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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결국 한국정부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한국 유저들은 업로드도 안 되는 반 쪽짜리 유튜브를 써야 하거나, 국가 설정을 그때그때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4월 9일부터, 유튜브에서 국가 설정을 '한국'으로 한 유저들은 더 이상 동영상을 업로드 할 수 없고, 코멘트도 달 수 없게 됩니다. 바로 한국 정부의 본인확인제 때문입니다. 유튜브는 4월 1일자로 한국에서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에 포함되었지만, 이를 거부하고 사이트 내의 몇몇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했습니다. 바로 동영상 업로드 기능과 코멘트 기능입니다.
▲ 국가설정이 '한국'으로 되어있는 경우, 동영상 업로드가 제한됩니다.
'본인확인제로 인해 한국 국가 설정 시 동영상/댓글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비활성화합니다.'
▲ 국가설정이 '한국'으로 되어있는 경우, 코멘트 기능도 제한됩니다.
유튜브에서는 각 국가별로 콘텐츠를 정렬하고 감상하기 위해 '국가'와 '언어'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국가 설정을 '일본'으로 해두면, 일본에서 올라온 동영상과 일본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동영상들을 따로 정렬해서 감상하는 식입니다. 국가 설정을 바꾸면, 설정한 국가에 따라 다른 동영상들이 표시되죠.
물론 4월 이전엔 한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KBS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한창 인기였을 때, 유튜브에서 국가 설정을 '한국'으로 해놓고 인기 동영상을 찾아보면 상위권에 꽃보다 남자 관련 동영상이 많았죠. 그런데 이제 4월 9일부터 동영상 업로드가 제한되어 버리니, 더 이상 새로운 '(한국에서의)인기동영상'은 보기 어려워지겠군요.
기존 동영상을 감상하거나 블로그에 퍼갈 때는 국가 설정을 한국으로 해도 상관 없지만, 동영상을 업로드 하거나 코멘트를 달 땐 국가 설정을 다른 나라로 하거나 '전세계'로 설정해야 합니다. 전처럼 '한국'으로 설정하면 불가능하죠. 이번 조치는 언어 설정과는 상관 없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어'를 쓸 수 있긴 하지만, 왠지 반 쪽짜리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유튜브 내에서 한국이란 국가가 사라져버린 느낌도 듭니다.
▲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올라온 본인확인제 기능제한 관련 글
한편 이번 조치와 관련해 유튜브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면 좋겠다' 라고 하는군요.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가뜩이나 전세계 인터넷에서 유독 한국은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한데, 이번 조치로 그 느낌이 한층 더 강해지겠군요.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인터넷에서, 이렇게 또 우리는 변방 이민족으로 차츰 전락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