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김포~강화를 잇는 48번 국도를 타고 쭉 내려오면 강화도 인화리가 종착지입니다. 여기서 얼마 전 개통한 교동연륙교를 건너면 교동도(교동면)에 다다르게 되지요. 간단한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면 차를 타고 교동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리가 생기기 전엔 교동도까지 배를 타고 오가야 했습니다. 바로 인화리 아래 창후리에서 말이죠. 이곳엔 포구와 함께 여객선 터미널도 위치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카 페리가 차와 사람들을 실어 날랐죠. 포구 옆에는 작은 어시장도 있어 젓갈 등을 팔았습니다. 허나 다리가 개통된 지금은 배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는 쓸쓸한 선착장이 되어버렸네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강화읍내에서 48번 국도를 타고 쭉 직진하다, 이강삼거리에서 교동쪽으로 빠지지 않고 직진한 뒤 별립산을 끼고 돌면 창후리 포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강서중학교를 지나고부터는 길이 꽤 험해집니다. 도로가 거친 게 아니라, 길이 꽤 구불구불해서 속도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저속으로 안전운행 해야겠죠?
비가 그친 어느 화창한 일요일, 찍을 만한 게 없을까 싶어 한적한 창후리 선착장에 들렀습니다. 외포리나 분오리, 후포리 선착장 같은 곳이었으면 자유롭게 돌아다녔을 텐데, 아무래도 창후리는 상대적으로 북한과 가깝게 있는지라 여기저기 철조망도 있고 해병대 군인들도 돌아다니고 눈치가 보이더군요.
물 빠진 뻘 옆으로 둑길을 걷는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뭔가 샤샤샥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자세히 보니 뻘에 나와있던 생물들이 발자국 소릴 듣고 숨은 것이더군요. 게와 망둥어(짱뚱어?) 등… 오늘은 이거다 싶어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창후리 선착장의 위치. 읍내에서 하점면 방향으로 쭉 오다가 이강삼거리에서 직진, 별립산을 끼고 돌면 됩니다(노란색 반투명 선). 또는 외포리에서 해안선을 따라 쭉 올라와도 되지요.
▲ 전날 비가 내린 지라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주말이지만 한산하네요.
▲ 물 빠진 갯벌 위로 곳곳에 정박중인 어선이 보입니다.
▲ 선착장 둑길을 거닐다가 문득 갯벌을 보니 게 천지였습니다. 동생의 말마따나 '생태계 생생생'으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 몸 곳곳이 빨간색인 이 예쁜 게는 농게라고 합니다. 앞다리가 작은 녀석은 암컷이라고. 갯벌에 굴을 파고 숨어있다 나옵니다.
▲ 이놈도 농게 암컷. 갯진흙을 쉴새 없이 입으로 가져가 흙 속의 미생물들을 먹는 듯 하네요. 굴 주변에 동글동글 먹고 남은 흙이 쌓여있습니다.
▲ 등딱지에 웃는 입 모양이 인상적인 이 녀석은 아마 방게일까요?
▲ 진흙 먹는 농게 암컷. 입을 헤 벌린 채 앞다리로 쉴 새 없이 갯진흙을 입으로 옮깁니다.
▲ 물이 빠지는 시간이라 갯골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갯벌 위로 뭔가 시커먼 것들은 대부분 게고, 자잘자잘하게 오돌토돌해 보이는 것들은 게가 먹고 남은 진흙 찌꺼기입니다.
▲ 농게 수컷은 커다란 앞발을 '하나만' 가지고 있습니다. 방향은 개체마다 무작위이며 이 앞발로 다른 수컷과 싸우거나 암컷에게 구애를 합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작을 때부터 앞발도 같이 크는 듯 싶네요. (귀엽다 ㅎㅎ)
▲ 굴로 숨어들어가는 농게 수컷. 먼저 커다란 앞발부터 밀어넣습니다.
▲ 그리고 나머지 몸을 쏙 숨기면 끝.
▲ 굴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 갯벌을 살펴보다 독특한 농게 수컷 개체를 만났습니다. 싸우다 떨어진 건지, 앞발 집게의 위쪽이 부러져 있었습니다. 앞발 전체가 떨어져나가면 다시 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 설상가상으로 그 상태에서 앞발이 멀쩡한 다른 개체와 싸움이 붙었습니다. 두 마리가 치열하게 커다란 앞발 집게를 휘두르며 싸웁니다.
▲ 집게 반쪽이 없어도 의외로 잘 싸우는 모습.
▲ 결국 앞발 다친 녀석이 이기고 말았습니다. 집게가 멀쩡한데도 진 녀석은 굴 속으로 숨어버렸네요.
▲ 집게발의 빨간색이 무척 곱습니다.
▲ 창후리 선착장 옆 갯벌의 모습. 물이 들어올 땐 갯벌이 물에 잠깁니다.
▲ 특이하게도 큰 앞발로 작은 앞발을 감싸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헤헤 잘 부탁 드립니다?"
▲ 망둥어인지 짱둥어인지 헷갈리지만 아마도 망둥어가 아닐는지... 게들과 함께 열심히 갯벌을 기고 있었습니다. 바로 앞 구멍에선 게가 눈치를 보고 있네요.
▲ 여기서도 농게 수컷끼리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번엔 둘 다 집게발도 멀쩡하고 덩치도 얼추 비슷해 보이는 녀석끼리 붙었는데...
▲ 몇 합 나누지 못하고(?) 금새 승부가 나버렸습니다. 설마 내가 사진 찍고 있어서 싸움을 그친 건 아니겠지?
▲ 전날 세차게 내린 비로 선착장 바닥에 물이 고여있었는데, 갈매기 한 마리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 그러더니 이내 부리와 목덜미를 씻습니다. 이게 바닷물이 아닌 건 어찌 알고?
▲ 아무리 봐도 목욕을 하러 온 것 같네요.
▲ 아마 갯벌 위에서 사냥을 했던 모양인지, 갯진흙이 묻은 부리를 물에 씻었습니다.
▲ 창후리 선착장 옆에 세워진 경고 표지판. 낚시나 수영, 야영은 금지되어 있고 특히 이곳은 북한과 가까운 지역이라 밤늦게 함부로 바닷가에 서성이면 안됩니다.
지도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창후리 선착장 바로 근처에 '무태돈대'가 있습니다. 강화에 위치한 여러 보/진/돈대 중 하나인데요, 여기까지 와 놓고 정작 무태돈대는 그냥 지나쳐 왔네요. 다음에 한번 다시 가봐야 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촬영 : 펜탁스 K-01, DA16-45, SA50-200
댓글 없음:
댓글 쓰기
- 스팸 방지를 위해 보안문자(캡차) 확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스팸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댓글 검토 기능을 쓰고 있습니다. 입력하신 댓글이 당장 화면에 나타나지 않아도, 블로그 주인장은 댓글을 보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1~3일 내에 검토가 완료되면 댓글이 게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