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사진전 하나를 보고 왔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중인 '생명의 기적' 전입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사진 구경이나 하자고 들렀는데, 정작 사진 자체보다도 사진의 이야기에 많은 것들을 느끼고 온 전시였습니다.
유명 사진작가 단체인 '매그넘' 소속 8명의 작가가 공통된 주제로 사진작업을 벌였습니다. 바로 인류 최대의 적이라 일컬어지는 에이즈(AIDS)라는 질병과,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그 주제입니다. 작가들은 에이즈 환자가 많은 전세계 곳곳을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또 다시 방문해 그들과 그들 가족의 모습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여러분은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흔히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콘돔을 안 쓰면 걸린다, 불치병이다, 한번 걸리면 끝이다, 비참하게 죽는다, 더러운 병이다, 심지어는 신의 저주다 등등… 혹시 이렇게 알고 있진 않나요? 전시를 보기 전까진 저도 이렇게 막연한 생각들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사실 별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왠지 '문란한 성생활 때문에 걸렸을 것이다'와 같은 생각들만 갖고 있었던 거죠.
그러나 전시된 사진과 그 내용들을 통해, 이러한 생각들이 얼마나 편협하고 잘못된 생각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해, 그리고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차치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바로 '상식의 부재' 였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도, 그들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도 모두 상식이 없어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성적 접촉 보다도, 주사기의 잘못된 사용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그 지역에서는 흔한 마약을 즐기다 감염되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 비타민 약을 주사하다 감염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활용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해 일어난 일 이지요. 콘돔 사용에 대한 상식도 마찬가지고요. 에이즈 환자의 주변 사람들도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해 환자를 배척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집주인은 에이즈에 걸린 세입자를 내쫓고, 마을 사람들은 에이즈 환자와 그 가족들을 마을에서 내쫓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문제입니다. 고용주들은 에이즈에 걸린 고용인을 퇴직시키고, 직장 동료들은 같이 일하는 것을 꺼립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지역에서 하루 벌어 온 가족이 먹고 사는데, 일자리마저 얻질 못하니 에이즈 환자는 물론 가족까지 생계를 위협받게 됩니다.
전시를 통해 알게 된 내용입니다만, 에이즈라는 질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꾸준한 약물복용을 통해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만성질환이라고 합니다.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병 처럼 꾸준히 관리해주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지요. 에이즈 무상치료는 환자들에게 평범히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환자 자신의 결심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관심을 통해 얼마든지 평범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들에게 있어 가장 힘든 것은 다름아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하네요. 에이즈 환자 개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함께 치료해 나가야 할 병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하며, 지원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우리들의 인식부터 바꾸는 일일 것입니다. 쉽지만은 않겠지요, 솔직히 저도 당장부터 그러한 인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에이즈 무상치료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행복한 미소를 되찾은 그들과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조금씩이나마 생각이 바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진이 가진 힘이겠지요.
전시가 종료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많은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매그넘 세계순회사진전 – 생명의 기적(Access to Life)
기간 : 2011.12.23(금) ~ 2012.03.04(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7시까지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연령 : 전체관람
▲ 관람료는 일반 1만원, 중/고생 8천원, 유아/초등생 5천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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