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후 폭풍이 거센 모양이다. 몇몇 후보자들의 문제로 연일 시끄럽더니, 지금은 한 정당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거린다고 한다. 여기에 낙하산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언론인 파업까지 겹쳐, 정말 혼란스러운 정국이 아닐 수 없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사실 총선 시작 전부터 벼르고 있던 것이다. 이른바 '총선 후보자들의 SNS 활용에 대한 보고서' 쯤 될까. 거창하게 제목을 붙여봤지만 모든 후보자들에 대한 것은 아니고, 단지 우리 지역구 후보자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 한다. 물론 다른 지역구의 후보자들 또한 어떠했는지도 무척 궁금하긴 하다. 아무튼, 선거기간 동안 우리 지역구 후보자들의 SNS를 보고 느낀 것들을 주관적이나마 써내려 본다.
이번 총선에서는 SNS가 크게 주목 받았다. 어떤 당에서는 아예 'SNS 활용지수'를 공천심사에 적극 활용한다고 까지 했다. 전부터 SNS를 써오던 후보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으나, 그렇지 않은 후보자들에겐 발등에 큰 불이 떨어진 셈이었다. 나름 한 가닥 하는 정치인들이 부랴부랴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유권자들을 팔로우하며 '맞팔' 해줄 것을 요구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 중엔 트위터 운영정책도 잘 모른 채 열심히 팔로우만 늘려가며 일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다 계정삭제 당한 정치인도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구에선 총 4명의 후보자가 출마했는데, 이 중 3명이 선거운동에 SNS를 적극(?) 활용하였다. 후보자 별로 사용하는 SNS에 차이는 있었으나 다들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사용하였다. 개중에는 페이스북, 미투데이까지 활용한 후보도 있었으나 업데이트 내용을 보면 대부분 트위터와 똑같은 내용이었다.(때문에 본 글도 각 후보자의 트위터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미리 알려둔다.)
트위터에서는 '리스트'란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 사용자들을 '리스트'에 넣어 따로 타임라인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트위터 클라이언트인 '트윗덱'에서도 이 리스트 기능을 지원하며, 따로 칼럼형식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총선기간 내내 실시간으로 후보자들의 트윗을 살펴볼 수 있었다.
트윗 업데이트 빈도는 모두 그리 높지 않았다.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 열심히 하는가 싶더니, 정작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선 거의 업데이트가 없었고 선거 당일, 선거 후엔 아예 업데이트 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선거만을 위한 일회용 트위터' 인 셈이었다. 세 후보 중 한 명은 그래도 매일매일 업데이트 하였으나, 나머지는 이틀에 한 번도 힘든 모양이었다.
사실 업데이트 빈도가 그 사람의 트위터 활용도를 나타내주는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다. 하루 종일 뻘글만 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고, 일주일에 한 번 핵심만 콕 짚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물론 하루 종일 뻘글만 쓴다고 해서 그게 잘못되었다거나 쓸데없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다양한 위치의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정치인이야 말로 트윗 업데이트 빈도 자체는 별 의미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도 무척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발견하였다. 정책홍보나 소통의 장이라 하기엔 매우 형식적인 혹은 너무 가벼운 내용, 별 의미 없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어떤 후보는 자신에게 유리한 뻔한 소리만 하며 몸을 사리는 느낌이었고, 어떤 후보는 트위터 사용자들을 너무 가볍게 보지 않았나 싶을 정도였다.
여당의 후보는 당 비대위원장으로부터 공천장 받는 사진을 자랑스럽게 트위터에 올렸고, 그것이 다른 것들보다 우선시 되었다.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기도 전에 비대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부터 열심히 홍보했다. 그 사진은 그 후보의 선거홍보 책자에서도 매우 큰 지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트위터에 간간히 올라온 정책홍보 내용들은 모두 선거홍보 책자의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유권자들의 질문이나 멘션에도 반응이 거의 없는 거 봐선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것 같았다. 멘션에 대한 응답도 그나마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 투성이였다. 선거가 끝나자 업데이트 한 번 없더니, 거의 일주일이 넘게 지나서야 당선인사랍시고 하나 올리고 사라졌다. 그 트윗을 끝으로, 당선자의 트위터는 현재까지 개점휴업 상태다.
야당의 후보는 그래도 잦은 업데이트와 친근감 있는 말투로 인해 직접 신경 쓴다는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쪽은 트위터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정책홍보나 유권자들과의 소통보다는 상대후보 비판/비난 트윗이 훨씬 많았다. 자신의 이야기보단 남의 이야기를 더 자주 해, 네거티브 전략이란 느낌을 주었다. 자기 진영 선거운동 활동을 사진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공유한 건 좋았으나, 기껏 후보자의 '잘난 아들'이나 '율동하는 선거운동원' 사진이 전부였다. 유권자 입장에선 대체 뭐 어쩌자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야말로 '어쩌라고'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선거가 끝난 뒤, 패배에 대한 반성의 트윗이랍시고 몇 자 올리더니, 자신을 찍어주지 않은 지역 유권자들을 탓하곤 "그 길을 걷고 싶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퇴트' 했다.
남은 한 후보도 종종 트위터를 업데이트 하긴 했으나, 이쪽도 별다른 내용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마찬가지로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선거가 코앞에 닥치자 열심히 트윗을 올리긴 했으나, 남들 다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결론적으로, 후보자들의 SNS 선거활동에 점수를 매기자면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 같다. 자신들이 할 말만 하고(그마저도 잘 못함), 유권자들의 말은 아예 듣지 않는 모양새가 자주 보였다. 그냥 홍보전단지 돌리듯, 홍보명함 날리듯이 트위터를 사용하는 느낌이 무척 강했다. 다른 지역구의 여러 후보자들과 마찬가지로 트위터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 보였다. 그저 '대세' 라고 하니까 우르르 몰려가서 하는 꼴이었다.
사실 이 지역구 자체가 매우 보수적이고 연령대가 높은 지역인지라 SNS를 통해 어떤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했던 것일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아직까진 많은 한계가 있음을 바로 눈 앞에서 인식했다. 선거 후보자들에게도, 유권자들에게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 서비스들이 어떤 큰 역할을 할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고 말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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