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탑 그래픽카드에 대한 안 좋은 기억

by H.F. Kais | 2007. 11. 12. | 5 comments

최근 에버탑 그래픽카드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다나와와 파코즈, 2CPU 등에 올라온 글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요. 문제의 요지는 그래픽카드에 쓰이는 캐패시터의 스펙을 속여서 광고했다는 것인데, 고의든 아니든 업체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글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파코즈에 올라온 두 개의 글은 다나와와 2CPU에도 똑같은 내용이 올라와져 있습니다.)

글에 달린 리플들을 살펴보니 예전부터 에버탑은 별로였다, 에버넷 시절부터 좋지 않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그러고보니 저도 에버탑 그래픽카드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하나 있지요. 오늘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집에서 쓰던 구형 컴퓨터에 쓰기 위해, 용산에서 그래픽카드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기존에 쓰고 있던 지포스2 MX에는 D-sub 포트 하나만 달랑 달려있어서, TV아웃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TV아웃으로 동영상을 보기 위해, Evertop ATI Radeon 9000 Pro 64MB를 구입했습니다. 가격도 싸고 마음에 들었죠.

한동안 컴퓨터에 끼워서 잘 썼습니다. 그런데 일 년 정도가 지나자, 그래픽카드 쿨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군요. 원래 저가형 그래픽카드에 쓰이는 쿨러는 수명이 짧은 편이죠. 이건 별로 큰 문제가 안됩니다. 용산에서 쿨러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가게에 찾아가, 그래픽카드 내밀고 '여기에 맞는 쿨러 주세요' 하면 알아서 적당한거 찾아주니까요. 여하튼 쿨러를 바꾸기 위해, 적당한 쿨러를 사왔습니다.

이전에 쓰이던 쿨러를 떼어내기 위해, 나사와 스프링 등을 제거했지요. 다나와에 올라온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방열판 모양이 특이한 편이라 다소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다 제거하긴 했지요. 그런데 나사와 스프링을 제거하면 당연히 방열판과 GPU가 분리되어야 하는데, 잘 분리되지 않더군요. 처음엔 방열판과 GPU사이의 서멀구리스 또는 서멀패드가 굳어서 잘 안떨어지나 싶었습니다. 커터칼을 사이에 넣어 떼어보려 했지만, 떨어지지 않더군요. 나중엔 무슨 수를 써도 떨어지지 않아, '에라 모르겠다' 싶어 힘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씨름했죠. 절대 떨어질 기미가 안보이더군요. 그래픽카드 하나 버릴 각오를 하고, 나중엔 도구를 이용해 방열판과 GPU 사이를 힘으로 벌려보았습니다. 좀 하다보니 안쪽에서 '뚜두둑' 소리가 나더군요. 방열판과 GPU 사이가 떨어졌거나, 아니면 GPU가 깨졌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더 힘을 줘버렸죠.

에버탑 라데온 9000

...이렇게 되었네요. GPU 칩이 아예 걸레마냥 뜯어져 버렸습니다. 허허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죠. 칩이 뚝 부러진 것도 아니고, 기판에서 뽑힌 것도 아니고, 중간 부분이 뜯어져 버리다니... 황당했습니다. 뜯어진 칩의 가장자리에 묻은 하얀 건 접착제인 것 같았습니다. 이게 그렇게 세게 붙어있더라고요.

에버탑 라데온 9000

망가진 그래픽카드의 전체모습입니다. 위쪽에 보이는게 바로 L자 모양 방열판입니다. 걸레마냥 뜯어진 GPU 칩의 위쪽 부분이 보이네요. 하얀색 접착제가 보이실 겁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단단히 굳어있었습니다. 무슨 돌 처럼 굳어서 엄청난 접착력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문득 이게 '믹스 앤 픽스'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홈쇼핑에서 광고하던 바로 그것... 굳으면 무시무시한 접착력을 자랑한다는 바로 그것...!

설령 진짜 '믹스앤픽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GPU와 방열판 사이에 엄청난 성능의 접착제를 쓴 에버탑이라는 회사에 대해 어이가 없었습니다. 흔히 서멀구리스나 서멀패드 등을 쓰거나, 아예 아무것도 안쓰는데 말이죠. 이렇게 강력접착제로 붙여놓은 건 아예 쿨러와 방열판을 바꾸지 말라는 소리인가요? 싸구려 쿨러 달아놓고선 말이죠.

하도 어이가 없고, AS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은 터라 아예 AS를 포기했습니다. 당최 싸구려로 산 것이라 다소 귀찮은 탓도 했었죠. 그래서 이 일 이후로, 에버탑 제품은 아무리 값이 싸고 스펙이 좋아도 그냥 못본 체 하기로 했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그래픽카드는 ATI Radeon 9100 128MB 인데, 시그마컴에서 유통을 했었던 제품이었죠. 제조사는 사파이어로 되어있습니다. 수 년이 지나도록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소 거칠게 다뤘는데도 말이죠. 물론 이 제품엔 접착제가 쓰이지 않아, 쉽게 쿨러를 교체해 잘 쓰고 있답니다. :)

댓글 5개:

  1. 일회용 그래픽카드인가요? -_-;;

    무슨..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블로거닷컴 쓰시는 분 오랫만에 뵙습니다. 전 폐쇄중이라서..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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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냥 쿨러를 떼어버리고 방열판만으로 쓸걸 그랬습니다. 어차피 9000이라서 열날 일도 없었을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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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여기 블로그에 제 블로그가 링크되어있군요^^ 주소가 바뀌었으니 링크주소도 바꿔주세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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