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프라이드 눈물의 안개등 교체기

by hfkais | 2013. 2. 10. | 0 comments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그날따라 늘 주차하던 곳에 다른 차가 세워져 있었고, 자리를 찾던 전 결국 화단 옆 좁은 빈 공간에 차를 밀어 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단엔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고, 가로등의 바닥 부분에는 쇠로 된 지지대가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인지라 최대한 화단에 가깝게 붙이려다, 결국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앞범퍼 아래쪽에서 '와장창!!!' 소리가 선명히 들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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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운전석 쪽 안개등 유리를 시원하게 깨먹었습니다.

23년이란 세월 동안 이미 낡을 대로 낡은 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깨지고 부숴진 채로 돌아다닐 순 없는 노릇입니다. 가뜩이나 낡았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차를 정말 폐차처럼 보이게 할 테니까요. 안 그래도 각 부분 도장면은 여기저기 까진 곳이 많은데....

그나마 다행인 건 안개등 커버 유리만 깨졌다는 겁니다. 절묘하게 커버 유리 한가운데만 와장창 깨졌죠. 쇠로 된 뒷 커버와 안쪽 반사판, 전구 등은 멀쩡했습니다. 비록 주말에만 타긴 하지만, 한동안은 이 상태로 그냥 타고 다녔습니다.

 

 

카센터에서 오일을 교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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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꾸물꾸물했던 2012년의 마지막 주말, 아버지와 함께 카센터에 들렀습니다. 그 동안 미뤄왔던 엔진오일 교환 작업을 위해서였죠. 사실 주행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오일을 교환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눈이 내리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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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있는 곳은 이미 다른 차들이 차지한 뒤였고, 하나 남은 리프트에 차를 올렸습니다. 오일팬 마개를 열어 오일을 따라냅니다. 어두운 갈색의 오일이 쏟아집니다. 직접 사진은 못 찍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역시 주행거리가 얼마 안된 탓이겠지요. 리프트에 올린 김에 하체를 좀 살펴봤는데, 여기저기 녹슨 곳이 많더군요. 역시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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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오일은 Kixx Ga라는 광유계 엔진오일로, 사실 그냥 카센터에서 넣어주는 거 썼습니다. 합성유까지 쓸 거 뭐 있나요, 그냥 쓰던 거 쓰는 거지. 매뉴얼에 따르면 구형 프라이드에는 약 3.4리터의 엔진오일이 들어가는데, 요 빨간 통이 딱 4리터 짜리더군요. 대충 넣고 미션오일도 함께 교환했습니다.

정비사가 엔진 밑으로 들어가 작업하니까 꿀렁꿀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션에서 오일이 콸콸 쏟아지네요. 미션은 엔진보다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다시 오일을 주입할 때는 기다란 깔때기를 이용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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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오일류 교환이 끝났습니다. 사진상으론 아직 괜찮아 보이는 엔진룸입니다.

 

 

눈물의 안개등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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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안개등입니다. 쇠로 된 커버는 이미 엄청나게 녹슬어, 원래부터 이렇게 나온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보시다시피 노란색 커버유리만 깨져있었죠. 유리가 꽤 두꺼웠습니다. 한창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정비사에게 '안개등이 깨졌는데 남는 부품 없나'고 물어보십니다. 곧 창고로 들어간 정비사가 잠시 뒤적거리더니 뭘 들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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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구형 프라이드용 순정 안개등! 게다가 반질반질한 신품! 안 그래도 잔뜩 녹슨 안개등이 영 거슬렸는데 이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요즘엔 굴러다니는 구형 프라이드도 없는데 떡 하니 나타날 줄이야. 속으로 '아싸~'를 외치며 들떠있는 사이, 정비사가 안개등 교체를 준비합니다.

한참을 낑낑거리고 있길래 보니, 기존 안개등 마운트의 나사가 죽어도 안 풀리는 겁니다. 힘주어 돌려도 보고, 탕탕 때려도 보고 했는데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을 씨름하던 정비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습니다.

"이거 잔뜩 녹슬어서 아예 붙어버렸는데요, 안 떨어져요"

그러더니 펜치를 들고 또 한참을 낑낑거려, 깨진 안개등의 앞쪽 쇠 커버를 떼어내고 깨진 유리를 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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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어낸 앞쪽 쇠 커버입니다. 잔뜩 녹이 슬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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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은 비교적 멀쩡하기에 노란 커버유리만 교체하고 새 쇠 커버로 마무리했습니다. 볼트를 박는데 커버 뒤쪽은 녹슨 그대로이기 때문에 고정이 안되더군요. 결국 두 개의 불트 중 하나는 아예 피스못으로 박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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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깨진 안개등은 수리했지만 내심 기대했던 마음은 약간의 실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녹이 슬어 부품 교체가 어려울 정도라니,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얼핏 보면 모르지만 가까이서 보면 조수석 안개등은 녹 덩어리, 운전석 안개등은 번쩍번쩍 하네요. 그래도 정비사가 안개등 수리는 그냥 서비스로 해주겠다 하니 그걸로 쓰린 속을 달래봅니다.

수리한 곳 : 강화 아름카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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