URL을 알아내서, 필터링 리스트에 올려버리면 끝이죠. 그럼 애드센스에서 자동으로 해당 URL이 포함된 광고는 차단을 하게 됩니다 (필터링에 대한 자세한 방법은 '내 블로그에서 대출 광고를 없애자! - 애드센스 대출 광고 필터링 리스트'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처음 대부업체들의 URL을 알아내서 차단을 했을 땐, 그것만으로 끝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뭔 대부업체가 그리도 많던지요. 나중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대부업체들까지 애드센스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모조리 URL을 알아내서 차단시켜 버렸습니다. 이전에 쓴 글 내용에 '대출'이란 글자가 많이 들어가서, 대출광고들의 주소를 알아내기는 쉬웠습니다. 어차피 회사의 갯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주기적으로 찾아내서 차단해 버리면 언젠가는 '대출광고-Free!'를 외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위장 도메인? 복수 도메인?
어느날 문득 이전 글을 보니, 분명히 전에 차단시킨 D대부업체의 광고가 버젓이 노출되고 있었습니다. 황급히 차단리스트를 살펴보니, 분명 차단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대체 왜 차단이 안먹힌건지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co.kr 이었고, 하나는 .com 이었습니다. 즉, 도메인이 달랐습니다.
네, 분명 같은 대부업체이고 똑같은 내용의 대출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도메인이 달랐습니다. 애드센스 경쟁 광고 필터에서는 전적으로 도메인에 의존해 광고를 차단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없이 광고가 노출될 수 있었던 겁니다. 애드센스 프로그램이 보기에 도메인이 다른 두 광고는 서로 전혀 상관없는 광고가 될 수 있었던 거지요.
어찌보면 애드센스 프로그램의 약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도메인만 계속 바꿔버리면, 애드센스 게시자에 의해 차단될 일이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상을 대부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왼쪽 스크린샷은 제 애드센스 경쟁 광고 필터에서 차단된 도메인 리스트의 일부입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도메인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특히 대형업체들이 도메인 만들기가 유독 심합니다. 도메인만 봐도 대충 어느 회사인지 아실 것입니다. 이 도메인들을 통해 광고되는 내용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클릭하면 대출회사의 대출안내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이 업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규모만 좀 다를 뿐, 여러 개의 도메인을 만들어 애드센스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애드센스 프로그램을 블로그에 게시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는 매우 짜증나는 일입니다. 잘라도 잘라도 끝이 없는 메두사의 머리 같다고나 할까요.
위에서 언급했던 '대출광고를 비판하는 블로거의 애드센스에 대출광고가 노출됐던 해프닝'도 이런 연유로 인해 벌어집니다. 블로거는 경쟁 광고 필터를 통해 나름대로 막았다고 안심하고 있는데, 비슷한 도메인의 다른 광고가 또 떡하니 나와버리는 것이죠. 애드센스 게시자로서 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닐까 싶습니다.
비슷한 도메인, 비슷한 내용, 각기 다른 도메인 소유자
위에서 언급했던 복수 도메인들에 접속을 해보면, 비슷비슷한 홈페이지가 나타납니다. 아마 비슷한 도메인들 중 한두 개 정도는 해당 대부업체의 공식 사이트로 연결될 것이고, 나머지들은 모두 비슷한 사이트로 접속될 것입니다. 공식 사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사이트들은 대부분 비슷한 모양새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보입니다. 바로 각 사이트 구석에 위치한 '이름' 인데요, 각 대부업체의 대출관련 상담원 이름입니다. Loan Planner(LP), Credit Planner(CP)라는 이름의 직책을 맡고 있네요. 똑같은 홈페이지에, 똑같은 내용을 담고서도 사이트 구석의 이름만 바꿔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니홈피 같은 느낌이군요.
또한 비슷한 도메인들을 각각 WHOIS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소유자가 모두 다르게 나타납니다. 도메인 소유자는 대부업체의 대출관련 상담원이겠지요.
예전엔 상담원들이 전화나 전단지를 돌려 대출상담을 받았다면, 요즘엔 각 대부업체의 상담원마다 별도의 사이트와 도메인을 갖고, 애드센스 광고까지 해가면서 대출상담을 받는 모양입니다. 그럴듯한 직책명과, 그럴듯한 포장을 내세워서 말이죠. 겉보기엔 각 상담원 개인에 의한 사이트처럼 보이지만, 회사차원에서 사이트 운영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특히 D업체와 H업체).
맺으며
물론 대출, 대부업 자체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급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잘 포장해도 아직까지 사회에서 그다지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며, 좋지 않은 사례들도 종종 나타나곤 합니다. 그리고 애드센스 게시자들 중엔 자신의 사이트에서 대출광고가 나타나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부업체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비슷한 도메인 여러개를 이용해 필터링을 무력화 시키는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각 사이트와 도메인의 주인이 다르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엔 그저 똑같은 대출광고일 뿐입니다. 구글 애드센스에서 도메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으면 좋겠지만, 당장에는 도메인으로 막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서도 '대출'과 '대부업'이라는 글자가 꽤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전 글 처럼 대출 광고가 덕지덕지 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부분 필터링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대부업체의 상담원들이 계속 도메인을 만들어 광고한다면 막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벌써 대출관련 필터링 리스트 항목이 90여 개를 넘어섰네요. 막을 수 있는데 까지는 막아볼 생각입니다. 제 사이트에 들어오시는 분들께 대출광고는 별로 유익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대출광고에는 @대부업체나 사업자의 이름 @대부업 등록번호 @금리 및 연체이자율 @추가비용이 있을 경우 그 내역 @대부업 등록을 한 시`도의 명칭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적어야 합니다. 이런 기본적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광고도 많은 것 같아요. 이 경우 대부업법 위반으로 처벌대상입니다. -민주노동당 민생지킴이
답글삭제아 그렇군요. TV광고나 신문광고에서는 그런 것들을 본 것 같은데, 인터넷 대출광고에서는 보지못한 것 같습니다. 코멘트 감사합니다.
답글삭제그래서 전 애드센스를 안달고 있습니다 ;;;
답글삭제그렇군요. 좋은 지적이십니다. 허술하게 보고 넘기던 대목입니다.
답글삭제덕분에 접속제한사이트목록이 20개쯤 추가되었습니다.^^
답글삭제근데 google.com도 있네요. 추가할뻔했어요.ㅋㅋ
dcafe 님 / 저는 아주아주 조금씩이나마 쌓여가고 있는지라..ㅎㅎ
답글삭제hojai 님 / 칭찬 감사합니다.
연재 님 / 제가 쓰는 필터링 목록이 약 90~100개 정도 됩니다. google.com은 개인적인 선택에 의해 차단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