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플은 iTunes U와 iBooks2를 발표하며 미래의 교육시장에 크나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을 예고했습니다. iBooks2를 선보이면서 Life on Earth라는 전자책 교과서를 예로 삼아 소개했는데요, 이 책은 iBooks2의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키노트 영상이나 공개된 사진들을 통해 굉장히 흥미로운 콘텐츠라는 느낌을 받았죠. 오늘은 그 이야길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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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패드를 빌려 iBooks2를 깔고, 스토어에서 Life on Earth를 다운받아 살펴봤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종의 번들 느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무척 높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잠시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요. 선생님들께서는 교과서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했습니다. 사진이나 괘도, 비디오, OHP, 모형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지요. 그래도 부족하면? 직접적인 현장학습이 답이었습니다. 물론 대부분 소풍 정도로 치부되었지만. 그러다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상당수는 컴퓨터 내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지요. 동영상, 파워포인트, 프로젝터 등을 이용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전자책 형태로 묶여, 얇고 가벼운 디바이스 안에 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VHS 비디오보다 훨씬 선명하고 깔끔한 HD급 비디오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게 되었고,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돌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설픈 평면 모식도 혹은 모형으로나 접해야 했던 DNA의 모습을 이제는 3D로 구현된 입체적인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떻게 생성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하는 모습까지도 말이죠. 인터랙션으로 꾸며진 다양한 도표들은 한층 이해를 쉽게 해주고,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1800년대에서 지금까지의 기온변화를 여러 장의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슬라이드를 움직여 어디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가 크겠죠.
사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죄다 기존에 있던 것들일지도 모릅니다. 고해상도 동영상, 인터랙션, 사진 등은 사실 그 자체만으론 그리 새로울 게 없지요.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하나로 모아놓은 모습은, 또 모아놓는 기술은 생각보다 엄청났습니다. 애플에서 이러한 형태의 전자책을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배포한다는데,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해지더군요.
전 애플의 팬도 아니고 애플 제품을 쓰고 있지도 않으며 어떤 면에선 애플의 제품들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전자 교과서를 보면서 '이쯤 되면 아무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런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길 정도였고, 이를 위해 기꺼이 애플의 하드웨어를 사고 싶다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느 한 소프트웨어 때문에 하드웨어까지 갖고 싶어진 적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이쪽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정착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덧) Life on Earth를 다운받으면서 얼핏 봤는데 전체 용량이 1GB나 되더군요. 아마도 고해상도의 이미지 및 동영상 때문에 그렇게 큰 용량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전체 페이지 수는 약 50페이지 정도 됩니다. 내용에 비해 용량이 너무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더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동영상 압축률을 조절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개인적으론 차라리 책에 들어가는 동영상들을 유튜브나 비메오에 올린 뒤 임베드하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트워크 속도나 그에 따른 버퍼링 문제가 있긴 하겠지만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겠지요.
애플의 행로를 보면 참 겁이 날때가 있습니다. 삼성 같은 회사는 생각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비지니스를 여계해 나가니까 말이죠..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대개 아이디어가 좋으면 추진력이 약하거나, 추진력이 좋으면 디테일함이 떨어지거나, 디테일함이 좋으면 큰 틀에선 약하거나 하기 마련인데 정말 이 회사의 제품은 써보면 써볼 수록 감탄을 만들어내는 재주가 탁월한 것 같습니다. 정말 겁이 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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