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로고스피어 내 최대 이슈는 뭐니뭐니해도 MS 인터넷 익스플로러 7.0과 모질라 파이어폭스 2.0 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웹 브라우저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특히나 그 관심이 더한 것 같다. 탭 브라우정이 어쩌고 저쩌고, 렌더링 속도가 빨라졌네 느려졌네, CSS를 완벽하게 지원하네 어쩌네 등의 이야긴 이미 많은 분들이 자세히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에 여기선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파이어폭스 2.0에 밀려 벌써 잊혀져가는 듯한 파이어폭스 1.5에 관한 이야기다.
아주 오래 전은 아니지만, 조금 예전 이야길 잠깐 해보자. 그래봤자 몇 달 지나지 않은 이야기다. 바로 FF 1.5와 IE6가 인터넷 웹 브라우저로 많이 쓰였을 때의 이야기. 물론 FF1.5와 IE6는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IE6는 아직 한글판이 나오기 전이라 여전히 많은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당시 IE6는 출시된 지 몇년이 지난 브라우저였다. 소프트웨어치곤 엄청나게 장수한 셈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90%가 넘는 사용률을 보이며 웹 브라우저의 절대강자로 군림했었다. 하지만 오래된 탓에 최신 기술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데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웹 표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때마침 나타난 모질라 파이어폭스는 이런 불만들을 어느정도 충족시킬 수 있는 브라우저였다. 최신 기술들을 지원하고, 웹 표준도 많이 준수했다. 게다가 확장기능을 통해 좀더 사용자 중심으로 브라우저를 꾸밀 수 있었다. 기본 브라우저 자체도 훌륭했지만, 확장기능을 통해 커스터마이징 된 파이어폭스는 더욱 막강한 기능을 제공해주었다. '웹의 재발견'이란 모토가 딱 들어맞았다. 훌륭한 경쟁자의 등장에 MS는 급해졌고, 서둘러 IE7을 만들었다. 당초 차세대 운영체제인 Windows Vista에 포함돼 등장할 것이라던 IE7은 그러나 Vista보다 먼저 출시되었다. 그만큼 파이어폭스는 막강했다.
시간이 흘러, 그래봤자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모질라 파이어폭스 2.0이 나왔고 MS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7.0 버전이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두 라이벌을 두고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두 웹 브라우저는 훌륭한 성능으로 보답하고 있다. IE6에 비해 IE7은 최신 기술들을 지원하며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아직 한글판이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지만, 정식으로 출시되면 Windows Update를 통해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그에 반해, FF 2.0은? 이전 버전인 FF 1.5가 너무 훌륭한 탓이었는지, 표면상 큰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IE7만큼의 변화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개인적으로 버전을 매겨보자면 1.5.0.7에서 1.6 또는 1.7 정도?

나도 FF 2.0을 설치하긴 했었지만, 얼마 못 가 FF 1.5로 다시 돌아왔다. '이전 버전으로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당장 IE6는 불편하다. 마우스의 가운데 버튼을 눌러도 새 탭이 열리지 않고, 여러 개의 링크를 열려면 일일이 클릭해주어야 하며, 사진의 ExIF정보가 바로바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CSS 개발도 골치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불만사항을 모두 개선한 IE7이 나온다면 주저없이 그것을 쓸 것이다. '이전 버전은 불편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FF 2.0은 IE7의 그것과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오히려 오랜 시간에 걸쳐 사용자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된 FF 1.5가 더 편할 수 있다. 이것저것 다 써보고 최후에 남긴 몇 개의 확장기능, 직접 모질라 포럼을 찾아다니면서 개조한 about:config 설정, 그리고 직접 꾸며놓은 인터페이스 등. 개인적으로 어느새 FF 1.5는 '가장 익숙한 브라우저'가 되어버렸고, FF 2.0은 그것을 쉽사리 따라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몇몇 확장기능들을 아직은 FF 2.0에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가끔 이용하는 것이라면 주저없이 FF 2.0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 이용하는 중요한 확장기능이 FF 2.0에서 지원되지 않는다면, 굳이 FF 2.0으로 바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진 모르겠다. FF 2.0의 다운로드 수가 며칠만에 폭발적인 숫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봐선 이미 상당수가 FF 2.0으로 업그레이드한 모양이다. 글의 제목에서 '당분간'이란 단어를 쓴 것은 FF 2.0이 FF 1.5를 대체할 날이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는 모든 확장기능들이 FF 2.0을 지원할 때).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FF 2.0 최대의 적은 이용자에게 적절히 커스터마이징 된 FF 1.5가 될 것이다. 그만큼 FF 1.5는 막강하다. (한편으론 FF사용자들이 대부분 이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FF 1.5가 의외로 일찍 교체될지도 모르겠다.)
소프트웨어의 새 버전이 나오면 이전 버전을 깎아내려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 이전 버전이 새 버전의 판매에 나쁜 영향을 끼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어느 모델의 신형이 나오면 구형 모델을 깎아내려 광고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같아선 FF 2.0이 딱 그런 상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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