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되고 해서 데스크탑 시스템을 새로 조립했습니다. 관련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에 쓰던 시스템이 무려 7년 전 사양이네요. 느리긴 해도 얼마 전에 SSD도 달았겠다 그럭저럭 쓸만했는데, 동영상 편집 작업을 하던 동생의 푸념에 결국 새로 조립했습니다. 이번에도 가성비 위주의 중저가 견적인데요, 다 고르고 나니 약 40만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딱히 맞춘 것도 아닌데 매번 이정도 가격대에서만 맞추게 되네요.
CPU | 인텔 펜티엄 G3258 하스웰 |
메인보드 | 애즈락 B85M pro4 |
RAM | 삼성 DDR3 8G PC3-12800 |
VGA | 사파이어 라데온 R7 260X OC D5 1GB |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SE 500W +12V Single Rail 85+ |
ODD | LG Super-Multi GH24NS96 |
가격 대비 성능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는 제품들 + 개인 호불호에 따라 고른 부품들입니다. 저장장치를 비롯한 나머지는 웬만하면 재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게요.
CPU – 이 참에 오버클럭도 해볼까?
기존에 쓰던 E2180 콘로에 이어 이번에도 인텔입니다. 처음엔 단순히 다나와 판매순위만 보고 펜티엄 G3240을 골랐습니다. 딱히 쿼드코어까지 필요할 것 같지도 않고, 요즘 CPU들이 워낙 좋게 나와서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G3240 대신 G3258을 많이 추천하더군요.
이유는 바로 오버클럭. 펜티엄 브랜드 20주년 기념 모델이라 다른 모델과 달리 배수락이 풀려있다는 겁니다. 오버클럭으로 유명했던 i5 2500K (샌디브릿지)처럼요. 게다가 G3240의 하스웰 리프레쉬나 G3258의 하스웰이나 별 차이는 없다고도 하고. 애초에 오버클럭은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몇 천원 차이인지라 G3258로 낙점(이런 식으로 가다 티코 살 거 그랜저 사게 되는 거죠).
메인보드 – 너무 저렴한 건 확장성이 아쉬워
이것도 처음엔 저렴한 H81 보드를 고를까 하다가, 가격차이가 얼마 안 나길래 B85로 골랐습니다. 메모리 슬롯(DIMM) 개수 차이도 있고… 소소하게 확장성에서 차이가 있는데, 나중에 골치 아파지느니 그냥 몇 천원 더 쓰기로 결정. 처음엔 기가바이트 제품을 골랐는데 애즈락을 추천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먼 옛날 바톤 2500 시절에 썼던 보드가 애즈락이기도 하네요(USB 전력문제 빼고는 잘 썼던 걸로 기억).
그래서 가장 잘 나가는 애즈락 B85M pro4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M-ATX 폼팩터에 메모리 슬롯 4개, SATA3포트 4개/ SATA2 포트 2개, 전원부는 4페이즈. 게다가 내장랜은 인텔 기가비트 랜으로 좋은 구성입니다.
RAM – 당장의 듀얼채널보다는 나중의 확장을
E2180 시스템을 쓸 때, 2GB로 조립했다가 나중에 1GB를 추가하여 3GB로 썼습니다. 업무용으로 쓰는 시스템에서는 4GB를 쓰고 있지요. 32비트 운영체제에서는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약간 답답한 느낌도 있고 해서 이 참에 64비트로 가기로 하고, 8GB를 올렸습니다. 나중에 16GB 이상으로 올릴 것도 염두에 두고 단일 8GB로 골랐습니다. 애즈락 B85M pro4 메인보드에서 지원하는 최대 메모리가 32GB니까, 8GBx4 하면 32GB를 모두 쓸 수 있겠네요.
램은 듀얼채널 구성이 좋다고 하는데, 저는 체감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1개의 램을 4개의 DIMM 슬롯 중 1번 슬롯에 꽂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것도 다 우선순위가 있더라고요. 애즈락의 메인보드 설명서에 따르면, 만약 듀얼채널로 구성할 경우
- 1순위 : A2 / B2 (2, 4번)
- 2순위 : A1 / B1 (1, 3번)
- 3순위 : A1/A2/B1/B2 (1, 2, 3, 4번)
순으로 꽂으면 된다네요. 의외로 1/3번 슬롯이 아니라 2/4번 슬롯이 1순위네요. 물론 제 경우엔 1개인데다가 다시 뜯기 귀찮으니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VGA – 어쩌다 보니 라데온 빠
이것만큼은 철저히 개인 선호도에 따라, 이번에도 AMD(ATi)의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선택했습니다. 전에는 6~7만원 대 중저가에 괜찮은 제품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이 가격대에서 64비트 짜리 LP모델들만 눈에 띄더군요. 차라리 CPU 내장그래픽을 쓰고 말지…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10만원이 넘는(!) 그래픽카드를 골랐습니다.
사파이어 라데온 R7 260X OC D5 1GB. 7년 전에도 이엠텍에서 수입한 사파이어 그래픽카드를 썼는데, 이번에도 같은 수입사와 같은 제조사의 제품을 골랐네요. 어쩌다 보니 그 동안 써온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모두 사파이어 제품입니다. 가성비도 좋고, 고장 나거나 문제 일으킨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라데온 그래픽카드 제조사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파워 – 무난하게 오래가는 게 가장 어렵지
옛날엔 FSP 파워를, E2180 때에는 히로이찌 파워를 썼었죠. 모두 당시엔 추천을 받았지만 어째 그 후의 평가는 좀 떨어지더군요. 뻥파워 수준까진 아니더라도 표기 스펙을 살짝 뻥튀기 했다던가, 해외 모델과 국내 모델이 다르다던가 등 말이 좀 있는 거 같았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론 고장이나 문제 없이 오랫동안 잘 썼습니다.
이런 저런 제조사를 제외하고 뭘 골라야 하나 고민하다, 마이크로닉스의 500W짜리 파워를 골랐습니다. 사실 이름 자체는 꽤 오래 전부터 들어온 이름입니다. 파워는 물론 케이스도 만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 동안 크게 확 떴던 적도 없지만 크게 나쁜 소릴 들은 적도 없는 거 같네요. 파워서플라이야 뭐 전기 잘 공급해주고 안 터지고 안정적이면 땡이죠.
ODD – 자주 쓸 일은 없고, 없으면 또 아쉽고
사실 ODD는 애초에 계획이 없었습니다. 전부터 잘 써오고 있는 파이오니어 DVD-RW를 쓰려고 했죠. 당시엔 나름대로 비싸게 주고 산 물건인데다, 아직까지 고장 난 적도 없으며, 자주 쓸 일이 없는 기기니까요. 그런데 아뿔싸, 메인보드에 IDE 커넥터가 없네요?! 전원이야 아직 파워에 4pin 커넥터가 달려나오니 상관없지만 데이터를 전송할 곳이 없어요! 젠더를 이용해도 되지만 그러자니 젠더 가격이나 새 ODD 가격이나 별 차이가 없네요. 결국 LG의 슈퍼멀티 ODD를 구입했습니다. (조립하고 나서 딱 한번 써봤네요. 메인보드 드라이버 설치할 때)
▲ 파이오니어 DVR-109. 메인보드가 널 받아줄 수 없댄다.
이렇게 새 부품들을 골라 주문하고, 나머지는 기존에 있던 걸 쓰기로 했습니다. 특히 케이스는 새로 살까 하다 기존걸 쓰기로 했는데요, ATX 파워와 ATX 보드를 쓸 수 있는 슬림형 케이스 – 다나와에서 '슬림(일반)'으로 표기되는 – 중에 괜찮은 새 제품이 눈에 뜨지 않더군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폼팩터도 그대로고, 케이스에 달린 특별한 기능은 커녕 전면패널도 거의 쓰질 않으니. 그냥 껍데기와 전원 버튼만 있으면 되네요. 결국 기존에 쓰던 Core S-10 케이스를 그대로 쓰기로 결정.
컴퓨터 조립이야 늘 그렇듯이 뻔한데…
케이스를 열어 기존에 있던 부품들을 모두 빼냈습니다. 오랫동안 써오며 그래도 간간히 청소해줬다고 생각했지만, 깊숙한 곳에 묵혀있는 먼지가 꽤 많더군요. 모두 싹 털어내고, 사이드 패널에 박혀있는 에너맥스 마라톤 쿨러도 떼어 먼지를 털어주었습니다.
▲ 적출 당한(?)옛 시스템의 부품들. 그 동안 고생했어!
컴퓨터 조립이야 늘 똑같습니다. 포장을 벗기고, 메인보드에 CPU와 램을 얹고, 케이스에 끼우고, 각종 커넥터와 그래픽카드를 끼우고, 스토리지들 연결하고, 선 정리하고, 끝. 세대가 변하면서 부품 사양도 바뀌고 규격도 조금씩 바뀐다지만, 조립 모습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CPU를 장착할 땐 부들부들 손이 떨리네요.
▲ 배수락이 해제되어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인텔 G3258
딱 하나 골치 아팠던 점이 있었는데, 바로 SATA 커넥터였습니다. 옛날엔 기판마다 SATA포트가 하나씩 박혀있었죠. 요새 나오는 보드들은 포트 2개가 한 쌍으로 되어 90도로 꺾인 채 붙어있더군요. 물론 메인보드에 SATA포트를 6개씩 박으면 공간낭비가 심할 거 같긴 합니다. 하지만 제 케이스는 슬림(일반) 타입이었고, SATA케이블들은 생각보다 많이 뻣뻣했습니다.
▲ 90도로 꺾인 SATA포트들. 공간활용에는 좋겠지만, 조립성에서는… Orz
손 들어갈 공간도 없는데 SATA커넥터 4개를 그 좁은 포트에 꼽고 빼고 하려니 정말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파워에서 나온 케이블들과 딱 맞닿는 공간에 위치하고 있어 선정리도 힘들었죠. 심지어 파워에서 SATA 전원선마저 90도로 꺾인 것들이 있어 선 정리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케이블들은 또 어찌나 길던지. 이 때 만큼은 정말 미들타워가 그리웠습니다. 결국 손등에 상처도 났네요.
▲ 케이스 전면 하단에 위치한 파워 케이블과 그래픽카드, SATA 커넥터가 모두 한곳에 모이는 구조
어찌어찌 조립을 마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부팅을 시도해봅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연결한 채 전원을 넣었습니다. CPU팬이 빠르게 돌아가다 이내 천천히 돌기 시작합니다. 바이오스 화면에 들어가보니 각 부품들이 잘 인식되네요. 문제 없이 조립이 완료되었습니다. 이번 시스템도 별 탈 없이 오래 썼으면 좋겠네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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