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안 맞아서,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 혹은 다른 사정으로 인해 보고 싶었던 TV 프로그램을 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나마 인기 절정의 프로그램이라면 방송국에서 수도 없이 재방송을 해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따로 재방송을 찾아 보기도 힘들죠.
이럴 때 QOOK TV의 다시 보기 서비스, 즉 VOD(video on demand) 서비스는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해주는 무척 유용한 서비스입니다. 주중에 못 본 TV 프로그램들을 주말에 몰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된 것도 VOD 서비스 덕분이죠. 굳이 방송시간을 꼬박꼬박 챙겨 볼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편합니까.
그러다 보니 최근엔 재미있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에서, 친구와의 전화통화에서, 타인과의 대화에서 '재미있다' 또는 '흥미롭다'고 들은 TV 프로그램들을 따로 기억해 두었다가, 주말에 VOD 서비스를 통해 꺼내 보는 것입니다.
"시사 프로그램에 저런 내용이?… 집에서 QOOK TV로 꺼내봐야겠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 시사프로그램의 방송 내용을 접했습니다. KBS '시사기획 쌈' 이란 프로그램의 '국산차 대 해부 – 부품산업이 녹슬고 있다' 편이었는데요, 이미 지난 3월 초에 방송된 내용이었습니다. 이때 인터넷에서 본 것은 축약된 몇 장의 캡쳐화면 뿐이라, 실제 방송 내용을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고향집에 쿡 TV가 설치되어 있으니 주말에 보기로 했지요.
그리고 며칠 뒤, 동생에게서 자동차 급발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MBC '뉴스 후' 의 '급발진! 시속 220km' 편에 나왔다는 겁니다. 벌써 10년 넘게 자동차 회사와 피해 운전자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인지라 이 프로그램도 꼭 보고 싶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시사기획 쌈과 함께 쿡 TV에서 꺼내보기로 마음먹었지요.
"어라? 왜 VOD 목록에 안 보이지? 검색해도 안 나오네?"
기다리던 주말이 다가오고, 고향집에 내려갔습니다. 한가한 시간에 그 동안 못 본 TV 프로그램들을 몰아서 봤지요. 그러다 시사기획 쌈과 뉴스 후를 보기로 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쿡 TV 리모컨의 '메뉴' 버튼을 눌러, 각 프로그램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TV 다시 보기 – KBS(MBC) – 시사교양' 메뉴에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혹시 '뉴스' 메뉴에라도 있을까 싶어 그쪽도 살펴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분명 있는데 못 찾는 건 아닐까 싶어 검색 기능도 써봤습니다.
혹 제가 보려는 프로그램들이 워낙 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어, 그래도 나름 이름이 알려진 MBC '불만제로'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MBC – 시사교양 목록에 불만제로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VOD찾기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통합 검색에서 다시 찾아봤습니다. 검색 결과는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QOOK TV 편성표' 부분과 'QOOK VOD' 부분에 포커스가 이동되지 않았습니다. 즉 이쪽에선 아무런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죠.
'시사기획 쌈'과 '뉴스 후', 그리고 '불만제로'까지. 세 프로그램 모두 쿡 TV에선 VOD가 서비스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각 방송국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QOOK TV VOD서비스 여부
세 프로그램을 찾으면서 쿡TV VOD의 각 방송국 시사교양 메뉴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보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몇몇 특집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사실상 VOD 서비스중인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내친김에 방송국 홈페이지와 쿡TV 메뉴를 참고하여, 방영중인 시사교양 프로그램들 중 몇 개가 쿡TV에서 VOD로 서비스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다음은 그 표입니다.
각 표의 왼쪽, '각 방송사 채널' 아래쪽에 쓰여진 것이 현재 방영중인 시사교양 프로그램들 입니다. 그리고 각 표의 오른쪽, 'QOOK TV' 아래쪽에 쓰여진 것은 쿡TV에서 VOD로 서비스되고 있는 프로그램 목록입니다. 보다시피 쿡TV VOD쪽은 휑~합니다.
KBS1에서는 약 59개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데, 이중 쿡TV VOD에서 볼 수 있는 것은 14개 뿐입니다. KBS2는 약 17개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지만 쿡TV VOD에서 볼 수 있는 건 4개밖에 안됩니다. MBC와 SBS도 각각 31개, 32개 정도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지만 쿡TV VOD엔 각각 4개, 5개 밖에 서비스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쿡TV에서 VOD로 서비스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대부분 시청률이 높거나 시청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것들 뿐입니다. KBS 소비자고발, MBC 불만제로 등은 나름대로 시청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VOD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KBS는 여러 개의 시사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쿡TV의 VOD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은 추적60분 단 하나입니다. 미디어 비평, 시사기획 쌈, 일요진단, 취재파일4321, 특파원 현장보고 등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드라마ㆍ예능은 메뉴가 좁을 정도로 꽉꽉 미어 터지면서…
집에 쿡TV가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VOD서비스의 드라마ㆍ예능 메뉴엔 컨텐츠가 꽉꽉 미어 터집니다. 현재 방송중인 프로그램들도 모두 서비스하고 있고, 이미 종영된 프로그램들도 최신 것들은 대부분 서비스하고 있지요. 그런데 시사교양 메뉴만 텅텅 비어있습니다. 그나마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은 몇 개의 인기있는 프로그램들과 특집 프로그램들이 전부입니다.
몇 십 개나 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모두 VOD로 서비스한다면 정말 좋겠죠. 아무 때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꺼내 볼 수 있으니까요. 물론 사업자인 KT의 고충도 이해는 갑니다. 각 프로그램들을 일일이 녹화하고, 인코딩하고, 서버에 저장해 두어야 하죠. 가뜩이나 방송사들은 돈 내놓으라고 난린데, 시청률 낮은 프로그램 서비스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방송 3사 통틀어 약 139개 프로그램 중 약 27개만 서비스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그것도 분야별로 적당한 분배 없이, 인기있는 프로그램들 위주로 말입니다. 비싼 돈 주고 쿡TV 보는데, VOD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20%밖에 볼 수 없습니다. 생방송이나 방송사 옴부즈맨 프로그램, 특집 프로그램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1년 전, 2년 전 방영분까진 그거 찾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같은 사건을 두고 이 방송에선 뭐라 하고, 저 방송에선 뭐라 하는지 정도는 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소비자 문제와 시사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하지 않나요?
물론 저라고 시사교양 프로그램 꼭꼭 챙겨보고 그러는 타입은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 놓친 TV 프로그램이 있을 때, 그것을 쉽게 찾아서 꺼내볼 수 있는 것, 그것이 IPTV의 매력이고 VOD서비스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KT에서 부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반 만큼이라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VOD 서비스를 늘려주었으면 좋겠네요. 괜히 한 달에 몇 만원씩 돈 내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맞아요. 우리아이 여름방학생활 강좌도 2년간 매번 볼 수 있었는데 올해 여름방학부터 없어졌더군요. qook에서 하는 말이 ebs에서 보내주는 거라네요. qook은 아무 방도가 없다고... ebs탓이라고만 몇번 반복해서 얘기하더군요. 이런 황당할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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