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엔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인천지방법원에 다녀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법원에 공탁된 공탁금을 찾기 위해서였죠. 별 일은 아니고, 어렸을 때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받지 못한 보수를 사장이 법원에 공탁시켜 놨더군요. 그래서 찾으러 간 것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피의자와 피해자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피의자가 '나는 합의하려고 이렇게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법원에 공탁금을 걸 수 있다고 합니다. 합의금을 공공기관에 보관해두고 재판에서 선처를 바라는 것이죠. 피공탁자는 공탁금을 받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공탁금에 대한 보관기간은 10년이고, 그 때까지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된다고 합니다.
▲ 피공탁자가 되면, 법원에서 우편을 보내 안내해 줍니다.
몇 년 전에 작은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그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직원들 월급은 물론 제 알바비도 주지 못하게 되었죠. 저야 몇 십만 원 정도였지만 직원 중에는 거의 몇 년치 연봉을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지방 노동청에도 오가고 어찌어찌 하다 걍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나중에 그 회사 사장이 구속된 뒤 재판을 받으면서 공탁금을 건 모양인지 법원에서 찾아가라고 우편물이 왔습니다. 집이 있는 강화에서 남구 학익동까지는 먼 거리라 차일피일 미루다, 마침 시간이 나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서울 용산역에서 동인천행 급행을 타고 주안역에서 내려 516번 버스를 탔습니다. 법원에서 온 우편물에도 516번을 타면 된다고 쓰여 있더군요. 근데 좀 여기저기 돌아서 가는 느낌입니다. 고등학교 앞도 지나고, 아파트 단지도 지나고…;;. 한참 뒤 도착해서 법원이라고 내려주는데, 이게 실은 법원과 붙어있는 인천지방검찰청 후문에 내려준 겁니다. 덕분에 검찰청 마당에도 들어가 봤네요. 돌아올 땐 법원 정문 앞에서 515번 버스를 탔는데, 노선도 더 짧고 금방 주안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 인천지방법원을 갈 때는 515번이 편리
평일 낮인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그냥 할 일 없이 마냥 한가한 공공기관을 생각했는데 정반대였죠. 직원도 많고, 민원인도 꽤 많았습니다. 내부는 또 얼마나 복잡하던지요. 안내인에게 물어 공탁계를 찾아갔습니다. 마치 은행 창구처럼 복잡한 공탁계… 심지어 공탁계 바로 옆에는 아예 신한은행 법원지점이 자리해 있더군요.
공탁계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뒤, 준비해 간 서류 몇 가지를 내고 기다렸습니다. 공탁금 출납요청서를 적고 잠시 기다려 한 장의 서류를 받았습니다. 이 서류를 가지고 은행으로 가라더군요. 바로 옆에 위치한 신한은행에서 공탁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공탁금에도 이자가 붙는다는 것입니다. 법원에서 돈을 그냥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예치시켜 두더군요. 약 4년 만에 공탁금을 찾은 탓에, 이자가 꽤 붙어있었습니다. 은행에서 이자계산서를 뽑아줬는데 이자에 대한 소득세와 주민세까지 걷어가더군요.
▲ 들어갈 때 금속탐지기 같은 걸로 검사도 하고 그래서 차마 안에서 찍진 못하고 소심하게 밖에서...
주의해야 할 점
- 공탁금을 찾을 때 본인 외에 대리인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추가서류(위임장 또는 신분증)가 필요합니다.
- 공탁금 액수에 따라 필요 서류가 간소화 될 수 있습니다. 소액일 경우 인감증명서나 인감도장 등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 피의자와 피해자간에 합의가 필요할 때, 공탁금을 찾는 것이 합의가 된 것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합의는 하기 싫지만 공탁금은 찾고 싶다면, 출납요청서의 '청구 및 이의사유'란에 그 사실을 적어주어야 합니다.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공탁 수락' 이라고 쓰거나, '형사상 위로금의 일부로 공탁 수락' 이라고 써야 오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공탁계에 있던 공무원도 이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 은행에서 공탁금을 찾을 때, 현금 또는 수표로 찾거나 계좌로 이체시킬 수 있습니다. 이때 꼭 법원 안에 있는 은행의 계좌가 아닌 다른 은행의 계좌로 이체해도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나 봅니다. 저는 모르고 그냥 신한은행 계좌로 받았습니다. 주거래 계좌는 다른 은행이었는데… ㅠㅠ
보통 한번 떼이면 받기 힘들다고 하던데... 이렇게도 처리가 되는군요..?
답글삭제극악 님/ 그러게 말입니다. 아마도 소액이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네요. 그냥 소중한 경험한 셈 치고 있습니다.
답글삭제모르는 법내용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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