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하루 동안의 일과도 돌아보기 어려운데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간략하게 몇 가지 키워드로 요약해서 기록해두긴 하지만 한참 지난 뒤에 그걸 다시 꺼내보긴 쉽지 않다. 어쩌면 그때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적어두는 트위터의 내용이 좀 더 실제 생각과 감상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팀원들
21년 ~ 22년 이직 러시에 떠난 멤버들을 다 충원하기도 전에 곧바로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왔다. 그나마 우리 조직은 구조조정까진 가지 않았지만, 채용 과정에서 접한 수많은 이력서들과 면접 대화에서 한파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직 러시 때 팀원의 반 정도가 떠났고, 신입까지 포함해 반 조금 넘는 인원이 새로 들어왔다. 지난 한 해에는 채용 면접도 꽤 많이 봤다. 많은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 질문을 만들고,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처음엔 꽤 헤맸지만 여러 번 하다보니 익숙해지기도 하고 나름대로 체계도 생긴 거 같다. 상반기 2명, 하반기 2명, 그리고 연말에 1명이 새로 들어왔다.
현상유지의 어려움
얼핏 생각해보면 현상유지는 쉬운 거 같다. 늘 하던 대로 하고, 딱히 큰 변화 없이 가만히 있으면 유지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한 해였다. 역설적이게도, 현상유지를 위해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한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 만큼 끊임없이 주변도 변한다. 바위는 한 곳에 가만히 있으려 하겠지만 지반이 무너지고 흙이 떠내려가면 결코 그 위치에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현상유지는 어렵다. 결국엔 또 돌고 돌아 인사관리가 문제다. 뛰어난 사람 하나를 자리에 앉혀 조직을 성장시키기는 어려워도, 그 반대는 너무나 쉽다. 물론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각 달에 있었던 일
1월 : 작년 말일에 자동차 후방추돌 사고를 당했다. 정체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순간 주의를 놓친 뒷차가 뒤를 받아버렸다. 몇 년 전에도 똑같은 사고를 당했었는데, 범퍼만 깨졌던 그때와 달리 이번엔 트렁크까지 해먹었다. 병원 다니고 차량 수리한다고 정신 없었던 1월이었다.
2월 : 동생과 함께 이집트 미라전을 보고 왔다. 예술의 전당은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뭔가 아쉽다. 공간도 협소하고, 동선도 이상하고, 배치도 별로고, 관람객은 너무 많다. 갈 때마다 되뇌인다. '아, 전에도 이래서 앞으론 안 오겠다 했었지?' 심지어 전시에 쓰인 조명과 유리판 마저 별로라 느껴진다.
3월 : 운영중인 서비스의 개편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큰 변화는 없었다.
4월 : 친구들과 가볍게 조치원 여행을 다녀왔다. 그래봤자 맛집이나 카페 정도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오늘날 여러 지방 도시들의 공통 과제는 '도시 재생'인 것 같다. 그런데 어째 그 해결책이라는 게 대부분 쓸모 없어진 산업시설의 카페화 뿐인 것 같기도. 하긴 강화도의 조양방직도 같은 선상에 있으니.
5월 : 코엑스에서 열린 세일즈포스 라이브 코리아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갤럭시 S23+ 로 휴대폰을 바꾸었다.
6월 :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 - 일하는 여성들' 전시를 보고 왔다. 이곳의 기획전시는 매번 재미있는 주제로 정말 알찬 전시 내용을 자랑하는데, 주제 선정도 참신하고 전국 각 박물관에서 협조를 얻어 빌려오는 전시품도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점심시간에 얼른 밥 먹고 후다닥 관람하기 딱 좋은 분량이다. 한편 어느덧 트위터 가입 14년 째를 맞이하였다. 2009년 6월 13일에 첫 트윗을 올렸구나.
10월 : FEconf 2023의 예매에 성공했으나 사정상 못 가게 되어 다른 분에게 그냥 드렸다. 잘 보고 오셨으려나... 국립고궁박물관에 갔다가 '활옷 만개滿開,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전시를 구경했다. 화려함의 끝판왕을 본 느낌. 어쩌다보니 친구들과 '2023 평택항 마라톤대회'를 구경하게 되었다. 마라톤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
11월 : 프레스센터 앞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길래 가봤다가 영화 '서울의 봄' 출연 배우들을 꽤 가까이서 봤다.
12월 : 그동안 미루었던 건강검진도 하고, 명동성당과 명동도 구경했다. 매년 연말이면 찾아오는 서울빛초롱축제와 광화문광장마켓 행사도 구경했다.
* 작년 말에 방영을 시작했던 '기동전사 건담 수성의 마녀'가 완결되었다. 작품 자체도 훌륭했지만 트위터의 수많은 팬들과 함께 봐서 더 재미있었다. 끊임없이 상상력을 더하고, 팬아트도 그리고, 밈도 만들고 드립도 치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즐겁게 '덕질'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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