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버린 브레이크등 커버... 부품은 또 어디서 구하나... 간단한 듯 간단하지 않았던 교체작업
약 100km/h에 가까운 고속주행(!)이 원인이었을까요, 아니면 김포와 인천을 잇는 서해안 제방도로의 험한 길이 문제였을까요. 일이 있어 인천국제공항을 두 번 왕복했는데, 집에 돌아와 주차해놓고 보니 뒷모습이 뭔가 허전했습니다. 바로 운전석 쪽 테일램프(일명 데루등)의 브레이크등 커버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었죠.
사라져버린 브레이크등 커버
제가 타고 있는 구형 프라이드는 90년식이지만 그럭저럭 멀쩡한 상태의 외장부품을 달고 있습니다. 헤드램프는 유리라 아직 멀쩡하고, 안개등도 철로 된 커버가 녹슬었을 뿐 성능엔 문제가 없었죠. 조수석 방향지시등 커버와 운전석 테일램프가 색이 좀 바래고 낡긴 했지만, 기능상으론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래되다 보니, 플라스틱으로 결합된 부분이 느슨해진 모양입니다. 운전석 쪽 테일램프의 브레이크등 부분 커버만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밤에 브레이크등이 고장난 앞 차 때문에 식겁했던 적도 있는지라, 얼른 고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품 구하기
인터넷을 뒤져보니 조수석 쪽 테일램프는 보이는데 운전석 쪽은 모두 품절이네요. 해외사이트도 뒤져보니 나오긴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운전석 쪽이 없는데다 가격이 이건 배보다 배꼽이 커질 지경입니다. 혹시나 싶어 근처 현대모비스 부품센터에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폐차장 가보시라'. 연식 오래된 차 타기 힘드네요.
▲ 김포 군하리에서 좀더 들어간 곳에 위치한 제일폐차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무작정 근처 폐차장을 찾았습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려, 작은 산을 넘은 곳에 폐차장이 있었습니다. 쭈뼛쭈뼛하며 프라이드 데루등 있냐고 여쭤보니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키시네요. 테일램프만 모아놓은 곳, 심지어 맨 위에 떡하니 얹혀져 있었습니다. 상태도 좋고, 가격도 싸고. 괜히 인터넷 뒤지지 말고 진작 올걸.
▲ 희한하게도 브레이크등 커버만 쏙 달아났습니다. 아래는 폐차장에서 얻은 새것(?)
교체작업
집으로 돌아와 교체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프라이드의 테일램프 구조는 이미 인터넷으로 확인한지라 금방 끝날 것 같았죠. 볼트 네 개만 풀어 교체하면 되는 작업이었습니다.
▲ 폐차된 차량에서 떼어온 것 치곤 너무 깨끗한(?) 테일램프. 먼지가 잔뜩 껴있던 고무 패킹도 열심히 닦아주니 거의 새것처럼 되었습니다.
▲ 트렁크를 열고 요 커버를 열면 전구와 너트를 풀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 프라이드의 연식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너트들이 녹슬고 뭉개져서 잘 빠지질 않네요. 어찌어찌 3개는 풀었는데,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하나가 안 풀립니다. 공간도 좁고 잘 보이지 않는데다 4개 중 가장 심각하게 뭉개진 너트였어요. 결국 그날 교체작업을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 10짜리 스패너까지 빌려왔는데!!!!
다음날, 아버지와 함께 고민하다 아예 잘라버리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다 깨져서 버릴 거, 안 빠지는 볼트 부분을 잘라버리기로 한 것이죠. 어느 정도 풀린 상태에서 힘껏 벌려 공간을 만들고 쇠톱을 가져와 슥슥 잘라내자, 고장난 테일램프를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 눈에 잘 안띄는 안쪽은 많이 지저분하네요, 녹도 슬고...
▲ 결국 쇠톱으로 슥삭슥삭 잘라서 떼버림
조립은 분해의 역순. 너무 간단해서 허무할 정도입니다. 네 개의 볼트를 구멍에 맞게 끼우고, 너트 조여주고, 커넥터 연결하고 끝. 별 문제 없이 잘 맞습니다. 다만 전구를 끼우는 소켓 부분이 뭔가 살짝 안 맞네요. 이 부분은 연식 차이 때문인지 모양이 좀 다른거 같기도 하고. 어찌어찌 기존 소켓과 전구들을 조합해 끼우고 교체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달려있던 조수석 쪽 커버와 얼추 비슷한 연식인지 양쪽이 잘 어울리네요. 이제 마음 놓고 돌아다녀도 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 도색 다 벗겨진 범퍼는 어찌하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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