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돌아보기

by hfkais | 2022. 12. 31. | 2 comments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고, 절대란 없으며, 영원한 것도 없다. 이제 연차도 어느 정도 쌓였겠다, 많은 것들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늘 새로운 일들이 벌어진다. 일도, 사는 것도.

매년 똑같은 소릴 반복하며 산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하네". 그냥 현재에 비해 과거의 기억이 미화되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늘 그랬다.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다 평탄하네" 했던 적이 있었나? 없었던 거 같다. 원래 사는 게 다 이런 걸까?

올해도 벼락치기로 한 해를 돌아본다.


조직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평소 누군가를 욕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도 상대 나름이다. 때문에 시작부터 누구 욕 좀 해야겠다.

연초부터 의사결정권자 옆에 붙어 열심히 이빨만 까던 사람 때문에 이슈가 있었다.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다른 회사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심도 있게 살펴보거나 배울 생각도 안 하고, 그야말로 혼자 이상한 뽕에 차서 열심히 이빨만 까대던 그. 일 처리에 명분도 논리도 실리도 없었고,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시야는 좁고 생각은 얕았으며 치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논란만 불러일으켰다. 결국 프로젝트는 유야무야되고 그는 후임에게 뒷수습을 떠넘긴 채 손을 떼었다. 최근 그의 근황을 건너 들었는데, 자기 본업에서도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 구설이 돌고 있었다.

어설픈 자에게 애매한 권한을 줘버리니 결국 반년도 안되어 조직에 큰 대미지를 남기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리더십이 상처를 입은 것과 조직 내부의 신뢰가 붕괴된 것이다. 미리 상황을 예측하고 대처하지 못한 부서들은 심각한 인재 유출을 겪었다. 신뢰가 무너진 탓이다.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도 힘든데, 단순히 한 사람 나갔다고 해서 그걸 또 다른 한 사람으로 쉽게 채울 수는 없다. -1을 +1로 채운다고 해서 0이 될 순 없는 게 사람 쓰는 일이다. 게다가 남아있는 사람들의 사기 문제도 있다. 재빨리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대응한 부서는 상대적으로 무탈했고, 그러지 못한 부서는 크게 타격을 입었다.

결국 다시 돌고 돌아 '인사가 만사다'. 한 사람의 세 치 혀에서 놀려지는 말 몇 마디가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없던 당첨 운이 운 좋게 발휘되었는지, 8월엔 인프런에서 주최하는 인프콘 행사에 다녀왔다. 화려한 행사장과 흥미로운 굿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 직원들의 기술적인 발표보다 눈길이 갔던 건 시니어급 발표자들이 말하는 기술 외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조직을 꾸려가는 이야기라던가, 연차가 다른 직원끼리의 소통,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 등 거기서 얻은 건 일종의 안도감이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비록 연초부터 이런저런 이슈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방향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업종이 다르고 회사가 다르고 조직이 다르고 직무도 다 다르지만 당면한 문제는 대체로 비슷했다. 결국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일이고, 문제와 목적이 명확하면 답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거 같다. 문제 자체를 인식하고 정의하는 게 어려워서 그렇지. 

내년엔 나 말고 팀 멤버들도 적극적으로 이런 행사에 보내주고 싶다. 그런데 적극성을 어떻게 해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가장 큰 고민이다.


GitHub만 붙잡고 있었던 한 해

서비스 배포와 개발 코드 관리를 위해 GitHub를 붙잡고 있는 날이 많았던 한 해였다. 먼 옛날 잠깐 스쳐 지나갔던 Tortoise SVN 때부터 지금의 Git 까지 버전관리는 영 생소했지만, 이제는 조금씩이나마 익숙해지고 있는 거 같다. 복잡한 명령어나 다양한 기능들보다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바로 파일 히스토리다. 여러 개발자가 만든 코드들을 문제없이 병합하고 관리하기 위해 수십 개의 탭에서 히스토리를 오가며 코드들을 관리했다. 시행착오를 겪을수록 개선점이 보이고, 이를 조직에 적용해 가면서 전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각 달에 있었던 일

1월 : 공유 오피스라는 곳에 처음 가보았다.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구색은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깔끔한 인테리어, 나름 비싼 가구들, 카페 느낌의 공용 공간 등 그럴싸해 보였지만 영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는 잘 맞지 않는 느낌. 적응 차이일까? 노트북만 달랑 들고 일하는 건 불편했다.

3월 : 안경을 새로 맞췄다. 렌즈 사양은 그대로 둔 채 안경점 추천에 따라 브랜드를 바꿔봤는데, 막상 써보니 영 별로였다. 기존에 쓰던 브랜드보다 더 유명한 브랜드였는데도 코팅이 영 별로인지 빛 반사가 더 심했다. 사실 별생각 없이 썼으면 그냥 썼겠지만, 늘상 이용하는 환경에서 차이가 확 나버리자 정나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내 경우 그 환경은 화장실이었는데, 문을 열고 화장실을 들어서자마자 빛 반사가 확 차이 나서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구관이 명관이다.

4월 : 동대문 DDP에서 열린 '포르쉐 이코넨' 전시를 보고 왔다. 그냥 가볍게 산책 삼아 카메라 들고 찾아간 전시였는데 꽤 볼만했다. 세기의 명차들을 바로 옆에서 보는 건 꽤 흥미로웠다.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위에서 보고, 밑바닥도 보고. 사진도 꽤 많이 찍었다.

6월 : P&I에 다녀왔다. 내가 쓰는 펜탁스는 물론 이젠 스틸사진 자체도 많이 죽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엡손의 대형 프린터가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했다. 캐논의 미러리스는 진짜 문화충격이었다. 짧은 시간에 벌써 완벽히 전환을 이룬 것 같았다. 물론 가격도 충격이었지만.

7월 : 1월에 자동차 브레이크액과 겉 벨트를 교환한 데 이어 이번엔 앞브레이크와 스테빌라이저 등을 교환하고, 휠 얼라인먼트를 봤다. 정비소 엔지니어분께 물어보니 당분간 크게 손볼 부분은 없다고 했다. 내년이면 이제 16년 차가 된다. 수시로 차 바꾸고 싶다 노래를 부르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타고 싶다.

8월 : 원체 그런 게 없는 가족인데, 급한 일정으로 어찌어찌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동생이 운전도 다 하고 고생이 많았다. 내년엔 좀 더 좋은 곳으로 미리미리 준비하면 좋을 거 같은데... 어찌 될는지 모르겠다.

10월 : 상사와 함께 우리 조직을 외부에 소개하는 글을 썼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초심도 되찾고, 무엇보다 조직의 존재 의의와 업무 방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종종 업데이트도 해보고, 다시 써보기도 하고 그래야겠다. 

12월 :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채용이 드디어 결실을 보았다. 이제 내년에 새로 출근할 텐데, 새로운 멤버와 함께 할 새해가 무척 기대된다. 당장 온보딩 절차부터 다시 점검해야겠다.

댓글 2개:

  1. 이 글과는 상관없으나 척수혈관기형에 관한 치료기를 읽었습니다. 저 또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치료받으신 병원이 어디인지, 궁금해서 이렇게 댓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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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메일 주소 하나 남겨주시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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