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ommunications는 '한국의 구글'이 되고 싶었나?

by hfkais | 2006. 4. 7. | 3 comments

구글의 NHN인수설에 이어, 이번엔 언론에서 SK Communications가 야후!코리아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일단 SK 컴즈 쪽에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강력하게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 말이 맞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개인적인 추측으론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SK 컴즈에서 야후!코리아를 인수할 만한 큰 이유나 근거가 별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의 이러한 상황들에서 문득 구글이 떠올랐다. 초기의 구글은 검색엔진 하나만 가지고도 큰 이슈를 불러일으킬 만한 회사였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매우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야후!를 비롯한 여러 회사들이 구글의 검색엔진을 자사 사이트에 사용했다. 여하튼 구글은 이를 발판삼아 큰 돈을 벌 수 있었고, 수많은 인터넷 회사들을 인수하여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Blogger나 구글어스, Hello, Writely 등은 구글의 품에서 사용자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 입장에선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 나는 그럼 어떤 면에서 SK 컴즈를 보고 구글이 떠올랐을까? 일단은 단순히, SK 컴즈 또한 여러 회사들을 인수하며 커온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내에서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지만 라이코스 코리아가 네이트에 인수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다. 실제로 인수 뒤 얼마 동안은 네이트 홈페이지 한 귀퉁이에 라이코스 로고가 있었다. 지금은 그마저도 찾을 수 없지만. 게다가 현재 네이트 트래픽의 약 80% 가까이 차지하는 싸이월드도 SK 컴즈에서 과거에 인수한 사이트다. 여기에 최근 블로그사이트인 이글루스의 인수까지, 단순히 기업 인수라는 측면에서 볼 때 SK 컴즈는 구글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SK 컴즈는 구글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라고 하기엔, 무언가 비교되는 점들이 너무나 많고 또 명확하다.

위에선 SK 컴즈가 구글과 비슷한 길을 걷는 것 같다고 하고, 밑에선 또 그게 아니라니. 혹자는 욕을 해댈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짚어보자면, 일단 두 회사는 태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스닥에서 라이벌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구글이지만, 그 시작은 기술과 아이디어 빼고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 미미했다. 그에 반해 SK 컴즈는 대기업의 전폭적인 자금지원 속에서 시작된 회사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것은 섣불리 말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구글만큼은 아니라고 본다.

또 다른 점은, 시너지 효과에 대한 것이다. 구글은 많은 회사를 인수했지만, 서로 충돌하는 아이디어나 서비스 없이 개성있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여기에 각 서비스끼리의 연동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그 영향력은 극대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개인블로그 서비스인 Blogger는 사진관리 프로그램인 피카사, 사진공유 프로그램인 헬로, 광고 프로그램인 애드센스, 구글 검색 등과 훌륭하게 연동된다. 이를 통해 구글은 각 서비스의 장점을 살려 사용자에게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럼 SK 컴즈의 서비스들은 어떨까. 네이트라는 포털이 있긴 하지만 다른 포털에 비해 특별히 나을 것도 없고, 트래픽은 싸이월드가 차지하는 게 대부분이다.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한 듯한 통(Tong)의 경우 그 성격이 모호한데다 펌질 사이트로 전락한지 오래고, 마찬가지로 야심차게 준비한 싸이월드 페이퍼도 준비단계의 기대와는 달리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최근 새롭게 단장했다는데, 얼마나 먹혀들진 두고 봐야겠다). 여기에 얼마 전 이글루스까지 인수했으나, 우려섞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차이점은, 아이디어와 그 실행력에 대한 차이다. 구글은 떄때로 사용자 입장에서 기가 찰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실행에 옮기곤 한다.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이메일 사용자들에게 개인당 2GB가 넘는 용량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물론 구글도 상당수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세한 곳에서 구글만의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메일 서비스가 디렉토리와 폴더로 메일을 구분할 때, 구글은 메일마다 라벨을 붙여버렸다. 물론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 실행력이 놀라운 것이다. 그에 비해 SK 컴즈는? 글쎄, 내부적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오가는지 알 수야 없지만 그냥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봤을 땐 그저 평균 이하다. 원래는 평균이라고 쓰려 했지만, 문득 떠오르는게 있어 평균 이하라고 썼다. 작년, 파이어폭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 '싸이월드는 크로스 브라우징을 지원하지 않느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회사 내부에서도 크로스 브라우징을 준비중이라고 답장을 보내왔었다. 지금, 그사이 싸이월드는 두 번의 리뉴얼을 거쳤고 새로운 서비스도 여러 개 내놓았다. 물론 지금도 파이어폭스로 싸이월드를 접속하면 여러 버그 때문에 IE를 띄우게 된다. 여전히, 파이어폭스로 내 미니홈피에 접속해 게시판에 글을 쓸 때 이미지 첨부는 되지 않는다.

제목에 쓴 말은 어디까지나 내가 갖는 개인적인 느낌을 써놓은 것이다. 물론 두 회사가 같을 순 없을테고, 회사 나름대로의 정책과 운영방안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위 글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몇몇 사실과 현상들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느낌과 의견일 뿐이지, 이것이 객관적이라거나 사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다만 그래도 우리나라 회사인데, 최근들어 너무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되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 봐주면 좋겠다. 물론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갖는 분들도 있을 테고, 그들의 생각도 존중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봐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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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1. 확실히 sk는 몸집 불리기에만 연연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를 인수한다고 해도 네이트닷컴이나 다른 서비스들과 제대로 연동할 것 같은 기분이 전혀 안듭니다 -_-;;
    구글과는 정반대의 모델을 보여주는 기업인거 같아서 기분이 별로에요...
    sk를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번 이글루스 인수와 혹시 일어난다면 yahoo인수를 하게 되면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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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제 구글의 NHN인수설 때문에 충격을 받았는데, SK의 야후!코리아 인수설은 더 충격적이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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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파스크란님의 코멘트를 보고 나니, 정말 기업인수 쪽이라는 면에선 두 회사가 비슷해 보이지만 정반대의 일로를 걷고 있네요. 글에선 나타내지 못했지만 파스크란 님 말씀대로 연동이 가장 크게 문제될 것 같네요(인수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벌써 네이트와 야후!코리아 포털부터 충돌하고, 이글루스와 야후!블로그가 충돌하고 여기에 페이퍼까지... 때문에 전 좀더 두고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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