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제가 쓰는 컴퓨터에서 고성능/고가형 그래픽카드는 써본 적이 없습니다. 로드맵상 중간에 위치하는, 흔히 메인스트림급이라 불리는 제품들이나 그 이하의 중저가형 그래픽카드만 써왔죠. 저렴하면서도 웬만한 게임은 옵션을 조절해주면 가능하고, 어차피 고사양 게임은 거의 안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이었습니다. 요새는 오히려 메인보드 내장그래픽도 상당히 좋아 보이더군요.
그런데 이러한 중저가형 그래픽카드들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빈약한 쿨러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40mm급의 작은 팬, 모양만 그럴 듯한 히트싱크, 제멋대로 규격의 2pin 커넥터 등등… 당장 쓰기엔 전혀 문제 없지만, 1~2년 쯤 지나면 팬의 내구성이 다되어 덜덜덜 굉음이 나기 시작하죠.
현재 사용중인 ATi Radeon HD3650도 그런 제품이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꽤 커 보이는 히트싱크와 블로워 방식의 팬으로 무장했지만 저가형은 저가형이죠. 1년 반~2년 정도 쓰다 보니 팬 내구성이 다되어 덜덜덜 굉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아예 팬이 돌지 않기도 했어요. 게다가 히트싱크 사이사이에 먼지도 많이 끼어 청소가 시급했지만, 청소하기 복잡한 구조에다 맞는 드라이버도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래픽카드에서 나는 굉음을 더는 참지 못하고 결국 사제쿨러를 구입했습니다. 원래 컴퓨터 부품을 구입할 때 많이 고르고 또 고르는 편이지만 이날 만큼은 정말 성질이 나서 그냥 다나와 VGA쿨러 부문 1위 제품을 호환성만 체크하고 바로 질러버렸죠. 바로 오늘 소개할 APACK ZEROtherm GX810 입니다.
▲ 패키지는 대충 이렇게 생겼습니다. 가운데에 제품 자체를 볼 수 있게 해놔서 보기 좋네요. 박스에 손잡이도 달려있고 생각보다 패키지가 멋집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그냥 누런 골판지 박스가 어울릴 것 같지만 의외였습니다.
▲ 패키지 뒷면엔 스펙과 각종 설명이 영어로 적혀있습니다. 히트파이프와 2볼 베어링 팬을 이용한 블로워 팬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ATi와 nVidia의 중저가, 메인스트림급 제품을 지원합니다. 팬은 자동온도센서에 의해 900~2500rpm까지 가변회전수로 돌아갑니다. 전원은 3pin을 쓰는데 밑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죠. 자세한 사양은 다나와 상품안내 페이지를 참고하시길.
▲ 패키지를 열어봤습니다. 쿨러본체(히트싱크+팬), 장착용 나사들, 메모리용 히트싱크 그리고 서멀구리스가 들어있습니다. 히트싱크의 구리색과 팬의 오렌지색이 잘 어울리네요.
▲ 솔직히 그래픽카드를 SLI나 CrossFire(두 개의 VGA를 연결해서 성능을 높임)로 쓸 정도의 사용자라면 이 제품보다 더 비싸고 좋은 제품을 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타입의 고정용 나사가 제공됩니다. 사진에서 왼쪽이 SLI/CF 사용자를 위한 나사, 오른쪽이 일반 사용자를 위한 나사입니다. SLI/CF용은 조금 더 얇게 장착되는 대신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하고, 일반용은 드라이버 필요 없이 손으로 조립 가능한 대신에 좀 더 두껍게 장착됩니다. 전 드라이버가 있었기 때문에 CF를 안 쓰면서도 CF용 나사를 썼습니다.
▲ HD3650 그래픽카드에 달려있던 기존 쿨러를 떼어내고 코어를 드러낸 모습입니다. 메모리엔 이미 히트싱크를 붙여놨습니다. 초록색으로 된 메모리용 히트싱크는 접착테이프 방식으로 총 8개가 들어있습니다. 제 그래픽카드에 붙어있는 메모리보다 히트싱크가 약간 더 컸습니다. 메모리는 양면으로 장착되므로, 앞면에 4개 뒷면에 4개가 장착됩니다.
▲ 쿨러 본체. 다시 봐도 구리색 히트싱크와 오렌지색 팬이 잘 어울립니다. 전원은 보다시피 3핀 전원을 사용합니다. 처음에 손가락으로 팬을 돌려보니 뭔가 걸리적거리면서 원활하게 돌지 않길래 불량인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단지 팬이 살짝 눌려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수직 방향으로 팬을 살짝 빼내니 부드럽게 잘 돌아갑니다. 혹시 저처럼 고민하신 분 있으시면 참고하시길.
▲ 그래픽카드에 쿨러 장착 완료. 먼저 그래픽카드 구멍 너비에 맞춰 쿨러 본체에 중간나사를 끼운 뒤, 그래픽카드 기판 반대편에서 나머지 나사를 끼워 조립하면 됩니다. 조립은 무척 쉬운 편이고, 히트싱크 팬이 휘지 않게 조심해서 작업하면 됩니다. 뒷면 4개의 나사는 대각선 순서로 끼워주면 되지요.
▲ 이제 전원에 대한 이야길 해볼까요? GX810의 팬은 3핀 전원을 사용합니다. 두 개는 +와 –극 전원이고, 나머지 한 개는 rpm 조절용입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HD3650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저가형 그래픽카드들은 2pin 커넥터만 제공합니다. 사실 2pin 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제조사마다 커넥터 모양마저 제각각이라 난감하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대부분의 메인보드에는 여분의 3pin 쿨러용 커넥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저가형 mATX 보드에도 SYSFAN1과 AUXFAN1 이렇게 두 개의 3pin 커넥터가 있지요. SYSFAN1은 이미 쓰고 있어서, GX810의 3pin 커넥터를 AUXFAN1에 끼웠습니다. 온도센서는 쿨러 자체에 붙어있으니 이렇게 하면 온도별 자동가변 rpm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센서에서는 정보가 약간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즉 쿨러 전원을 VGA에서 끌어오는 게 아니므로 VGA에 있는 rpm센서로는 0rpm이 나오고, AUXFAN1 센서에서 900~2500rpm 사이의 값이 나오게 됩니다. 물론 쓰는 덴 전혀 지장 없죠.
▲ 이렇게 해서 사진과 같이 시스템에 장착을 완료했습니다. 전원을 넣자 붉은 색 LED 빛이 퍼져 나오네요. 뭐 어차피 케이스 안쪽에서 비추는 거라 상관없지만.
가격도 만족스럽고, 패키지도 나름대로 고급스럽고, 내용물도 충실하고, 그럼 성능은 어떨까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HD3650은 그리 성능이 높은 그래픽카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도는 꽤 나오는데, 아마 기본쿨러가 빈약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됩니다. 고급형 그래픽카드들처럼 90도 100도를 넘나들진 않아도 나름 뜨끈뜨끈 하죠.
GX810을 장착하고 컴퓨터를 켰을 때, idle 온도는 약 34도 정도 나왔습니다. 이때 rpm은 기본 수준인 958rpm. 소음은 없었습니다. 기본쿨러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상태에서 idle 온도가 40도였으니 꽤 떨어졌네요. 요새 날이 춥긴 해도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성능입니다. 적어도 만원 정도의 돈 값은 충분히 한 셈이죠.
고성능 그래픽카드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중저가 그래픽카드에 있어서는 괜찮은 선택이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픽카드 기본 쿨러의 내구성이 다되어 시끄럽다면, 직접 십자드라이버만 가지고 쿨러를 교체해 보세요. 조심조심 순서대로 하면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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