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돌아보기

by hfkais | 2021. 12. 31. | 0 comments

일 년 내내 열어보지도 않다가 겨우겨우 12월 31일에 찾아오는 블로그라니. 이쯤 되면 사실상 연말에 회고 하나 올리기 위해 열어둔 블로그인 셈이다. 늘 트위터를 열어놓고 있으니 블로그에 뭘 적는게 안 된다. 당장 글쓰기 화면을 열어 하얗고 텅 빈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부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 겁부터 나는 걸. 여하튼, 일 년 만에 주절주절 또 끼적여 본다.


코로나19, 점점 지쳐간다

장기화는 이미 각오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점점 지쳐만 간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어딜 가든 QR 코드부터 챙기고, 제한된 인원 이내로만 모이고, 제한된 시간에 헤어지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이젠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만, 그로 인해 누적되는 피로감은 전혀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그냥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중도 어렵고 의욕도 없고 어영부영 시간만 흐른다. 방역 수칙도 잘 지키고 백신도 제때 맞은 덕분에 몸은 아무 문제 없지만, 과연 정신적으로도 그럴까?


납득하지 못한 채 역할은 커져만 간다

직무 자체가 갖는 역할도 커지고 조직 내의 역할도 점점 커져만 간다. 이것도 성장이라면 성장일 수 있겠으나,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채 겪는 외부로부터의 성장은 영 어색하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더구나 역할과 책임만 주어진 채 권한과 보상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다. 최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어필하고 있다만 글쎄, 어디까지 통할 수 있을까? 과연 성장일까?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현상유지는 꽤 어려운 일이다

옛날에 비해 꽤 자동화된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걸 다루는 건 결국 사람이다. 어쨌든 꾸준히 봐주고 관리해줘야 한다. 특히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있어 복잡도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요새 같아선 더더욱 그렇다. 현상유지에도 꽤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 복잡해진 서비스 만큼 코드에 접근하는 사람도 많아지다보니 매번 배포도 쉽지 않은 일이다. 불과 몇 년 새에 뭐가 이렇게 많이 복잡해졌담?


업무에 '트러블 슈팅'을 넣었다

서비스가 복잡해졌다는 건 그만큼 이슈도 많고 손 볼 일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거다. 문제를 발견했다고 해서 단지 '이게 안 돼요' 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문제가 어떤 상황에서 어디에 발생하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등을 상세히 정의해야 해결도 할 수 있다. 트러블 슈팅은 대개 돌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동안 굳이 업무에 넣지는 않았는데, 올해엔 워낙 많기도 하고 하도 복잡해서 아예 업무에 넣어버렸다. 자잘한 건 직접 해결하기도 하지만 복잡한 건 상세히 조사한 뒤 담당자에게 넘긴다.


전문가의 권위는 정말 작은 의외의 곳에서 무너진다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다. 아무래도 기업들 대상으로 전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람이다보니 처음부터 꽤 신뢰가 높았는데... 정말 어이없는 부분에서 그 신뢰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자세히 밝힌 순 없지만 대략 7~10년 전에나 먹힐 이야길 2021년에 하고 있는게 문제였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최소 5년 이상 전혀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채, 결과값에 큰 영향을 주는 옛 방식 그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었던 거였다. 물론 이 정도의 흠결이 그의 모든 걸 부정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쪽 신뢰만큼은 확실히 잃어버렸다. 글쎄, 차라리 우리 쪽에 확인이라도 해보는 스탠스였으면 이렇게 처참하게 쪽팔릴 정도까진 아니었을텐데.


내년엔?

이미 크리스마스 직후부터 내년에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당장 기술적으로는 코드 최적화를 계속해야 한다. 현상유지 이거 정말 어렵다. 새로 업데이트 되는 것들도 검토해 봐야 하고, 계속 테스트 해야 한다. 한편 새로 인력 충원도 해야 하고, 조직 내 교육도 신경써야 한다. 교육을 하려면 매뉴얼도 필요하지. 게다가 조직 개편도 예정되어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내년에도 이런저런 신경쓸 일이 무척 많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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