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7월 7일에 썼고, 올리기는 8일에 올렸습니다.)
이전에 공개된 엉성한 스크린샷으로 인해 많은 의혹과 추측을 양산했던 티맥스 윈도우가 오늘 발표회를 가지고 그 모습을 일반에 처음 공개하였습니다. 오전에 열린 기자 대상 시연회는 어떤 기자분이 트위터로 현장 중계를 해주셔서 일찌감치 대략적인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었고, 오후에 열린 일반인 대상 시연회는 인터넷으로 생중계 되어 모니터를 통해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소감을 적어볼까 합니다.
1교시 – 티맥스 회장님의 운영체제학 강의
온라인 생중계에 접속했을 땐 이미 발표회가 시작된 뒤였습니다. 몇몇 인사들의 축사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런 건 패스하고, 티맥스 박대연 회장의 발표가 한창 진행중이더군요. 발표가 길어봐야 얼마나 길겠냐 싶어 그냥 지켜봤습니다만,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운영체제학 강의를 하고 계시더랍니다. 생중계 영상에 비친 사람들도 대부분 지루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회장이니 할 말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아무튼 기다리다 보니 티맥스 윈도우 시연을 하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티맥스 상무라는 분이 나와서 마이크를 받으시더군요.
2교시 – 티맥스 상무님의 OS학 강의
‘상무님, 그 내용은 아까 회장님께서 이미 수업하신 내용이에요!’
솔직히, 바로 시연에 들어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또 강의를 하시더군요. 내용은 1교시와 비슷. 프레젠테이션도 몇몇 슬라이드는 똑같은 거. 그렇게 또 한참을 강의하시고, 결국 시연은 또 다른 분에게 미뤄졌습니다. 이러다 티맥스 사원 전체가 나오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자주 가는 커뮤니티의 어떤 글에는, ‘이러다 티맥스 수위 아저씨가 시연하겠다’ 라는 글도 올라왔죠.
실습 시간 - 드디어 티맥스 윈도우 시연!
‘드디어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저게 뭐야?!’
결국 실제 시연 발표는 티맥스 수석 개발자라는 분이 하셨습니다. 이번에도 말씀 좀 하시고… 드디어 시연 시작! 그럴싸한 Tmax Window 9 의 바탕 화면이 대형 스크린에 뿌려졌습니다. 아직 출시도 안 한 제품이 왜 시작부터 버전 9로 시작하느냐 하면, 우분투처럼 출시 년도를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2009년이니 9가 붙은 것이죠. 내년에는 버전11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부팅장면은 보여주질 않았고, 미리 띄워져 있는 티맥스 윈도우에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동영상을 재생시키는 것으로 시연을 시작했습니다. 자체 내장된 플레이어로 돌린다 하더군요. 곧 동영상이 재생되는데, 아뿔싸. 동영상의 소리와 영상이 맞질 않는가 싶더니, 이상한 목소리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소녀시대 목소리가 이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재생속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약 1.5~2배 정도의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던 것이죠. 그나마도 좀 재생되더니, 이내 곧 멈춰버립니다. 무대 구석에서 시스템을 구동시키던 시연자와, 수석 개발자 모두 당황해 하는 눈치입니다. 그러나 곧 수습(?)에 들어가죠. “동영상 재생이 원활하지 않아 시연자가 동영상을 스킵하며 보여드렸다. 방금 전 상황은 동영상이 멈춘 게 아니라 시연자가 일시정지 시킨 것이다” 라면서 이번엔 갑자기 동영상을 캡쳐하더니, 워드 2003에 캡쳐 이미지를 붙여 넣고 “보다시피 동영상 캡쳐가 잘 된다” 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이번엔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돌려보겠다 합니다. 바탕화면에 있는 낯익은 스타크래프트 아이콘을 클릭해, 게임을 실행시켰습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가 원래 이런 고사양 게임이었나요? 마치 10여 년 전 펜티엄 MMX 컴퓨터로 돌렸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꽤 긴 시간을 로딩만 하더니, 기술상의 문제로 직접적인 게임플레이는 못하고 스타크래프트의 리플레이를 보여주겠답니다. 듣기론 오전에 있었던 기자대상 시연회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직접 플레이하다 뻗었다나요? 아무튼 리플레이를 보여주는데… 유닛들의 움직임이 뭔가 이상합니다. 맙소사, 10년 전 출시된 2D 게임이 버벅이며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는 티맥스 윈도 상에서 IE6 웹 브라우저를 실행시켜, 구글의 메인 페이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럴 수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정확한 렌더링!…은 기대도 안 했지만, 화면 곳곳에 나타나는 정체 모를 선들과 웹 페이지 곳곳에 보이는 이상한 박스들… 비록 구글 메인 페이지가 웹 표준을 완벽하게 준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깨지더군요. 국산 OS라고 열심히 강조하면서 왜 국산 포털인 네이버나 다음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대충 이해가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구식 태그를 사용하고 있는 구글 메인 페이지가 저렇게 깨질 정도라면, 좀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는 네이버나 다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쉬는 시간 - 티맥스 직원의 하루(?) 동영상
‘남편은 회사에서 뼈빠지게 일하는데, 집에서 잘~한다!’
이렇게 다소 어설프고 어이없는 약 10여 분 간의 시연회가 끝나고,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꽤 길었던 쉬는 시간 내내, ‘티맥스 직원의 하루’ 라는 동영상을 계속 보여주더군요. 남편이 바쁘게 출근하면서 외장하드를 떨어뜨려 작업물을 날리고, 집에서 띵가띵가 음악 듣던 아내에게 파일 보내달라고 해서 티맥스 윈도와 오피스로 열심히 작업해 결국 제시간 내에 제출하고, 티맥스 브라우저로 네이버에서 꽃배달 서비스를 검색해 꽃을 배달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그런… 이건 뭐 재미도 감동도 없고, 그렇다고 티맥스 윈도우 홍보영상치고는 보여주는 게 너무 적었습니다.
3교시 – 오피스와 웹 브라우저 개발에 대한 심도 깊은 강의와 시연
‘난 티맥스 윈도우를 보러 왔는데 웬 MS 윈도우 XP?’
이 날 수업은 1, 2교시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이번엔 티맥스 오피스와 티맥스 스카우터 시연에 앞서 또다시 강의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번에도 강의가 길어질 것 같아, 저는 동영상만 틀어놓고 땡땡이(?)를 좀 쳤습니다. 그런데 한참 있다 자리에 돌아와 봐도 여전히 강의를 하고 있더군요 –_-;
긴 강의가 끝나고 이번엔 티맥스 오피스 시연이 이어졌습니다. ‘오, 생각보다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어디서 많이 보던 인터페이스가 눈에 띄었습니다. ‘티맥스 윈도우’ 상에서 ‘티맥스 오피스’를 구동시킨 게 아니라, ‘MS 윈도우 XP’ 상에서 ‘티맥스 오피스’를 구동시킨 것이었습니다. 분명 이 행사는 ‘티맥스 윈도우’ 발표회가 아니었나요? 생뚱맞게 등장한 윈도우 XP와 그 위에서 아주 잘 돌아가는 티맥스 오피스, 티맥스 스카우터. 이건 뭔가 속은 기분이었습니다.
이게 정말 OS 발표회 맞나?
‘이 사람들은 정말 이런 식으로 OS를 만들어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심각한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여러 곳에서 들리는 의혹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서둘러 ‘실체’ 를 보여주고자 발표회를 준비했다지만, 너무나 실망스러운 발표회였습니다. 복잡한 프레젠테이션과 긴 강의시간(!)은 차치하고서라도, 원래 발표회의 목적이었던 ‘실체’ 조차 불분명한 발표회였습니다. 일반 소프트웨어 발표회도 이렇진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OS 발표회인데, 이건 너무 아니다 싶었습니다.
하드웨어 호환? – 무릇 운영체제(OS)라 하면, 하드웨어에 대한 호환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더구나 특정 시스템에서만 구동되는 맥OS 같은 운영체제가 아닌, 여러 범용 시스템에서 구동되는 MS 윈도우의 대체품을 표방한 티맥스 윈도우라면 더더욱 그래야 할 것입니다. 즉 IBM PC 호환의 어느 시스템에 설치하든 잘 구동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텔이든 AMD든, 아수스든 폭스콘이든, 시게이트든 WD든, ATI든 nVidia든 여러 제조사의 다양한 하드웨어를 완벽히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OS가 할 일입니다.
하지만 발표회 내내 이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듣질 못했습니다. 만약 티맥스에서 주장하는 대로 MS 윈도우와 100% 호환이 가능하다면, 하드웨어에 대한 부분도 당연히 호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같은 MS 윈도우 끼리도 버전마다 하드웨어 드라이버가 호환이 잘 안 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하드웨어 드라이버는 MS 윈도우 9x용 따로, XP용 따로, 비스타용 따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티맥스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하지만 발표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소프트웨어 호환? – 발표회 내내 티맥스 발표자들이 내세운 게, 바로 ‘호환성’ 입니다. 특히 MS 윈도우 XP와 100% 호환된다는 발언을 계속 했죠. 심지어 티맥스 윈도우 커널의 우월성을 내세우며, 리눅스와 맥에 대한 호환성도 갖출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MS 윈도우와 똑같은 운영체제 환경을 티맥스 윈도우에서 구현하여 각종 MS 윈도우용 소프트웨어를 티맥스 윈도우에서도 구동시키는 것이냐, 아니면 각종 MS 윈도우용 소프트웨어를 티맥스 윈도우 용으로 따로 튜닝 하여 구동시키는 것이냐 하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라면 MS 윈도우와 100% 호환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그건 100% 호환이라고 장담하기 어렵죠.
물론 발표회장에선 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만약 앞서 언급한 후자의 경우라면, 각종 소프트웨어를 티맥스 윈도우에서 사용하려 할 때마다 일일이 튜닝 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고 그 튜닝을 일반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요. 결국 티맥스에서 해주어야 한다는 소린데, 그렇게 되면 아주 골치 아파집니다. 사용자들은 티맥스에서 튜닝해준 프로그램만 사용해야 하고, 티맥스는 그 수많은 MS 윈도우용 응용 프로그램을 일일이 튜닝 해주어야 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상용 프로그램이라면 더욱 골치 아파지겠죠? 대부분의 상용 프로그램들은 사용자 임의로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으니까요. 아니면 티맥스에서 각 상용 프로그램 제작사들로부터 프로그램 수정 라이센스 같은 거라도 따야 할 텐데, 그런 게 가능할진 모르겠군요. 아무튼 이렇게 된다면 절대 ‘MS 윈도우 100% 호환’ 이라고는 할 수 없게 됩니다.
라이센스? – 티맥스 윈도우에 관심 있는 여러 분들이 가장 우려하시는 부분이 바로 라이센스입니다. 일단 제품명인 ‘티맥스 윈도우 9’ 부터 시작해서, 각종 소스에 대한 라이센스, 티맥스 오피스의 기반이라 추측되는 오픈오피스에 대한 라이센스, 티맥스 스카우터의 기반인 웹킷 엔진에 대한 라이센스, IE와 액티브X에 대한 라이센스 등등… 엄청나게 많은 라이센스 관련 의혹에 대해, 발표회에서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언급이 없었습니다. 벌써 MS가 소송을 걸 것이라는 둥, 각종 오픈소스의 배포 라이센스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둥, 여러 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올해 안으로 상용 제품을 출시할 것인지, 내년에 어떻게 후속작을 내놓을 것인지 심히 우려되는군요.
일반인 대상의 발표회인가, 투자자 대상의 쇼인가?
‘고작 이게 전부? 투자자 모으려고 쇼하는거 아냐?’
발표회를 보셨던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투자자 모으려고 쇼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티맥스 윈도우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사람이라면, 이미 그쪽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최소한 컴퓨터에서 운영체제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회는 너무 형편없었습니다. 마치 이쪽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투자자들 앉혀놓고, ‘우리가 이렇게 대단한 걸 개발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투자해달라!’ 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쓸데없는 프레젠테이션은 너무 길고 거창했으며, 실제 제품의 시연은 너무나 짧고 부족했습니다.
백 번 양보해서, 티맥스 발표자들의 기나긴 강의는 봐준다 칩시다. 그 분들도 할 말이 엄청나게 많았겠지요. 개발의 애환 같은 것도 얼마든지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만큼 고생했을 것이고,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막상 전면에 내세운 제품은 매우 실망스러웠고, 의혹만 증폭 되었습니다. 아마도 제품 시연 이전에 그들이 한 말이 너무나 거창해서 실망감이 더 커졌을지도 모르겠네요.
발표자 중 한 분은 ‘기존 MS 윈도우와의 호환성을 강조하다 보니 유저 인터페이스가 비슷해졌다. 원래는 3D로 된 유저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라는 말도 하셨는데, 솔직히 스크린 샷 하나 없이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겠지요. 그리고 유저 인터페이스는 ‘비슷한’ 게 아니라 거의 ‘똑같은’ 거고요. 말은 바로 해야지요. 마우스 포인터의 화살표 방향만 바꾸면 뭐 달라지나요?
그래도 기대와 관심을 갖고 좀 더 기다려 볼까?
발표에 따르면 티맥스 윈도우 9 의 정식출시는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10월인지 12월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아무튼 나온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겠죠? 게다가 내년엔 버전 11 이 나온다고 합니다.
어쨌든 OS를 직접 개발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특정 회사에 종속된 국내 시장 문제도 풀어나가야 하고, 각종 표준 문제도 해결해야 하죠. 기왕이면 성능도 좋고, 가격까지 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국내 시장의 독점을 완화시킨다면 만세라도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각종 의혹과 문제들을 속 시원히 풀고 난 뒤의 이야기입니다. 당장 밝혀진 게 너무나도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환영의 눈빛 보다, 의혹과 경계의 눈빛으로 티맥스 윈도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수많은 눈빛들을 바꾸어야 할 장본인은, 티맥스 윈도우를 만든 티맥스 소프트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