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자제품을 웬만하면 고장 날 때까지 오래오래 쓰는 편입니다. 집에는 7년 된 17인치 CRT모니터가 아직도 현역이고요, 휴대폰도 올해로 5년 째 쓰고 있습니다. 프린터도 무척 오래 썼는데요, 캐논의 잉크젯 프린터를 7년 째 쓰고 있습니다. 가끔 사용하는 모니터와는 달리 아직도 자주 쓰고 있지요. 그런데 며칠 전 작은 해프닝이 일어나, 오늘은 그 이야길 써볼까 합니다.
Canon i255 간단한 소개
제가 사용하는 프린터는 캐논의 i255란 제품입니다. 정식 명칭은 아마 캐논 버블젯 XNU i255 였을거예요. i시리즈는 과거 버블젯 S시리즈와 현재의 PIXMA 사이에 위치한 과도기적 시리즈로, 제품모델도 몇 개 없었습니다. 두 개 였던가…? 공간활용에 뛰어난 작은 사이즈를 자랑하던 i255는 나중에 PIXMA P1000으로 이름을 바꾸어 팔리게 됩니다.
용지를 뒤쪽으로 넣으면 앞으로 출력되며, 별도의 용지 받침대는 없습니다. 뒷면 용지받침대는 프린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접어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USB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며, 잉크는 BCI-24B(흑백), BCI-24C(컬러)를 사용합니다. 카트리지는 노즐과 잉크탱크가 분리된 형태를 사용합니다.
아닌 밤 중에 갑자기 오류가?!
어느 고요한 새벽이었습니다. 출력할 문서가 있어서 시험 삼아 한 장을 뽑고, 조금 수정한 뒤 완성본을 뽑으려고 인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 사진에서처럼 초록색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런데 프린터 LED만 주황색으로 깜박거리면서 인쇄가 되질 않았습니다. 컴퓨터에는 "잉크탱크가 가득 찼습니다" 란 오류메시지만 덩그러니 나와 있었습니다. 잉크가 모자라다는 것도 아니고 가득 찼다니? 잉크탱크가 가득 찰 정도로 리필을 해도 잉크가 새어나올 뿐, 이런 오류 메시지는 나온 적 없었는데…. 아무튼 황당한 메시지였습니다.
어쨌든 인쇄는 해야 했기에 프린터를 껐다 켜보고, USB와 전원케이블도 뽑아보고, 컴퓨터를 재부팅 해보기도 하고, 잉크탱크와 노즐카트리지를 분리해보기도 하며 별 짓을 다 해봤습니다. 프린터는 계속 주황색 LED만 깜박거리며 도무지 정상으로 돌아올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결은 구글에서
워낙 오래된 모델이라 캐논 홈페이지에서도 해결책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구글에서 찾은 해외사이트를 통해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은 노즐청소용 잉크패드였습니다. 노즐을 청소할 때 다량의 잉크가 소모되는데, 이 잉크를 흡수하는 패드의 수명이 다 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요새 들어 가끔씩 노즐이 막혀 청소를 자주 해줬더니 패드가 무척 촉촉해진(?) 모양입니다. 프린터에서 그것을 인식하고 인쇄 불가 오류를 표시했던 것이죠. 즉, 오류메시지는 "잉크탱크가 가득 찼습니다" 가 아니라 "잉크패드가 가득 찼습니다" 였던 것이죠. 잘못된 오류메시지에 완전히 낚였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검정색 스폰지 두 개가 바로 잉크패드입니다. 왼쪽은 컬러, 오른쪽은 흑백용이지요. 이 패드가 제구실을 못하면 잉크가 흘러 넘치게 됩니다. 그 뒤는 상상에 맞기죠.
해결책은 무척 간단합니다. 잉크패드 카운터를 리셋시켜주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저가형 프린터에 실시간으로 잉크패드의 잉크량을 측정하는 센서가 별도로 달려있을 리는 없겠죠. 아마 노즐청소를 몇 번 했는가를 기억해 두었다가 오류메시지를 내보내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기억만 지워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죠. 해외 사이트에서 찾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USB케이블과 전원케이블을 모두 분리합니다.
- 전면커버(잉크를 교체할 때처럼)를 엽니다.
- 한 손으로 전원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뒤쪽의 전원케이블을 연결합니다.
- 전원버튼 옆의 LED에 초록색 불이 들어오면 OK. 커버를 닫고 프린터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잉크패드 카운터가 리셋되고,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잉크패드 카운터 뿐만 아니라 프린터 자체를 거의 초기화시키기 때문에, 사용자설정 내용이 모두 초기화 됩니다. 가령 '잉크 말리는 대기 시간'이나 '음소거 모드'등의 설정 값이 모두 초기화됩니다. 물론 프린터 드라이버의 유지관리 탭에서 얼마든지 다시 설정해줄 수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용입니다. 잉크패드의 수명이 다 되었다고 프린터가 알려주었지만 무시하고 계속 쓰는 셈이죠. 잉크패드에서 잉크가 넘쳐 책상을 더럽혀도 그건 어디까지나 사용자 책임입니다. 그래서 전 휴지를 돌돌 말아 잉크패드에 젖어있는 잉크를 어느 정도 닦아내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AS센터에서 잉크패드를 교체하는 것이죠(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였고, 프린터는 아직 건재합니다. 노즐만 멀쩡하면 아직 몇 년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팎으로 때가 많이 탔는데 청소라도 좀 해줘야겠네요.
덧) 이 방법은 캐논 i255와 형제제품인 PIXMA P1000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조심하세요!!제가 프린터 분해한상태로 노즐청소과정을 지켜봤는데 저기 그 잉크패드밑에 긴 호스가 연결되어서 잉크를 빨아내더라고요. 그리고 그 호스는 프린터 뒤쪽쯤에 있는 잉크탱크(라고하지만 그냥 스펀지였음)에다가 잉크를 뿌리더라고요. 지금쯤 꽉 찼을테니 저거만 닦지말고 프린터를 분해해서 뒤에 스펀지에 묻은 잉크를 닦아주세요.
답글삭제(뚜껑만 분해하면 바로 보임)
줄줄새기 시작하면 프린터 부품다 맛감
익명 님 / 오오 고급정보네요! 안타깝게도 이미 프린터를 교체해 버려서 열어보진 못하겠네요 ㅠㅠ 리플 감사합니다.
답글삭제혹시 설치 드라이버 가지고 계신가요?
답글삭제i255 사용중인데 드라이버를 다운받기가 힘드네요
sayip@naver.com 여기로 보내주시면 감사해요 윈7입니다.
캐논코리아에서는 더이상 지원을 안하는 것 같네요... 해외사이트를 찾아보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구글링 해보니 해외 쪽엔 그래도 다운로드 가능한 링크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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