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겠다는 어느 통신사의 화려한(?) 고객서비스

by hfkais | 2011. 5. 4. | 8 comments

지난 달, 약 9년 넘게 꾸준히 써오던 이동통신사를 갈아탔습니다. 국내 1위인 그 이동통신사는 이제서야 행복기변이네 뭐네 하면서 절 붙잡으려 했지만, 장기고객인 저에게 매력적인 보상기변 혜택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어요. 9년 넘게 썼지만 아무것도 챙겨주지 않는 통신사에 남아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죠. 충성도 높은 고객을 스스로 차버린 건 그들이에요. 물론 새로 갈아탄 통신사의 조건도 그다지 매력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새로 갈아탄 통신사는 국내에서 유선통신 1위, 무선통신 2위인 '고객만족, 발로 뛰겠소' 하던 그 통신사입니다. 그런데 바꾸자 마자 통신품질이 썩 맘에 들지 않았어요. 3G 특유의 음성통화 품질은 그렇다 쳐도, 수시로 끊기는 문제와 원활하지 못한 데이터 통신에 엄청 실망했죠. 바로 클레임을 걸었고, 서비스를 받긴 했지만 전혀 해결되지 않았네요. 그런데 가만 보니, 이 통신사의 고객서비스(CS)는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래서 오늘은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메인 콜센터 따로, 지점 콜센터 따로?

10여 년 전, 초고속인터넷 붐을 타고 저희 집에서도 이 통신사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초기라 그런지 통신품질이 너무너무 안 좋아 전화기를 붙잡고 큰 소리도 몇 번 냈었습니다. 그런데도 뚜렷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아, 수시로 끊어지고 느려지는 인터넷을 붙잡고 겨우겨우 통신사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렸죠. 그때서야 이 통신사의 지점은 화들짝 놀라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더군요. 거의 한 달 넘게 질질 끌던 문제가 이틀도 안 걸려 해결되었습니다.

지점에서 온 기사는 애써 억지 미소를 띄우며 그러더군요. 지점에 직접 연락하시지 왜 홈페이지에 까지 올리냐고. 그러면 자기네 고과점수가 깎인다고. 그러면서 다음에 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연락 달라면서 명함을 주었습니다. 명함엔 지점에서 직접 개설한 080 수신자부담 전화번호가 적혀있었습니다.

이건 ADSL 시절이나 광랜 시절이나 똑같더군요. 2006년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hfkais.blogspot.com/2006/08/kt-100.html)

 

어디에 연락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받을 수 있는 날짜가 달라진다?

다시, IPTV가 처음 나왔을 때 저희 집에서도 이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어차피 인터넷을 사용하던 통신사에서 IPTV 서비스도 하게 되었으니 그냥 같은 곳에다 신청했죠. 처음엔 잘 되는가 싶더니, 주말을 코앞에 두고 약 일주일 만에 먹통이 되었습니다. 앞서 받았던 명함의 연락처에 고장신고를 했죠. 오늘(금요일)은 너무 늦었으니 힘들고, 내일과 모레는 주말이라 안되니 월요일에 방문해서 고쳐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주말 내내 TV도 보지 말고 지내란 것이냐? 인터넷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요즘은 또 아니죠), TV 서비스를 하면서 사흘이나 보지 말라니, 이런 식으로 밖에 안되냐? 집에 애들도 있고 어르신들도 있는데 그냥 안 된다고만 하면 땡이냐? 라고 했더니 어쩔 수 없답니다. 그래서 또 통신사 홈페이지에 직접 고장신고를 했죠.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께서 그렇게 불편해 하시니, 정 그러시다면 내일 오후에라도 방문하겠다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주말 당직 직원이 따로 있더군요. 그럼 진작에 보낼 것이지, 왜 홈페이지에까지 글을 올리게 만드는지….

 

국가기관이 인정해도, "우리는 잘못 없어!"

한 번은 이 통신사에서 저희집을 무단으로 부가서비스에 가입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바로 그 상황입니다. 전혀 필요도 없고 신청도 안 한 서비스를, 마치 무료 이벤트로 혜택을 주는 것처럼 가입시켜놓고 있었어요. 당장 몇 달 간은 돈이 빠져나가지 않겠지만, 소위 이벤트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될 지는 뻔하겠죠?

열 받아서 고객센터로 전화했더니 자기네는 이벤트의 일환으로서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에 상관없지 않느냐며 발뺌합니다. "세상천지 어느 이벤트가 당사자도 모르게 가입을 시키냐? 너네 실적 올리려고 가입시켜 놨다가 우리집에서 요금고지서 안 봤으면 돈 빼갔을 거 아니냐?" 했더니 그제서야 본사에서 한 게 아니라 외주업체에서 한 것이라고 변명합니다. 그래서 또 그 외주업체에게 캐물었더니, 처음엔 자기네가 분명히 동의를 받았고 녹취록도 있다고 하더군요. 평일 몇 시에서 몇 시 사이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동의를 받았다는 겁니다. 웃긴 건, 그 시간엔 저희집에 아무도 없거든요. 동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 그래서 녹취록을 내놔봐라 했더니 시스템 오류로 찾을 수가 없답니다. TM으로 먹고 사는 회사가 시스템 장애로 녹취록이 없다니, 이걸 누가 믿을까요? 애초에 없는 거지. 거짓말을 늘어놓다 안 통하니까 나중엔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도리어 역정을 냅니다. 대리란 사람은 말도 잘 못하고, 과장이란 사람은 거짓말만 늘어놓다 딱 걸리고, 팀장이란 사람은 그저 말 돌리기에 바쁘더군요. 핵심을 찔리면 소리나 지르면서 아니라고 하고.

하다 하다 거의 3~4개월 만에 이 통신사 지역본부 임원이란 사람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고객님을 불편하게 해드렸으니 서비스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부가서비스 무단가입에 대한 당신네 과실을 인정하는 것이냐고 했더니 그건 또 아니랍니다. 단지 고객님을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한 마음에 해드리는 거랍니다. 이런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죠. 그냥 입막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

결국 한국인터넷진흥원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사건 정황을 다 이야기했고, 증거도 제출했습니다. 사건을 담당한 연구원은 충분히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반 년 만에, 통신사가 잘못했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통신사가 피해자에게 일정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문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통신사,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했습니다. 다시 위원회 쪽에 물으니 자기네에겐 판결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하네요. 정 억울하면 소송을 걸라는 것이었습니다. 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거의 6개월이 걸렸는데, 소송까지 하라고요? 기운 빠져 더 이상 항변할 수 없었습니다. 과실이 명백해도, 변명할 증거조차 없어도, 국가기관이 판결해도 끝까지 잡아떼는 무대뽀 정신, 정말 대단하네요!

 

사장님이 보고 계셔!!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이번에 휴대폰을 바꾸고 나서 통화품질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통신사에서는 품질개선을 위해 고객이 직접 불통위치를 확인, 통신사에 알릴 수 있는 어플(올레톡톡)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지 로봇이 대답하는 것 같은 자동화 된 답변만 듣고, 완료 처리되어 버렸습니다. 앞으로의 개선작업에 데이터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끊기고 지지직거리는 통화품질은 여전히 그대론데?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연락했더니, 역시나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개선되는 점이 없었습니다.

마침 이 통신사의 사장이 '우리 회사가 설치한 WiFi가 몇 만개를 넘었다' 며 트윗을 올리길래, 아예 같이 멘션으로 묶어 한 마디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CS쪽에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더니, 금방 내가 사는 지점의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당장 다음 업무일에 찾아 뵙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회사 CS처리가 이렇게 빨랐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서두르더군요.

결국 직원이 방문하긴 했지만, '꾸준히 장비를 증설하고 있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을 뿐 실질적인 문제해결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통신사는 국가 공기업으로 시작하여 얼마 전 민영화 된, 국내에서 통신사업을 무척 오래한 기간 통신 사업자였습니다. 저도 우리집도 이 통신사의 꽤 오랜 고객, 아니 사실상 전 국민이 이 통신사의 꽤 오랜 고객입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고객서비스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었습니다. 담당 직원들은 여전히 무기력하고 소극적이며 불친절하고, 윗사람이나 상위기관에 직접 클레임을 걸어야 그제서야 허둥지둥 서두릅니다. 고객의 불만을 외면하기에 급급하다가, 정작 자기 고과에 영향을 미칠 것 같으면 그제서야 적극적으로 돌변합니다.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경쟁사 CS와 직접적으로 비교되어도 별로 꿈쩍하지 않습니다. 옛날 공기업 시절 버릇이 아직도 남아있는 걸까요?

이 통신사는 최근 몇 년 새에 메인 브랜드를 두 번이나 바꾸었습니다. 광고도 엄청나게 해댔죠. 어떤 케이블TV 채널에서는 이 통신사의 광고를 연속으로 볼 수 있을 정돕니다. 고객들로부터 '발로 서비스하냐'는 비아냥이나 받는 쓸데없는 광고는 그만하고 차라리 그 비용을 고객서비스와 품질개선에 좀 더 투자하는 게 어떨까요?

댓글 8개:

  1. 저도 그 산하 대리점에서 일을 해봤었습니다만;;;
    할 말이 없습니다;;;;;
    사장이란 분은 말만 하는건지???
    아니면 사장은 바꿀려고 무진장 노력하는건데
    밑에서들 안 밪춰 주는건지???
    발로 뛰겠다는 광고...참 괜찮긴하지만
    실질적으로 바뀌는게 없으니 뭐...
    할 말 다했네요...
    이런것 때문에라도 다음번에 핸드폰 바꿀때는
    다시 1위 기업으로 갈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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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無心 / 저는 어디까지나 사용자 입장에서 글을 썼는데요, 직접 그쪽에서 일해보시니 어떻던가요? 안그래도 저 회사의 사장님께 직접 보시라고 친절히 멘션까지 날렸는데 보셨을지 모르겠네요. 뭔가 반응조차 없다면 그냥 말로만 그러는 걸로 봐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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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발로 뛰는 그 통신사를 선택한건 실수일거 같네요. 저역시 예전에 1위 통신사를 장기고객 배려가 없다는 똑같은 이유로 뛰쳐나왔지만 이 발로 뛰는 회사의 무시무시한 발로 하는 서비스에 질려 다시 1위 통신사로 왔습니다. 발로 뛰는 통신사는 앞으로 사소한거 하나라도 수정할라치년 신분증이나 신원증명부터 요구할것이며. 1등회사의 그 한방에 해결되는 고객서비스는 절대 기대하지도 마십시오. 서비스마인드부재는 고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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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ink / 앞으로 2년 남았으니 어떻게든 버텨봐야죠. 앞으로 블로그에 이런 글들이 넘쳐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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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는 김포 변두리 시골마을에 사는 블로거입니다.

    KT가 어떤 회사냐 하면 말이죠... 저희 시골 마을에 6년동안 226KB/s의 다운로드를 자랑(?)하는 ADSL을 제공하면서도, 사람이 적게 산다는 이유로 중계소 설치를 안해줬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프리미엄 서비스 판촉 전화는 꾸준히 해대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CJ에서 마을에 케이블망을 새로 깔아버리고 케이블TV+인터넷 서비스로 마을을 통채로 접수해버리니, KT는 그제서야 아차 싶어서 마을에 중계소를 설치하더군요.

    이 회사는 일단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실력행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꿈쩍도 안하는 회사라는 것을 그때 알았죠. dl 일 있고나서는 왠만하면 KT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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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KT...
    ADSL과 광랜 시작할때, 왠일인지 매번 살고 있는 집이 시범지역으로 선정되서, 브랜드인 메가패스나 FTTH같은게 생기기도 전에 쓰는 행운을 누렸었죠.

    덕분에 속도는 엄청난데, 허구한날 끊어지는 겁니다.
    끊어지거나, loss가 생기거나, 아예 먹통되거나..

    그런데 매번 전화해서 따지면
    바보 여자가 받아서,
    원격 테스트는 정상이라느니, 기사분 보내주겠다느니 딱 두가지 말밖에 못하더군요.
    앵무새 IQ...

    KT기사라고 오는 외주업체 바보들은...
    맨날 제 컴퓨터 랜카드가 잘못이니 갈아야 한다고 죄없는 컴퓨터나 뜯어서 난장판 만들어 놓칠 않나,
    선이 이상하다고 선가지고 삽질하질 않나
    그러다가 매번 모뎀만 갈아끼우면 정상화 -_-;

    물어보니 모뎀 바꾸면 중앙서버에서 뭔가 바꿔줘야 하고 절차 비슷한게 있어서 꺼린답니다.

    작업 표시줄 내려놓은 윈도우xp를 보고 "맥킨토시는 정식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하고 뻘소리하는 기사도 있었고,
    나중엔 하도 기사들이 삽질하길래 제가 장비 빌려서 직접 고치기도 하고 -_-;

    하여간 KT는 시스템도 문제지만, 직원들도 의욕이 없거나 바보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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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Draco님/ 작업표시줄 내려놓은거보고 어쩔줄을 몰라했다는 애들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맥킨토시 드립은 또 처음들어보네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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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안드로키퍼 님 / ADSL인데도 그정도 속도면 애초에 공사를 잘못 한 거 아닐까 싶은 수준이네요. 음 역시 경쟁이 소비자를 편하게 하는군요.

    Draco 님 / 그래서 전 저희동네 KT 고객센터 메인번호랑.. 회선관리팀이랑.. 서버실이랑.. 아무튼 번호는 참 여러개 가지고 있네요. IPTV 망 센터 번호도 있어요. 맥 운운한 기사는 좀 웃기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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