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새 안경 구입

by hfkais | 2017. 5. 27. | 0 comments

난 근시가 매우 심해서 이미 유치원 때부터 안경을 써왔다. 이 정도면 라식/라섹 같은 수술을 고려해볼 법도 한데 아직 안경으로만 버티고 있다. 수술도 젊을 때 해야 회복이 빠르다던데.

지금 쓰는 안경은 몇 년 전 호야HOYA의 플라스틱 렌즈,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뉴룩스? 누럭스? 라는 이름의 굴절율 1.6짜리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에 베네핏benefit 이라는 브랜드의 안경테를 골라 맞췄다. 이정도 수준의 초고도 근시가 되면, 안경테는 그냥 장식일 뿐이다. 오직 렌즈가 전부다.

렌즈와 테 둘 다 내구성이 괜찮았다. 그런데 몇 년 쓰다보니 렌즈의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렌즈 자체는 별 문제 없었지만 코팅이 나가기 시작해 버리니 더 쉽게 지저분해지고 빛 반사도 심해졌다. 안경 닦는 천으로 열심히 닦아도 보풀만 묻어날 뿐 잘 닦이지 않았다. 빛에 자세히 비춰보니 테두리부터 코팅이 벗겨지기 시작한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하여 새 안경을 맞추기 위해 안경점에 방문했다.

시력검사를 해보더니 도수를 살짝 올리자고 한다. 안 그래도 눈이 나쁜데 도수를 더? 눈이 많이 나빠졌냐고 걱정스럽게 물으니, '고객님 눈은 엄~청나게 나쁜데, 거기서 아주 살짝 더 나빠진 상태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라고 한다. 컨디션에 따라서도 좋았다 나빴다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하라는... 얘기 맞나?🤔)

테를 골라야 하는데, 나처럼 근시가 심한 사람은 테 고르기도 쉽지 않다. 렌즈가 매우 두껍기 때문에 가급적 렌즈 부분이 작은 테를 골라야 한다. 근시 교정용 오목렌즈는 중앙부가 얇고, 바깥으로 갈수록 두꺼워진다. 때문에 가급적 아주 바깥쪽까지 안경에 들어가지 않는게 좋다(깎아버려야 한다). 전에 쓰던 베네피트 브랜드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젠 안나온다나... 그냥 재고가 없다 그랬나? 그러다 피오비노라는 브랜드를 추천해줘서 골랐다. 소재는 이전 안경과 같은 울템이고, 기존 가로로 약간 긴 안경에 비해 동그란 모양이라 렌즈 면적 자체는 넓지만 렌즈 바깥쪽까지 사용하지 않고 중심부 쪽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두께는 줄어들거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렌즈를 골라야 하는데, 이건 오히려 쉬웠다. 도수야 어차피 정해져 있는거고 그냥 브랜드 선호도에 따라 고르면 되니까. 처음엔 12만원짜리 국산 렌즈를 추천받았는데, 그냥 두 말 않고 전에 쓰던게 맘에 들었으니 이번에도 호야로 하겠다고 했다. 기존에 쓰던건 아마 누럭스 굴절율 1.60 또는 1.70 짜리일 거라며, 이번엔 누럭스 1.74를 권했다. 기존보다 비싸긴 하지만 굴절율이 더 좋아졌다고. 뭐 그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OK했다.

초고도근시 렌즈는 흔히 안경점에 쟁여놓고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총판이든 공장이든 주문해서 가져와야 한다고. 뭐, 이젠 익숙한 일이다. 호야 렌즈는 안경에 사용된 렌즈에 대해 제품보증카드를 준다고 한다. 이 카드에 모델명과 굴절율 등의 렌즈 사양에 적혀있다. 


안경을 맞추면서 안경사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역시 가장 먼저 나오는 얘긴 그놈의 '압축 렌즈'. 대체 언제부터 나온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안경렌즈를 '압축'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굴절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1.50 등의 숫자로 표시하며, 플라스틱 렌즈의 경우 브랜드별로 1.74~1.76까지, 유리 렌즈의 경우 그 이상의 굴절율도 있다고 한다. 굴절율이 높으면 렌즈를 얇게 만들 수 있고, 무게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가격도 비싸지는 건 당연.

렌즈 코팅의 경우 열에 많이 취약하다고 한다. 이건 렌즈 제조사 홈페이지에도 있는 내용이다. 일상 생활 수준에선 크게 문제 없으나, 가급적이면 고열에 노출시키지 말라고 한다. 난 평소 안경을 쓴 채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게 코팅 손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렌즈를 세척할 땐 비누를 쓰지 말고 중성세제를 쓰라고 한다. 안경손수건으로 닦을 땐 박박 문지르지 말고, 먼지 등을 최대한 털어낸 뒤 가급적 살살 문지르라고. 먼지에 의해 코팅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뭐 이건 카메라 렌즈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구입한 렌즈 클리닝 티슈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이소프로필알콜이 들어간 클리닝 티슈를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너무 자주 쓰진 말라고. 심각한 오염을 닦는덴 좋지만, 어쨌든 화학약품이니 코팅에 안 좋을 거라나. 하긴 카메라 렌즈를 닦는 경우에도 이걸로 매일 문지르진 않을테니.

아무튼 이렇게 새 안경을 맞췄다. 누군가에겐 패션 아이템, 누군가에겐 없어도 큰 불편 없는 도구이지만 초고도근시를 가진 나에겐 이제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다. 이번 안경은 또 얼마나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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