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한 친구와 만나 '2014 퓰리처상 사진전'에 다녀왔다.
사실 꼭 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발걸음은 아니었다. 특히 보도 쪽 사진전은 늘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는 난민, 불치병에 고통 받는 환자들, 죽음과 삶을 가르는 찰나의 순간들, 잔혹한 사고의 모습들,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할 거 없이 반복되는 부조리한 일들과 피해자들.
단지 얼마의 관람료로 그들에 대한 관심과 예의를 다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아픔과 슬픔, 잔혹한 현실마저 '소비'되고 있는 건 아닌지, 가슴 아픈 공감과 관심인지, 아니면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해버린 건 아닌지. 여러 가지 불편한 생각들이 자꾸 겹쳤다.
물론 그러한 사진을 찍은 사진가들이나, 언론이나, 전시를 연 회사를 비난하자는 건 아니다. 불편한 생각들은 나 스스로에 대한 것이다. 과거의 역사들, 어떤 사실들, 누군가의 현실을 단지 보고만 말면 땡인가? 사진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고, 간략히 적힌 몇 줄의 코멘트를 읽으며 '아~ 그렇구나~' 하고 말면 다인가? 어떤 형태든 나 스스로가 영향을 받아야 하지 않나? 조금이나마 나는 변했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