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강화도 마니산 일출 사진

by H.F. Kais | 2014. 1. 26. | 0 comments

주말에 친구와 함께 마니산에 올랐다. 처음엔 그냥 늦은 아침 즈음에 설렁설렁 오를 생각이었는데, 함께 가기로 한 친구놈이 난데없이 일출을 찍어보잔다. 추운 한겨울에 어두컴컴한 산을 올라 일출을? 하긴 나도 마니산 일출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 까짓 거 한번 가보자 하고 금요일 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대충 옷을 입고 친구를 태운 뒤 마니산으로 향했다. 강화도의 지형은 동서보다 남북으로 긴 편인데, 때문에 읍에서 마니산이 위치한 화도면까지 거리가 꽤 된다. 거리를 재어보니 약 18km정도 되는 듯. 한 30분 쯤 달렸을까. 마니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사방은 여전히 어두컴컴했지만 하늘의 별들은 자잘하게 빛났다.

높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유명한 산이라 새벽부터 산행객이 꽤 보였다. 모두 등산장비를 철저히 챙긴 모양. 그런데 난 산속이라 추울까 봐 쫄바지도 두 개나 껴입고, 위에는 패딩을 입었다. 심지어 신발은 그냥 운동화. 옷을 입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어두워도 새벽인데 대충 길은 보이겠지 했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산속의 어둠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간간이 마주친, 블링블링 LED 헤드랜턴을 머리에 단 산행객들이 살짝 부러웠다.

마니산을 오르는 길은 대충 서너 가지가 있다. 가장 짧은 계단로, 능선을 타고 오르는 단군로, 함허동천이나 정수사 쪽에서 오르는 길도 있다. 어느 쪽이든 두 시간 넘게 걸리진 않는다. 우리는 일출을 찍으러 온 것이기에 비교적 짧은 계단로로 향했다.

말이 계단로지, 계단 반 바위 반이다. 심지어 우리가 흔히 밟고 다니는 그런 계단도 아니다. 한 단의 높이가 거의 일반 계단 두 개 높이다. 당연히 엄청나게 힘들다. 집채만한 바위가 중간중간 길을 가로막는다. 게다가 밤새 내린 서리로 미끄럽다. 더 힘든 점은, 시야확보가 안 된다는 점이다. 운동화는 속절없이 미끄럼을 타고 있었다.

중턱은 커녕 1/3 지점에서부터 숨이 찼다. 추울 줄 알고 잔뜩 껴입고 온 게 화근이었다. 쫄바지 두 개를 입은 다리는 구부리는데 힘이 들었고, 땀과 열을 배출 못하는 패딩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얼굴과 손은 추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름 등산복을 갖춰 입은 친구는 너무나도 쉽게 산을 올랐다. 반 쯤 오르자, 머릿속에서 '이러다 헬기 타고 하산하겠네' 란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러다 정말 쓰러지겠다'를 마음속으로 백 번 쯤 외쳤을 때, 눈 앞에 커다란 각진 그림자가 보였다. 참성단이었다.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사실 마니산의 정상은 참성단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있다. 나중에 지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어쩐지 정상에서 찍은 사진인데 봉우리 큰 게 걸리적 거리더라니.).

옛날에 왔을 땐 못 봤던 것 같은데, 참성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헬기 착륙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정상엔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회사 직원들끼리 신년 새해맞이 등산을 온 모양이었다. 고사상을 준비하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신기한 건 이날 본 회사 4~5팀이 모두 건설회사였다. 어떤 회사는 고사상에 돼지머리 대신 예쁜 돼지저금통을 올려놓고 절을 했다.

어느새 하늘이 밝아졌다. 부랴부랴 휴대폰의 나침반 어플을 켜서 동쪽을 찾았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꺼냈다. 친구도 삼각대를 폈다.

이내 하늘이 빨개지더니 해가 떠올랐다. 지평선에 걸려 낑낑대나 싶더니 어느새 훌쩍 하늘 높이 올랐다. 마침 날씨가 괜찮아 먼 곳까지 보였다. 헬기착륙장을 왔다 갔다 하며 사방팔방을 찍었다. 꽤 장관이었다. 아래는 그때 찍은 사진들이다.

 


△ 마니산 참성단에서 바라본 해뜨기 직전의 하늘.

 


△ 멀리 망실지와 수로, 초피산 등이 보인다.

 


△ 양도면 도장리 쪽.

 


△ 얼마 전 내린 눈이 아직도 하얗게 남아있다.

 


△ 마니산 정상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 마니산 정상 헬기착륙장에서 본 일출. 눈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마니산 정상. 높이 10cm 정도 되는 미니삼각대를 쓴 탓에 바로 앞 바위와 나뭇가지들이 찍혔지만 그래서 오히려 덜 심심한 사진이 된 듯.

 


△ 산 너머 길상면과 저 멀리 초지대교가 보인다. 초지대교 건너 김포시 대곶면의 아파트들이 보인다.

 


△ 마니산 헬기착륙장에서 바라본 참성단. 매년 열리는 전국체전의 성화를 이곳에서 채화한다. 강화여고 학생 중에서 일곱 명을 선발하여 칠선녀로 선정, 전국체전 채화행사 및 다양한 행사를 치르게 된다.
참성단은 사적 제136호로 지정되어있기 때문에 아무 때나 올라갈 순 없고. 개방일 및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다. 동절기에는 오전 10시 이후에 개방하는데 아쉽게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그냥 하산했다.

 


△ 흥왕리 마을과 저수지 및 갯벌. 썰물이라 갯벌이 드러나 있다.

 


△ 헬기착륙장과 참성단 사이에 표지목이 세워져 있다. 지도에 나온 정상과 표지목이 세워진 곳이 좀 다른 것 같다.

 


△ 새해맞이 등반에 나선 기업체 임직원들이 산 정상에서 고사를 지냈다. 이날 본 팀만 4~5팀 정도. 신기하게도 모두 건설사였다.(HDR을 사용해서 잔상이 보인다.)

 


△ 왼쪽에 석모도가 보인다.

 


△ 닫혀진 철창 사이로 본 참성단의 옆모습. 돌을 쌓아 만든 제단이다. 어렸을 땐 못 봤던 나무 계단이 어느새 생겼다.

 


△ 하산길. 중간중간 거대한 바위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타고 넘던가, 바위 사이로 지나가야 한다. 밤새 내린 서리가 얼어붙어 미끄러웠다.

 


△ 가운데를 기준으로 살짝 왼쪽에 보이는 게 초피산, 그 너머 왼쪽에 보이는 게 정족산, 오른쪽이 길상산이다. 멀리 초지대교와 김포 대곶면이 보인다.

 


△ 바로 앞에 양도면, 그 너머에 바다가 있고 왼쪽에 석모도가 보인다.

 


△ 하산길. 마니산을 오르는 루트는 서너 가지가 있는데, 흔히 계단로를 많이 이용한다. 수많은 돌계단과 바위로 인해 쉽지만은 않은 루트. 바위 위에 서리가 내려 미끄러웠다.

 


△ 하산길. 큼직큼직한 돌계단이 이어져 있다. 한 단의 높이가 높은 편이라 퍽 힘들다.

 


△ 거의 다 내려와서 만난 표지판. 계단로로는 2.2km, 단군로로는 2.9km가 걸린다. 단군로는 계단이 아닌 능선을 따라 오르는 일반적인 산길이다.

 

(모두 펜탁스 K-01, FA28mm F2.8 AL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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