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써 온 차계부에 '6/9 해안도로에서 뻗음' 이라고 적혀있는, 4년 전 2012년 6월 9일의 기록입니다.
토요일이었던 그날, 늦은 밤 갑자기 차를 몰고 싶어졌습니다. 집에서 구형 프라이드의 키를 꺼내와 어두컴컴한 밤을 헤쳐나갔죠. 그땐 구형 프라이드를 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모든 것이 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텅 빈 도로를 신나게 내달렸습니다.
강화도의 도로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고 재미있는 길들도 많이 있습니다. 쭉 뻗은 직선로, 구불구불한 코너, 언덕이 심한 산길, 느긋하게 달리기 좋은 해안도로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과속방지턱은 몇년 전 정비사업으로 대부분 제거하여 운전이 무척 편합니다. (물론 학교 앞이나 마을 입구 등에는 방지턱이 있습니다.)
강화읍에서 출발하여 마니산이 있는 화도까지 내려가 한바퀴 돌고, 해안도로를 통해 읍으로 올라오는 길이었습니다. 광성보를 좀 지났는데 갑자기 차가 푸드덕 거립니다. 이내 곧 시동이 꺼졌습니다. 다시 걸어봤지만 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름이 모자랐나? 배터리가 방전되었나?
늦은 시간이라 지나가는 차도 없고, 아니 그 전에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해안도로 한구석에서 차가 퍼져버렸습니다. 집에 전화해보니, 아버지는 그냥 차 세워두고 택시 보내줄테니 집에 오랍니다. 따로 혼내지는 않으셨습니다.
다음날, 아버지와 트럭을 타고 가서 구형 프라이드의 보닛을 열어봤습니다. 별 이상은 없고... 일단 기름이 없을 수도 있으니 기름부터 채워넣고,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 트럭에서 점프케이블을 연결해 시동을 걸었습니다. 어젯밤 그 난리 때와는 달리 아주 잘 굴러가는 구형 프라이드. 이게 뭔 일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뒤로도 한동안 종종 시동이 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몰 때는 아주 잘 굴러가다가, 제가 몰 때만 그런 일이 벌어졌었죠. 똑같이 운전하는데, 왜 내가 몰 때만 그러나?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수수께끼는 오래 지나지 않아 풀렸습니다. 힌트는 바로 운전 시간. 아버지는 주로 낮 시간대에, 저는 주로 밤 시간대에 운전을 했었죠. 그리고 항상 밤 시간대에만 시동이 꺼지곤 했었습니다. 똑같이 운전을 하는데, 시간대가 다르다면 거기서 생기는 차이점은?
바로 전기였습니다. 전기를 만들어주는 제네레이터(알터네이터)가 낡아서 전기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주로 타던 낮 시간에는 헤드라이트나 안개등을 켤 일이 없으니 잘 굴러갔고, 제가 타던 밤 시간에는 각종 등화류를 모두 켜야 했으니 전기가 모자랐던 것이죠.
예를 들어 등화류를 켜지 않았을 때 필요한 전기가 50, 등화류를 켰을 때 필요한 전기가 100이라면, 제네레이터가 생산했던 전기는 70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러니 모자랄 수밖에. 결국 제네레이터를 교체하여 해결했습니다.
이때부터였습니다. 자동차 보험에 제 이름도 올라갔고, 본격적으로 구형 프라이드를 몰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간단히 차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20년이 넘은 구형 프라이드에 대한 기록은 '구형 프라이드 울컥거림 및 시동 꺼짐 현상 해결!' 글로 이어집니다.
comment 댓글 없음:
댓글 쓰기
- 스팸 방지를 위해 보안문자(캡차) 확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스팸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댓글 검토 기능을 쓰고 있습니다. 입력하신 댓글이 당장 화면에 나타나지 않아도, 블로그 주인장은 댓글을 보고 있으니 안심하세요. 1~3일 내에 검토가 완료되면 댓글이 게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